우리 가족 발 도장 찍는 날!
2011. 8. 30. 08:20ㆍ일기
<우리 가족 발 도장 찍는 날!>
2011.08.28 일요일
오늘은 나에게는 개학하고 맞은 2번째 휴일의 마지막 날이었고, 동생에게는 개학 전날로 밀린 방학숙제를 한번에 해결해야 하는 힘든 날이었다. 내가 영우만 할 때 주로 했던 방학 숙제는, 온통 빽빽하게 쓴 원고지 몇 장과 글투성이였는데, 영우는 종류도 다양했다.
시 모음집, 일기, 독서록, 환경 기록장, 건강 달리기 체크하기, 특히 4절 도화지에 가족들의 손도장, 발도장을 물감으로 찍어가는 숙제를 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 한 방에 네모나게 둘러앉았다. 가운데는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백지가 놓여 있었다.
나는 감격스러웠다. 사실 가족이 이렇게 둘러앉은 것도, 밥 먹을 때 빼고는 거의 없었다. 아니, 아빠는 얼굴 보기가 어려웠고 어쩌다 얼굴을 보아도 항상 피곤한 듯, 인상을 찌푸리고 계셔서 가까이 가기가 힘들었었다. 엄마 또한 바쁘셔서 늦게까지 들어오시지 않을 때도 계셨다. 생각해보니 가족끼리 영화를 본지도 벌써 1년이 넘었고, 캠핑을 간 지도 오래되었다. 요즘은 아빠, 엄마가 민감해져서 사업이나 여러 가지 문제를 놓고 다투시는 일도 잦았는데, 오랜만에 둘러앉아 있으니 이것이 꿈인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이사를 한 이후로 엄마, 아빠는 잘 웃거나 하지도 않고, 언제나 한숨만 푹푹~ 쉬었던 것 같다. 영우는 아빠의 관심을 받으려는 듯이 아빠를 올려다보며 긴 속눈썹을 깜박 깜박거렸다. 우리 가족 네 명으로 꽉 차는 작은 방 안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아빠가 선언하셨다. "누가 먼저 도장을 찍을래?" 장난기 어린 아빠의 목소리! 다시 예전의 아빠로 돌아온 것 같아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저요! 하려는데 엄마가 선수를 치셨다. 아빠는 빨간 물감을 풀어서 제일 먼저 엄마의 손에 발라주셨다.
엄마 손이 빨간색으로 물들어 가는 것이 꼭 서글서글 잘 익은 토마토처럼 보였다. 영우와 아빠가 엄마 손을 잡고 흰색 4절 도화지 한구석에 큰 도장을 찍듯이 꽝! 찍어주었다. 영우는 더 잘 묻게 하려고 엄마 손을 꼭꼭 눌렀다. 엄마가 손을 떼니, 꼭 하나의 지도처럼 보이는 엄마의 손자국이 큰 자취처럼 남았다. 곡선들과 빨간색이 어우러져 나무의 나이테처럼 보였다. 사막의 모래가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곡선 같았다. 바닷가의 파도 같았다.
엄마가 손을 물수건으로 닦는 사이에, 우리는 꼭 미술관에 와서 미술 작품을 보는 것처럼 한동안 "와아~!" 하고 감상했다. 그다음에는 내가 "아빠! 이제는 저, 칠해 주세요!" 부탁하였다. 솜씨가 좋은 아빠는 매끈한 손놀림으로, 집에 페인트를 정성 들여 칠하는 것처럼, 파란색 물감으로 내 손을 틈 없이 꼼꼼하게 색칠해 주셨다. 나는 엄마 손 옆자리에 손을 쫙 벌려서 크게 나의 손자국을 남겼다. 파랗고 두툼한 나의 손자국은 엄마 것처럼 곡선 같은 게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푸른색 얼룩을 아주 크게 남겼다.
이번엔 영우가 아빠에게 손을 맡겼다. 간지럼을 잘 타는 영우는 아빠가 붓으로 색칠할 때마다 가리갈갈~ 찢어지게 웃었다. 나는 그런 영우의 모습을 보면서 영우의 소원이 이루어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영우는 아빠에게 발 도장 찍기를 하자고 한 달 내내 졸랐었고, 밤에 잠자리에서 기도까지 했던 것이다. 영우의 앙증맞고 고운 손 모양이 찍히고, 엄마가 아빠의 손에 검정 물감을 발라주셨다. 이렇게 해서 영우와 아빠의 초록색, 검은색 손자국이 4절지에 내려앉았다.
나는 아빠를 흉내 내고 싶어서 이번엔 검은색으로 발도장을 찍었다. 나는 발이 컸기 때문에 발가락이 있는 윗부분만 발도장을 찍었다. 검정으로 발바닥을 새카맣게 칠하니 꼭 맨발로 석탄 광산에서 일하다가 온 사람 같았다. 발도장을 내려치듯이 꿩! 찍으니 칠을 많이 해서 물감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충분히 꾹꾹 누른 후 요리 냄비의 뚜껑을 여는 것처럼 확! 하고 발을 띄어 냈다. 지문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내 블로그 그림에 곁들여 넣는 <상우일기> 로고마크에 있는 곰 발바닥 같이 발가락 모양이 잘 나와 있었다. 내 발바닥과 손바닥은 그림물감으로 물들었고, 우리 가족 얼굴에는 정말로 정말로, 오랜만에 웃음이 단비처럼 물들었다.
2011.08.28 일요일
오늘은 나에게는 개학하고 맞은 2번째 휴일의 마지막 날이었고, 동생에게는 개학 전날로 밀린 방학숙제를 한번에 해결해야 하는 힘든 날이었다. 내가 영우만 할 때 주로 했던 방학 숙제는, 온통 빽빽하게 쓴 원고지 몇 장과 글투성이였는데, 영우는 종류도 다양했다.
시 모음집, 일기, 독서록, 환경 기록장, 건강 달리기 체크하기, 특히 4절 도화지에 가족들의 손도장, 발도장을 물감으로 찍어가는 숙제를 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 한 방에 네모나게 둘러앉았다. 가운데는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백지가 놓여 있었다.
나는 감격스러웠다. 사실 가족이 이렇게 둘러앉은 것도, 밥 먹을 때 빼고는 거의 없었다. 아니, 아빠는 얼굴 보기가 어려웠고 어쩌다 얼굴을 보아도 항상 피곤한 듯, 인상을 찌푸리고 계셔서 가까이 가기가 힘들었었다. 엄마 또한 바쁘셔서 늦게까지 들어오시지 않을 때도 계셨다. 생각해보니 가족끼리 영화를 본지도 벌써 1년이 넘었고, 캠핑을 간 지도 오래되었다. 요즘은 아빠, 엄마가 민감해져서 사업이나 여러 가지 문제를 놓고 다투시는 일도 잦았는데, 오랜만에 둘러앉아 있으니 이것이 꿈인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이사를 한 이후로 엄마, 아빠는 잘 웃거나 하지도 않고, 언제나 한숨만 푹푹~ 쉬었던 것 같다. 영우는 아빠의 관심을 받으려는 듯이 아빠를 올려다보며 긴 속눈썹을 깜박 깜박거렸다. 우리 가족 네 명으로 꽉 차는 작은 방 안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아빠가 선언하셨다. "누가 먼저 도장을 찍을래?" 장난기 어린 아빠의 목소리! 다시 예전의 아빠로 돌아온 것 같아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저요! 하려는데 엄마가 선수를 치셨다. 아빠는 빨간 물감을 풀어서 제일 먼저 엄마의 손에 발라주셨다.
엄마 손이 빨간색으로 물들어 가는 것이 꼭 서글서글 잘 익은 토마토처럼 보였다. 영우와 아빠가 엄마 손을 잡고 흰색 4절 도화지 한구석에 큰 도장을 찍듯이 꽝! 찍어주었다. 영우는 더 잘 묻게 하려고 엄마 손을 꼭꼭 눌렀다. 엄마가 손을 떼니, 꼭 하나의 지도처럼 보이는 엄마의 손자국이 큰 자취처럼 남았다. 곡선들과 빨간색이 어우러져 나무의 나이테처럼 보였다. 사막의 모래가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곡선 같았다. 바닷가의 파도 같았다.
엄마가 손을 물수건으로 닦는 사이에, 우리는 꼭 미술관에 와서 미술 작품을 보는 것처럼 한동안 "와아~!" 하고 감상했다. 그다음에는 내가 "아빠! 이제는 저, 칠해 주세요!" 부탁하였다. 솜씨가 좋은 아빠는 매끈한 손놀림으로, 집에 페인트를 정성 들여 칠하는 것처럼, 파란색 물감으로 내 손을 틈 없이 꼼꼼하게 색칠해 주셨다. 나는 엄마 손 옆자리에 손을 쫙 벌려서 크게 나의 손자국을 남겼다. 파랗고 두툼한 나의 손자국은 엄마 것처럼 곡선 같은 게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푸른색 얼룩을 아주 크게 남겼다.
이번엔 영우가 아빠에게 손을 맡겼다. 간지럼을 잘 타는 영우는 아빠가 붓으로 색칠할 때마다 가리갈갈~ 찢어지게 웃었다. 나는 그런 영우의 모습을 보면서 영우의 소원이 이루어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영우는 아빠에게 발 도장 찍기를 하자고 한 달 내내 졸랐었고, 밤에 잠자리에서 기도까지 했던 것이다. 영우의 앙증맞고 고운 손 모양이 찍히고, 엄마가 아빠의 손에 검정 물감을 발라주셨다. 이렇게 해서 영우와 아빠의 초록색, 검은색 손자국이 4절지에 내려앉았다.
나는 아빠를 흉내 내고 싶어서 이번엔 검은색으로 발도장을 찍었다. 나는 발이 컸기 때문에 발가락이 있는 윗부분만 발도장을 찍었다. 검정으로 발바닥을 새카맣게 칠하니 꼭 맨발로 석탄 광산에서 일하다가 온 사람 같았다. 발도장을 내려치듯이 꿩! 찍으니 칠을 많이 해서 물감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충분히 꾹꾹 누른 후 요리 냄비의 뚜껑을 여는 것처럼 확! 하고 발을 띄어 냈다. 지문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내 블로그 그림에 곁들여 넣는 <상우일기> 로고마크에 있는 곰 발바닥 같이 발가락 모양이 잘 나와 있었다. 내 발바닥과 손바닥은 그림물감으로 물들었고, 우리 가족 얼굴에는 정말로 정말로, 오랜만에 웃음이 단비처럼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