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1 월요일 도롯가에 잎을 다 떨어뜨려낸 겨울 나무 줄지어 서 있네. 수없이 많은 나무 곁으로 차들이 쌩쌩 스쳐가네. 차가운 바람이 불 때마다 빼빼 마른 나뭇가지들이 힘겹게 떨고 있네. 이제 막 태양은 저물어 도로와 하늘은 포도색으로 물들고 수천 개의 은빛 핏줄처럼 뻗어 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포도즙이 흘러내린 것처럼 스며들다가 곧 세상은 거대한 암흑으로 변한다. 나는 갑자기 길을 잘못 흘러든 것처럼 불안하다. 빨라지는 걸음 따라 노란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진다. 저 높이 시커먼 나무 꼭대기에 무엇이 걸려 있네. 비닐봉지가 걸린 것일까? 작은 먹구름이 걸린 걸까? 올라가서 잡아보고 싶네. 꺾어놓은 나뭇가지를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듯 거칠고 칙칙해 보이지만 그렇게 아늑해 보일 수가 없구나! 나도..
2007.08.27 월요일 쐐애애, 쐐애애 빗줄기 같은 매미 소리. 몇 주 동안을 목청껏 울어대기 위해 땅 속에서 5년을 성충이 되기만을 기다렸노라. 불처럼 뜨거운 여름 시원한 소리로 온 세상에 그늘막을 쳐라. 터질 듯한 매미 소리 울다 울다 죽어도 좋다. 쐐애애, 쐐애애. 관련 일기 2006.08.03 매미 소리
2007.08.27 월요일 소나무 숲 아래에는 다른 세상이 있다. 수 천 그루 소나무가 마구 뛰어 노는 어린애들처럼 맘대로 뒤틀리게 서 있고 매미 붙어 맴맴거리고 청솔모, 사마귀, 개미들 나무 위로 모이고 사람과 벌레에게까지 가장 큰 파라솔이 되어 준다. 소나무 틈 사이로 하늘이 끼어 들지 못하고 부러운 듯 살짝 내려다 본다.
2007.08.27 월요일 수평선 저 끝트머리가 붉어져 오네. 갈수록 구름도 빨갛게 물드네. 바닷물도 빨갛게 출렁거리네. 바다도 고기잡이 배도 갈매기도 모두 숨죽이고 해를 기다리네. 마침내 손톱만큼 모습을 드러내더니 찬란한 황금빛을 사방으로 뿜으며 서서히 몸통을 내보이네. 이제 모든게 다 드러났네. 동그랗고 이글이글 타는 빨간 태양이. - 2007.08.15 새벽 하조대에서 해돋이를 보고 나서 -
2006.08.03 목요일 매미 소리가 세상 가득히 피어 오른다. 여름이 되면 불이 꺼지지 않는 것처럼 매미 소리도 그칠 줄 모르네. 하늘 넘어까지 들릴 듯한 우람한 매미 소리. 마르지 않는 바다처럼 멀리 멀리 울려 퍼져라.
2006.06.21 수요일 오늘 내동생이 어머니 말 안듣고 내리막 길에서 뛰다가 넘어지는 순간 내동생의 벗겨지는 신발과 울음 소리. 엄마가 부랴 부랴 달려가서 야단 치면서 한탄한다. 내동생 영우의 머리엔 자국이 나 있고 무릎에서는 피가 날락 말락. 엄마는 의자에 앉아 내동생을 안고 호호 해준다. 하지만 여전히 우는 내동생 무릎에서는 피가 날락 말락. 나도 눈물이 날락 말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