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알탕

2011. 9. 10. 08:47일기

<감기와 알탕>
2011.09.08. 목요일

뚜르긱~ 꼬르긱~ 꼭 작은 애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목, 아니 목 안이 간지럽다. 장미꽃 가시가 박힌 것처럼 따끔따끔 쓰라리기도 하다. 푸울훡~ 푸훌웍~! 기침을 한번 하면 온몸이 놀이기구를 타듯이 흔들린다. 코에는 축축하게 기분 나쁜 콧물이 가득 차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입을 헤~ 벌리고 있다.

콧물은 코가 헐 때까지 풀어도 나오지 않는데, 콧속에 마른 코가 보금자리를 틀었는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이다. 가끔 기침에 딸려 노란색 가래가 나온다. 아침에 먹었던 것들은 이미 토해, 지금쯤은 신 나는 배수관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눕기만 하면 땀이 뻘뻘 나고, 폭탄이 터지듯이 기침이 터져 나온다. 정말 폐에 구멍이라도 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기침하다가 침이 흐르고, 콧물이 나오고, 온몸이 땀범벅으로 손까지 꿉꿉하다. 이렇게 아플 때면 언제나 마취 주사를 맞고 잠시라도 꿈속에서 고통을 잊었으면 좋겠다. 머리가 차가운 팥빙수를 한꺼번에 많이 먹었을 때처럼 띵하다. 창문으로는 밝은 햇볕이 따스하게 비쳐오지만, 반팔 위에 얇은 옷, 얇은 옷 위에 이불을 2겹이나 둘러싸고 스마트 폰을 두들기면서 덜덜 떨고 있는 꼴이란!

덕분에 나는 오늘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준비가 덜 된 영어 수행 평가를 다음으로 미룰 순 있었지만, 이런 고통이 2일만 더 계속된다면 차라리 수행 평가 0점을 맞더라도, 싹 나아서 학교에 가고 싶다. 기침 한 번에 온몸이 휘청거리고, 두 번에 머리가 빠질 것 같고, 세 번에 몸속에 장기들이 튀어나와 버릴 것 같다. 내 옆에는 요즘 한창 바쁘셔서 잠이 모자란 엄마가 곤히 주무시고 계신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그저 물 한 잔을 들이키며 숨을 고르는 것뿐이다.

참으로 이렇게 오랜만에 아파 본다. 더욱 병마란 놈을 이 세상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생각만 강해지고! "푸후, 휘후, 푸쿠후~ 수화수화~" 알지도 못할 온갖 동물 소리를 내며, 스마트폰을 두들기며 버티고 있을 때 엄마가 깜짝 일어나셨다! 병원에 가는 길이 이렇게 먼지도 처음 알았다. 한걸음, 한걸음이 꼭 다리에 10kg짜리 아령을 매고 걷는 것 같이 무겁고, 머리는 띵하다. 다행히 병원 점심시간 5분 전에 도착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바로 아래 약국에 들러 약도 짓고, 엄마가 시장에서 무언가 사주려고 하셨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절실하게 떠오르는 음식 하나가 있었다. 바로 알탕이다. 얼마 전에 거리에서 삼촌을 만났다. 마침 저녁 시간이라서 삼촌이 시장에 있는 알탕을 사주셨는데, 너무 맛있게 국물도 남기지 않고 먹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다시 그 시원한 국물을 들이켜면 나을 것 같아, 엄마의 손을 잡고 알탕 집으로 안내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양복을 입은 회사원들이 특히 많았다. 하지만, 에어컨을 몇 개나 켜놓았는지, 추워서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입으로 입김을 호호 불어서 손을 따뜻하게 했다. 드디어 보글보글 끓는 알탕이 나왔다.

거품이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100도는 충분히 넘어 보였다. 그러나 지금 이걸 당장 들이키지 않는다면, 에어컨의 추위에 내가 얼어버릴 것 같다. 나는 성급히 숟가락으로 한술 떠서 보통 때처럼 호호 불지도 않고, 한 숟갈 통째로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어른들이 뜨거운 것을 먹고 시원하다고 말하는 느낌을 알 거 같다. 내 목안에 메마르고 파헤쳐진 땅이 있는데, 뜨거운 국물이 다시 촉촉하게 만들며 시원하게 뻥 뚫리는 느낌이다. 밥을 먹는 것도 잊고, 얼굴 전체를 땀으로 세수하면서 허겁지겁 누가 뺏어 먹을 것처럼, 숟가락으로 국을 떠서 입으로 집어넣고, 또 집어넣고를 반복한다.

어느새 콧구멍을 막고 있던 콧물도 없어져, 다시 시원한 공기를 코로 들이킬 수 있었다. 나는 해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해삼이나 성게같이 이상하게 생긴 것 말이다. 하지만, 딱 하나, 알탕에 들어가는 알은 이상하게 그렇지가 않다. 보슬보슬 작은 알갱이들을 톡, 톡~ 씹어먹을 때는 입안에서라도 고통이 잠시 없어진다. 그렇게 한 그릇 뚝딱, 밥과 함께 해치우고 나서, 친절한 주인아주머니께서 주신 서비스 사이다로 입가심을 한다. 옛사람의 말 중에 음식이 보약이다! 하는 말이 떠오른다.

감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