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선동의 신발가게
2011. 10. 6. 08:09ㆍ일기
<적선동의 신발가게>
2011.09.25 일요일
얼마 전, 나는 내 발과 1년 동안 함께 했던 운동화를 도둑맞았다. 처음에 살 때는 90% 정도 세일을 받아 아주 번드르르한 새것으로 샀었고, 감촉도 폭신하고 신이 났었다. 도둑맞기 며칠 전의 내 신발은 꼭 외로운 노인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밑창과 신발 몸을 이어주는 부분이 까지고 있었다.
흙먼지에서 뒹굴어서 그런지 주름 사이에는 누우런색 모래가 가득 끼어 있고, 뒷굽은 짓눌려져 있었다. 그런 신발이 없어지니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평소에 신발에 별로 신경을 안 썼던 것이 생각나, 신발을 새로 장만해야겠다는 굴뚝같은 마음이 들었다.
잊어버린 신발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우선 이 근처에 신발가게를 찾아보아야 했다. 그런데 서울로 이사하고 나서 집 근처에 대형 할인 마트가 없는 것이 불편하였다. 나의 집은 서울, 그것도 종로, 그중에서도 광화문 옆 경복궁역이 있는 사람이 언제나 넘쳐나는 곳인데, 어째서 대형마트는 월드컵 경기장까지 가야 있을까? 옛날에 경기도에 살 때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대형마트 4개가 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9살 때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중소 유통업체의 피를 말리는 대형마트를 다룬 내용의 방송을 보았는데, 4개 방향으로 대형마트가 꽉꽉 들어찬 우리 동네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나왔었다. 하지만, 만약 대형마트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곳에서 신발을 샀을 테지만, 이 동네에서는 신발 가게를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 지역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모두 받을 수 없거나 꺼져 있었다. 마침 할머니께서 나가려고 하셔서, 이 근처 신발가게에 대해 여쭤보았다.
"할머니, 혹시 이 근처에 신발가게 어딨는지 아세요?", "신발가게? 시장에 있지.", "통인 시장인가요?", "아니, 적선시장이라고 아니? 2번 출구하고 파리바게뜨 사이 골목에, 거기 조금만 들어가면 바로 왼쪽에 있어!", "네, 감사합니다." 나는 아빠가 아침에 신발을 사라고 주신 돈을 들고 집을 나섰다. 나는 아빠가 주신 돈, 거금 4만 원을 들고 잔뜩 경계하며 길을 걸었다. '신발처럼 잃어버리면 어쩌지?' 생각하며 손을 주머니에 넣고 돈을 주물럭거리면서 적선시장 골목으로 내려갔다.
시장은 시장이라기보다 그냥 골목처럼 좁았다. 하지만, 골목으로 오밀조밀, 다닥다닥 형제처럼 붙은 음식점과 식료품 가게가 있는 아기자기한 곳! 내가 찾는 신발가게는 시골 마을에 있는 골동품 가게 같았다. 꼭 어릴 때 보았던 <검정 고무신> 만화에 나오는 것 같은 옛날 신발가게였다. 밖에는 기다랗고 낮은 탁자를 놓고 그 위에 신발을 전시해놓고 있었다. 안에는 어두컴컴해서 주인은 보이지 않고, 양쪽 벽으로 신발 상자가 가득 쌓여 있고, 굽이 있는 구두는 다른 선반에 전시하고 있었다. 벽지도 없고, 낡은 풍경이 참 이상하게 참신하였다.
아직 이런 옛날 가게가 존재하는구나! 갖가지 조명과 상표로 가득한 매장에서 보는 신발과는 느낌이 달랐다. 가게 한쪽 구석에는 작고 낡은 소파와 TV가 있었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누워 주무시고 계신 듯 보였다. 나는 한발짝 한발짝 다가갔는데, 할아버지는 나의 작은 발소리를 알아채시고 벌떡 일어나셨다. 나는 얼떨결에 "운동화 있습니까?" 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모든 박스의 내용물을 아시는 듯, 구석진 곳에서 신발 상자를 꺼내셨다. 안에는 비닐 보따리에 쌓인 운동화가 들어 있었다.
가게의 허름한 모습과는 달리 디자인도 괜찮았고, 안감은 푹신했고 아주 튼튼해 보였다. 할아버지께서는 12000원이라고 하셨다. 한 3만 원 정도 예상했는데, 너무 싼값이 아닌가? 나는 엄마, 아빠가 하는 것처럼 "다른 데서 조금만 더 구경하다 올게요!" 하고 가게를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서 이 근처 신발가게와 대형마트를 검색해 보았지만, 딱히 뾰족한 게 없었다. 나는 대충 점심을 먹고 다시 그 가게로 향했다. 이번에는 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같이 계셨다.
할머니는 가게에 들어선 나를 먼저 "뭐주까?" 하고 맞이하셨다. 나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아까 보았던 걸로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내 발보다는 조금 커서 한 치수 작은 것으로 부탁드렸다. 할아버지는 또 능숙하게 깊은 곳에서 한 박스를 집어주셨다. 아까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괜찮았다. 가격은 같았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계산했고, 할아버지는 신발을 박스에 담아 검은 비닐에 담아주셨다. 나는 검정 고무신 만화에서 주인공이 새 신발을 산 게 너무 좋아 신발 박스를 안고 내달리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비닐봉지를 냅다 휘두르며 집으로 겅중겅중 뛰어갔다.
2011.09.25 일요일
얼마 전, 나는 내 발과 1년 동안 함께 했던 운동화를 도둑맞았다. 처음에 살 때는 90% 정도 세일을 받아 아주 번드르르한 새것으로 샀었고, 감촉도 폭신하고 신이 났었다. 도둑맞기 며칠 전의 내 신발은 꼭 외로운 노인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밑창과 신발 몸을 이어주는 부분이 까지고 있었다.
흙먼지에서 뒹굴어서 그런지 주름 사이에는 누우런색 모래가 가득 끼어 있고, 뒷굽은 짓눌려져 있었다. 그런 신발이 없어지니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평소에 신발에 별로 신경을 안 썼던 것이 생각나, 신발을 새로 장만해야겠다는 굴뚝같은 마음이 들었다.
잊어버린 신발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우선 이 근처에 신발가게를 찾아보아야 했다. 그런데 서울로 이사하고 나서 집 근처에 대형 할인 마트가 없는 것이 불편하였다. 나의 집은 서울, 그것도 종로, 그중에서도 광화문 옆 경복궁역이 있는 사람이 언제나 넘쳐나는 곳인데, 어째서 대형마트는 월드컵 경기장까지 가야 있을까? 옛날에 경기도에 살 때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대형마트 4개가 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9살 때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중소 유통업체의 피를 말리는 대형마트를 다룬 내용의 방송을 보았는데, 4개 방향으로 대형마트가 꽉꽉 들어찬 우리 동네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나왔었다. 하지만, 만약 대형마트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곳에서 신발을 샀을 테지만, 이 동네에서는 신발 가게를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 지역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모두 받을 수 없거나 꺼져 있었다. 마침 할머니께서 나가려고 하셔서, 이 근처 신발가게에 대해 여쭤보았다.
"할머니, 혹시 이 근처에 신발가게 어딨는지 아세요?", "신발가게? 시장에 있지.", "통인 시장인가요?", "아니, 적선시장이라고 아니? 2번 출구하고 파리바게뜨 사이 골목에, 거기 조금만 들어가면 바로 왼쪽에 있어!", "네, 감사합니다." 나는 아빠가 아침에 신발을 사라고 주신 돈을 들고 집을 나섰다. 나는 아빠가 주신 돈, 거금 4만 원을 들고 잔뜩 경계하며 길을 걸었다. '신발처럼 잃어버리면 어쩌지?' 생각하며 손을 주머니에 넣고 돈을 주물럭거리면서 적선시장 골목으로 내려갔다.
시장은 시장이라기보다 그냥 골목처럼 좁았다. 하지만, 골목으로 오밀조밀, 다닥다닥 형제처럼 붙은 음식점과 식료품 가게가 있는 아기자기한 곳! 내가 찾는 신발가게는 시골 마을에 있는 골동품 가게 같았다. 꼭 어릴 때 보았던 <검정 고무신> 만화에 나오는 것 같은 옛날 신발가게였다. 밖에는 기다랗고 낮은 탁자를 놓고 그 위에 신발을 전시해놓고 있었다. 안에는 어두컴컴해서 주인은 보이지 않고, 양쪽 벽으로 신발 상자가 가득 쌓여 있고, 굽이 있는 구두는 다른 선반에 전시하고 있었다. 벽지도 없고, 낡은 풍경이 참 이상하게 참신하였다.
아직 이런 옛날 가게가 존재하는구나! 갖가지 조명과 상표로 가득한 매장에서 보는 신발과는 느낌이 달랐다. 가게 한쪽 구석에는 작고 낡은 소파와 TV가 있었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누워 주무시고 계신 듯 보였다. 나는 한발짝 한발짝 다가갔는데, 할아버지는 나의 작은 발소리를 알아채시고 벌떡 일어나셨다. 나는 얼떨결에 "운동화 있습니까?" 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모든 박스의 내용물을 아시는 듯, 구석진 곳에서 신발 상자를 꺼내셨다. 안에는 비닐 보따리에 쌓인 운동화가 들어 있었다.
가게의 허름한 모습과는 달리 디자인도 괜찮았고, 안감은 푹신했고 아주 튼튼해 보였다. 할아버지께서는 12000원이라고 하셨다. 한 3만 원 정도 예상했는데, 너무 싼값이 아닌가? 나는 엄마, 아빠가 하는 것처럼 "다른 데서 조금만 더 구경하다 올게요!" 하고 가게를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서 이 근처 신발가게와 대형마트를 검색해 보았지만, 딱히 뾰족한 게 없었다. 나는 대충 점심을 먹고 다시 그 가게로 향했다. 이번에는 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같이 계셨다.
할머니는 가게에 들어선 나를 먼저 "뭐주까?" 하고 맞이하셨다. 나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아까 보았던 걸로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내 발보다는 조금 커서 한 치수 작은 것으로 부탁드렸다. 할아버지는 또 능숙하게 깊은 곳에서 한 박스를 집어주셨다. 아까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괜찮았다. 가격은 같았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계산했고, 할아버지는 신발을 박스에 담아 검은 비닐에 담아주셨다. 나는 검정 고무신 만화에서 주인공이 새 신발을 산 게 너무 좋아 신발 박스를 안고 내달리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비닐봉지를 냅다 휘두르며 집으로 겅중겅중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