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시장님을 만난 날!
2012. 2. 7. 08:48ㆍ일기
<우리들의 시장님을 만난 날!>
2012.02.03 금요일
저녁 7시 6분! 나는 지난 구정 연휴때 막내 고모께서 사 주신 새 티셔츠와 새바지, 새신발을 쫙 빼입고, 서울 시청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갔다. 버스를 탔는데 차가 막혔고, 서울시특별위원회 건물이랑 시청 건물이 헷갈려 한참을 헤맸던 것이다. 나는 13층으로 오르는 엘리베이터에 간신히 타고도 발을 동동 굴렀다. 13층에 내리니 마침 TNM에서 근무하시는 담요님의 안내를 받아, 내이름이 쓰여진 명찰을 달고 서둘러 블로거 간담회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은 TNM에서 주최하는 <박원순 서울 시장 블로거 간담회>가 열리는 날이다. 나는 이틀 전에 간담회 소식을 알게 되었다. 평소 박원순 서울 시장님을 직접 만나뵙고 싶었는데, 부랴부랴 댓글로 지원하였다. 간담회장 안에 들어서니, 방송사 카메라맨 아저씨들, 노트북을 무릎에 올리고 바쁘게 타자를 치는 사람들, 간담회에 참석한 30명의 블로거들이 자리를 꽉 메운 것을 보고, 가슴이 둠팡둠팡! 뛰었다.
내가 어디 앉을 지 몰라 어리버리하고 있을때, TNM의 대표이신 한영 아저씨께서 "상우, 조금 늦었구나! 어서 저기 앉으렴!" 하고 나에게 와서 어깨동무를 하고 말씀하셨다. 나도 반갑게 "반갑습니다! 길을 조금 해맸어요!" 하며 한영님이 손으로 짚어주신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의 블로거 분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이카리아님께서 주신 샌드위치를 까서 우물거리며,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고 정면을 보았다. 박원순 서울 시장님께서는 이미 나와서 앉아 계셨고, 그옆에는 상당히 낯이 익은 진행자 아저씨가 함께 앉아 계셨는데, 나는 그분이 누구인지 곧 기억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이번 블로그 간담회의 사회를 맡게 된 정운현이라고 합니다!" 그렇다! 오마이뉴스의 편집국장이셨고, 한때 TNM의 대표이기도 하셨던, 또 나를 초등학교 5학년 때 인터뷰하셨던 정운현님이셨다! 박원순 시장님께서도 간담회장 안에 있는 블로거들과, 주욱~ 한 번 눈을 맞추시며 "만나서 반갑습니다!" 밝게 인사하셨다. 간담회장 안이 바깥이랑 다르게 너무 더워서, 이카리아님께서 주신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데, 정운현님께서 "자, 먼저 패널 질문에 들어가겠습니다. 패널 질문 열 분 정도 먼저 하고, 자유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하셨다. 나는 배가 고파서 입안에 터질 듯이 샌드위치를 물고 '음, 그렇구나. 이거 정말 흥미진진하겠는데...' 생각했는데, 갑자기 "자, 그럼 첫번째 패널 질문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권상우군 왔나요? 아, 상우 왔니? 상우, 일어나 보세요!"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불과 몇초 전에 막 들어와서 숨을 돌리고, 이제 간담회장 안의 구조 정도 파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질문이라니? 오, 이럴 수가! 지금 실시간으로 각종 TV에 생중계 된다고 하는데, 여기서 '으악, 잠시만요!' 할 수도 없고 그냥 얼떨결에 일어나 인사를 했는데, 입안에 있던 샌드위치를 꿀떡 삼키지 못한 채 우물거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게 되었다. 다행히 박원순 시장님께서 질문을 시작하기 전에 블로거 간담회를 축하한다는 모두 발언을 좀 길게 하시는 바람에, 그사이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질문을 생각했다. 이카리아님이 주신 종이에 나의 패널 질문이 적혀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이틀전 박원순 시장님께 드리고 싶은 질문을 댓글로 적어 낸 것이었다.
나는 질문 다섯 가지 정도 준비했는데, 여기 모인 블로거들이 모두 질문하려면, 시간상 한가지 질문만 허락될 것 같아서 어떤 질문을 할까? 조금 고민하였다. 사실 나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시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박원순 시장님이 생각하시기에 현재 서울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며, 시장님께서 만들고 싶은 서울시는 어떤 모습인가요?" 하는 질문으로 첫 패널의 문을 열고 후다닥 앉았다. 내가 질문하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나간다니, 좀더 크고 우렁차게 말을 할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는 곧 먹다만 샌드위치를 슬쩍슬쩍 먹어가며 시장님의 답변에 귀를 곤두세웠다.
시장님께서는 웃으면서도 생각하는 듯한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질문에 침착하게 답 해주셨다. 시장님이 한 대답 중에서 서울 시장은 시장의 꿈을 달성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들의 꿈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자리라는 말씀과, 사람이 도시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도시가 사람을 위해 존재하리란 말씀이 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시장님은 답변을 하시는 중간에 "우리 상우군은 통찰력이라는 어려운 말도 잘 이해할 것 같네요, 중학생이지만 그죠? 그런데 아까부터 꾸준히 뭘 먹고 있네!" 하시면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드셨다. 나는 그런 시장님이 너무 포근하게 느껴졌다.
시장님은 예상하고 있었던 질문이던, 급작스럽게 받는 질문이던 블로거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성의껏 답변을 해주셨다. 블로거들도 또리또리하고 진지한 눈빛으로 질문에 임했고, 이렇게 진지하고 열정적인 간담회를 본 적이 없어, 내가 이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명스럽기만 했다. 나는 그저 샌드위치를 우적우적 먹고 물과 음료수를 마시면서, 시장님이 주연으로 나오고 시민들과의 거리낌없는 대화를 찍은 좋은 한 편의 영화를 지켜보는 관람객이 된 기분이었다. 박원순 시장님은 아까부터 느낀 건데 얼굴에 패인 주름살조차도 많은 생각에서 우러나오는 것처럼 보였고, 시장님의 답변이 내 귓가에 울려 깊게 깊게 남았다.
"서울 시민들이 이렇게 똑똑하잖아요! 시민들의 지혜를 그대로 옮겨와야 되겠어요!", "지하철 노숙자들 때문에 여자들과 아이들이 화장실을 볼 때, 불편을 겪는다고 하는데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이 영하 17도가 넘는 날씨에 노숙자들 쫓아내면 다 얼어죽으란 얘깁니까?", "저는 대학을 못 간 고등학교 졸업생 30%에게도 공무원 9급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하여 공무원 일자리를 얻게 할 것이예요. 저는 성적 순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 보다는 사회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고, 리더쉽이 있고, 팀웍을 잘 갖춘 사람이 훌륭한 학생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바꿀 것입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자유 질문 시간에 한 유명한 교육 블로거께서 던진 질문이 내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금 서울시에는 잘 사는 아이들은 오페라니 온갖 공연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방구석에 곰팡이가 부슬부슬 썩어 있는 집의 아이들은 할 것이 없어 온종일 인터넷 게임이나 하고, 케이블 TV 만화 영화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지요. 그 아이들의 꿈은 어떻게 할 겁니까?" 나는 그 질문에 눈물이 핑 돌았다. 시장님의 대답은 이랬다. "엘시스트 테마라는 영화 보면 나오잖아요. 가난한 동네의 아이들에게 악기를 주어 오케스트라를 만드니깐 온나라가 아이들 악기소리로 가득하게 되고 범죄가 줄게 되잖아요. 저도 이렇게 구청 단위마다 권유를 드렸고, 예산도 지원할 생각이예요. 아이들이 문화의 향수자로서가 아니라, 문화의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서 본 아이들은 자신감도 생기고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생겨나고요..."
나는 입을 헤~ 벌리고 시장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는데, 담요님께서 옆에 슬쩍 오셔서 내게 부탁하셨다. 간담회 끝나고 시장님 취임 100일을 기념하여, 블로거들이 준비한 깜짝 케익을 직접 전달하라고! 나는 입을 오! 하며 이게 왠 영광이야? 깜짝 놀랐다. 정말로 간담회가 끝난 뒤, 나는 브루스님과 케잌을 아주 무겁고 귀한 골동품을 들듯이 함께 들고 나가 시장님께 드리고 사진 촬영도 하였다. 그리고 간담회 후, 시장님 집무실로 올라가 견학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장님은 한마디로 엄청난 일벌레셨다. 시장님의 집무실은 책이 많고 빽빽하여 도서관 같았고, 책상은 갖은 서류로 빈틈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특히 책뿐만 아니라 두꺼운 파일이 아주 많았는데, 박원순 시장님께서 그중 하나를 자랑스럽게 꺼내보이시며 자신이 일일히 만든 '스크랩북'이라고 하셨다. 그중에는 1990년도 공부하던 시절에 만든 것 부터, 지금 시장직을 하면서 받은 편지까지 모두 직접 스크랩하여 책처럼 만든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1년을 걸려 만든 국어노트 한 개보다 더 두꺼웠는데, 그런 스크랩북이 한두개가 아니라, 온 책장을 가득 메우고도 수납 공간이 모자라 책상 옆에 쌓아두었다. 모두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손수 풀, 가위로 오려서 만드신, 정성이 가득 담긴 장인정신이 서려 있는 스크랩북이었다.
집무실을 나가며 한사람 한사람 악수하며 사진 찍을 때, 나는 간담회 때 미처 못했던 질문을 드렸다. "시장님, 시장님의 집무실을 보니 책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저도 책을 많이 좋아한답니다. 저와 같은 중학생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없으신가요?" 그러자 시장님께서는 잠시 으음~ 하더니, "그럼 기념으로 하나 줄 테니까 가져 가게나!" 하셨다. 시장님은 여러 개의 책무더기에서 순식간에 하나를 쑥~ 뽑아 건네시며, "이건 내가 번역을 하라고 해서 번역하게 된 책이라네!" 하시며, 책을 바로 열면 나오는 앞면에 싸인까지 해주셨다. 책 제목은 <나는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나는 기분이 얼떨떨하였다. 나같은 어린 중학생의 물음에 아끼는 책을 싸인까지 해주며 호쾌하게 건네 주신 우리들의 시장, 바로 박원순 시장님이었다!
2012.02.03 금요일
저녁 7시 6분! 나는 지난 구정 연휴때 막내 고모께서 사 주신 새 티셔츠와 새바지, 새신발을 쫙 빼입고, 서울 시청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갔다. 버스를 탔는데 차가 막혔고, 서울시특별위원회 건물이랑 시청 건물이 헷갈려 한참을 헤맸던 것이다. 나는 13층으로 오르는 엘리베이터에 간신히 타고도 발을 동동 굴렀다. 13층에 내리니 마침 TNM에서 근무하시는 담요님의 안내를 받아, 내이름이 쓰여진 명찰을 달고 서둘러 블로거 간담회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은 TNM에서 주최하는 <박원순 서울 시장 블로거 간담회>가 열리는 날이다. 나는 이틀 전에 간담회 소식을 알게 되었다. 평소 박원순 서울 시장님을 직접 만나뵙고 싶었는데, 부랴부랴 댓글로 지원하였다. 간담회장 안에 들어서니, 방송사 카메라맨 아저씨들, 노트북을 무릎에 올리고 바쁘게 타자를 치는 사람들, 간담회에 참석한 30명의 블로거들이 자리를 꽉 메운 것을 보고, 가슴이 둠팡둠팡! 뛰었다.
내가 어디 앉을 지 몰라 어리버리하고 있을때, TNM의 대표이신 한영 아저씨께서 "상우, 조금 늦었구나! 어서 저기 앉으렴!" 하고 나에게 와서 어깨동무를 하고 말씀하셨다. 나도 반갑게 "반갑습니다! 길을 조금 해맸어요!" 하며 한영님이 손으로 짚어주신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의 블로거 분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이카리아님께서 주신 샌드위치를 까서 우물거리며,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고 정면을 보았다. 박원순 서울 시장님께서는 이미 나와서 앉아 계셨고, 그옆에는 상당히 낯이 익은 진행자 아저씨가 함께 앉아 계셨는데, 나는 그분이 누구인지 곧 기억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이번 블로그 간담회의 사회를 맡게 된 정운현이라고 합니다!" 그렇다! 오마이뉴스의 편집국장이셨고, 한때 TNM의 대표이기도 하셨던, 또 나를 초등학교 5학년 때 인터뷰하셨던 정운현님이셨다! 박원순 시장님께서도 간담회장 안에 있는 블로거들과, 주욱~ 한 번 눈을 맞추시며 "만나서 반갑습니다!" 밝게 인사하셨다. 간담회장 안이 바깥이랑 다르게 너무 더워서, 이카리아님께서 주신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데, 정운현님께서 "자, 먼저 패널 질문에 들어가겠습니다. 패널 질문 열 분 정도 먼저 하고, 자유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하셨다. 나는 배가 고파서 입안에 터질 듯이 샌드위치를 물고 '음, 그렇구나. 이거 정말 흥미진진하겠는데...' 생각했는데, 갑자기 "자, 그럼 첫번째 패널 질문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권상우군 왔나요? 아, 상우 왔니? 상우, 일어나 보세요!"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불과 몇초 전에 막 들어와서 숨을 돌리고, 이제 간담회장 안의 구조 정도 파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질문이라니? 오, 이럴 수가! 지금 실시간으로 각종 TV에 생중계 된다고 하는데, 여기서 '으악, 잠시만요!' 할 수도 없고 그냥 얼떨결에 일어나 인사를 했는데, 입안에 있던 샌드위치를 꿀떡 삼키지 못한 채 우물거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게 되었다. 다행히 박원순 시장님께서 질문을 시작하기 전에 블로거 간담회를 축하한다는 모두 발언을 좀 길게 하시는 바람에, 그사이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질문을 생각했다. 이카리아님이 주신 종이에 나의 패널 질문이 적혀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이틀전 박원순 시장님께 드리고 싶은 질문을 댓글로 적어 낸 것이었다.
나는 질문 다섯 가지 정도 준비했는데, 여기 모인 블로거들이 모두 질문하려면, 시간상 한가지 질문만 허락될 것 같아서 어떤 질문을 할까? 조금 고민하였다. 사실 나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시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박원순 시장님이 생각하시기에 현재 서울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며, 시장님께서 만들고 싶은 서울시는 어떤 모습인가요?" 하는 질문으로 첫 패널의 문을 열고 후다닥 앉았다. 내가 질문하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나간다니, 좀더 크고 우렁차게 말을 할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는 곧 먹다만 샌드위치를 슬쩍슬쩍 먹어가며 시장님의 답변에 귀를 곤두세웠다.
시장님께서는 웃으면서도 생각하는 듯한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질문에 침착하게 답 해주셨다. 시장님이 한 대답 중에서 서울 시장은 시장의 꿈을 달성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들의 꿈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자리라는 말씀과, 사람이 도시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도시가 사람을 위해 존재하리란 말씀이 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시장님은 답변을 하시는 중간에 "우리 상우군은 통찰력이라는 어려운 말도 잘 이해할 것 같네요, 중학생이지만 그죠? 그런데 아까부터 꾸준히 뭘 먹고 있네!" 하시면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드셨다. 나는 그런 시장님이 너무 포근하게 느껴졌다.
시장님은 예상하고 있었던 질문이던, 급작스럽게 받는 질문이던 블로거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성의껏 답변을 해주셨다. 블로거들도 또리또리하고 진지한 눈빛으로 질문에 임했고, 이렇게 진지하고 열정적인 간담회를 본 적이 없어, 내가 이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명스럽기만 했다. 나는 그저 샌드위치를 우적우적 먹고 물과 음료수를 마시면서, 시장님이 주연으로 나오고 시민들과의 거리낌없는 대화를 찍은 좋은 한 편의 영화를 지켜보는 관람객이 된 기분이었다. 박원순 시장님은 아까부터 느낀 건데 얼굴에 패인 주름살조차도 많은 생각에서 우러나오는 것처럼 보였고, 시장님의 답변이 내 귓가에 울려 깊게 깊게 남았다.
"서울 시민들이 이렇게 똑똑하잖아요! 시민들의 지혜를 그대로 옮겨와야 되겠어요!", "지하철 노숙자들 때문에 여자들과 아이들이 화장실을 볼 때, 불편을 겪는다고 하는데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이 영하 17도가 넘는 날씨에 노숙자들 쫓아내면 다 얼어죽으란 얘깁니까?", "저는 대학을 못 간 고등학교 졸업생 30%에게도 공무원 9급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하여 공무원 일자리를 얻게 할 것이예요. 저는 성적 순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 보다는 사회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고, 리더쉽이 있고, 팀웍을 잘 갖춘 사람이 훌륭한 학생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바꿀 것입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자유 질문 시간에 한 유명한 교육 블로거께서 던진 질문이 내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금 서울시에는 잘 사는 아이들은 오페라니 온갖 공연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방구석에 곰팡이가 부슬부슬 썩어 있는 집의 아이들은 할 것이 없어 온종일 인터넷 게임이나 하고, 케이블 TV 만화 영화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지요. 그 아이들의 꿈은 어떻게 할 겁니까?" 나는 그 질문에 눈물이 핑 돌았다. 시장님의 대답은 이랬다. "엘시스트 테마라는 영화 보면 나오잖아요. 가난한 동네의 아이들에게 악기를 주어 오케스트라를 만드니깐 온나라가 아이들 악기소리로 가득하게 되고 범죄가 줄게 되잖아요. 저도 이렇게 구청 단위마다 권유를 드렸고, 예산도 지원할 생각이예요. 아이들이 문화의 향수자로서가 아니라, 문화의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서 본 아이들은 자신감도 생기고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생겨나고요..."
나는 입을 헤~ 벌리고 시장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는데, 담요님께서 옆에 슬쩍 오셔서 내게 부탁하셨다. 간담회 끝나고 시장님 취임 100일을 기념하여, 블로거들이 준비한 깜짝 케익을 직접 전달하라고! 나는 입을 오! 하며 이게 왠 영광이야? 깜짝 놀랐다. 정말로 간담회가 끝난 뒤, 나는 브루스님과 케잌을 아주 무겁고 귀한 골동품을 들듯이 함께 들고 나가 시장님께 드리고 사진 촬영도 하였다. 그리고 간담회 후, 시장님 집무실로 올라가 견학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장님은 한마디로 엄청난 일벌레셨다. 시장님의 집무실은 책이 많고 빽빽하여 도서관 같았고, 책상은 갖은 서류로 빈틈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특히 책뿐만 아니라 두꺼운 파일이 아주 많았는데, 박원순 시장님께서 그중 하나를 자랑스럽게 꺼내보이시며 자신이 일일히 만든 '스크랩북'이라고 하셨다. 그중에는 1990년도 공부하던 시절에 만든 것 부터, 지금 시장직을 하면서 받은 편지까지 모두 직접 스크랩하여 책처럼 만든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1년을 걸려 만든 국어노트 한 개보다 더 두꺼웠는데, 그런 스크랩북이 한두개가 아니라, 온 책장을 가득 메우고도 수납 공간이 모자라 책상 옆에 쌓아두었다. 모두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손수 풀, 가위로 오려서 만드신, 정성이 가득 담긴 장인정신이 서려 있는 스크랩북이었다.
집무실을 나가며 한사람 한사람 악수하며 사진 찍을 때, 나는 간담회 때 미처 못했던 질문을 드렸다. "시장님, 시장님의 집무실을 보니 책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저도 책을 많이 좋아한답니다. 저와 같은 중학생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없으신가요?" 그러자 시장님께서는 잠시 으음~ 하더니, "그럼 기념으로 하나 줄 테니까 가져 가게나!" 하셨다. 시장님은 여러 개의 책무더기에서 순식간에 하나를 쑥~ 뽑아 건네시며, "이건 내가 번역을 하라고 해서 번역하게 된 책이라네!" 하시며, 책을 바로 열면 나오는 앞면에 싸인까지 해주셨다. 책 제목은 <나는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나는 기분이 얼떨떨하였다. 나같은 어린 중학생의 물음에 아끼는 책을 싸인까지 해주며 호쾌하게 건네 주신 우리들의 시장, 바로 박원순 시장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