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17. 03:46ㆍ일기
<중학생이 서울 시장이었던 하루!>
2012.04.09 화요일
불과 한 달 전, 나는 단 하루 동안의 서울 시장 체험을 했었다! 나는 서울광장을 박원순 서울 시장님 곁에 그림자처럼 붙어서 활보하고 다녔었다. 나는 박원순 시장님과 함께 하는 <일일 시장 체험>의 세번째 주인공으로 발탁되어, 오전부터 광진구 놀토 체험관을 견학하고 점심을 먹고, 서울 광장을 답사하는 중이었다.
서울광장은 언제나 사람이 많았지만,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갖가지 여성 행사가 열려서, 전국의 여성 단체가 구름처럼 몰려들어 광장을 가득 메웠다. 행사 천막도 구석구석 빽빽하게 들어서서, 서울광장에 꼭 커다란 서커스가 열리고 있는 것 같았다.
현장에서 느꼈던 박원순 시장님의 인기는, 몇 초 이상 걸을 수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박원순 시장님의 등장에 열광하며, 모두 한 번씩 말을 붙여보려고 하였다. 박원순 시장님의 스케줄이 빡빡하여 1분도 늦춰지면 안되는 상황에서, 시장님은 말을 걸어오는 시민들에게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셨고, 직원 분들이 동작 빠르게 안내해 주는대로 천막도 하나하나 들러보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계속 뒤에서 나를 시장님 옆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직원 분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서울광장의 무수한 인파에 묻혀버린 미아가 되었을 것이다.
서울광장은 수업시간에 들은 중국의 인해전술처럼 끝없이 사람이 밀려들어왔다. 박원순 시장님의 인기는 지금까지 내가 태어나서 본 사람들 중, 제일로 폭발적이었다. 보는 사람 사람마다 손을 내밀어 악수하고 싶어 하였고, 시장님이 스쳐지나가기만 하여도 사람들이 파도치듯 몰렸다. 그런데 나는 덩치 큰 어린애가 시민시장 명찰을 달고, 시장님 옆에서 쭈뻣쭈뻣하게 따라다니니 아주 민망했다. 나는 시장님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본능적으로 옆으로 자꾸만 빠지려고 하였고, 그때마다 시장님을 보좌하는 사람들은 나를 조금이라도 더 시장님의 가까이에 붙여놓으려고 나를 밀었다.
시장님께서는 천막 하나하나 들리면서 서명해주시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모자도 사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시고 커피도 받아주셨다. 아주 시민들이 해달라는 것을 다해줄 것처럼, 시의 한사람, 한사람 모두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각오를 가진 사람처럼 말이다. 사실 지금껏 TV를 통해 내가 봐왔던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나 국민을 생각하는 것처럼 얘기하고, 겉으로 그렇게 보이도록 연기할 수 있겠지 하는 의구심을 품었었다. 그러나 바로 옆에서 본 나는 알 수 있었다. 그의 몸짓과 말투, 얼굴 근육의 작은 떨림과 손끝의 동작 하나하나까지 그 모든 것에서, 시장님의 마음은 진정으로 해바라기처럼, 시민을 향해 있다는 것을!
만약 보좌관들이 시장님을 이끌어주지 않았더라면, 시장님은 서울광장의 엄청난 인파를 한명 한명 상대해주시느라 하루종일 발이 묶여 꼼짝달싹 못하셨을 것이다. 서울광장 중심부에는 사람들을 위한 의자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고, 그앞에는 두눈에 다 담기 벅찰 정도로 커다란 무대가 펼쳐져 있었고, 나는 시장님과 같은 귀빈의 위치로써 맨 앞자리에 앉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나는 그저 꿈인 것 같았다. 시장님과 같은 자격으로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또 우리나라에 인권단체가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성'이라는 한단어에서 나오는 인권단체만 하여도 수십 개나 된다는 것이 놀라웠고, 서울광장을 폭발시킬 듯한 그 사람들의 열기와 함성이 사람의 힘을 느끼게 하였다.
이번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는 전국 모든 지역의 여성 인권단체가 참가했고, 그 무수한 인파 앞 드넓은 무대 위에 홀로 나선 분은 시민이 선택한 자랑스러운 박원순 서울 시장님이셨다. 나는 맨 앞자리에 앉은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쾅쿵쾅거리고, 시민들이 연호하는 "약속해!" 라는 구호를 따라 외칠 때마다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시장님은 무대에 나서서 모든 시민들과 눈을 마주치며, 또박또박 땀 한방울 흘리지 않으며 말을 이어가셨다. 박원순 시장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사람들은 2002년 월드컵을 재연이라도 하는 것처럼, 우루룽쾅쾅~ 하는 천둥번개보다 더 큰소리로 함성을 질렀다. 그렇게 큰소리를 맨 앞자리에서 듣자니, 묵직한 방망이가 내 머리를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도저히 시장님의 축사에는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시장님은 크지 않은 체구에도 무대에서의 존재감이 꼭 거인과 같았으며, 서울광장의 모든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무언가 따뜻한 기운이 넘쳐흘렀다. 시장님의 축사가 끝나고 일행 분들과 함께 고개를 숙여서, 고양이가 골목길을 지나가듯이 소리없이 차까지 이동하였다. 떠들썩하고 경쾌한 악기 소리를 뒤로 하고 시장님과 내가 탄 차는 다음 행선지로 출발하였다. 달리는 차안에서 나는 서울시를 바라보았다. 비록 몇시간 동안이지만, 그래도 일단 이름표에는 일일 시장이라고 나와있으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시를 시장님의 눈으로 보려고 애써보았다. 시장님도 역시 주름이 자글자글하신 눈으로 서울시를 바라보고 계셨다. 마치 그모습이 훌쩍훌쩍 크고 있는 자식을 보는 아버지와 같았다.
나는 아직 어리고, 우리시의 정책이나 문제점에 관하여 해박하지 않다. 그것보다는 다른 사소한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사춘기의 소년이고, 솔직히 정치 행정 이야기를 오래하고 있자면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아 주눅이 든다. 그래서 시장의 눈으로 서울시를 바라본다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계신 박원순 서울 시장님은 꾸며진 시장님이 아니며, 삶의 한조각 한조각 진실하시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가 그옆에 있었다는 사실을! 서울시는 빈부의 격차가 심한 도시가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 도시로 변화할 것이며, 그 어느 공무원보다 인간적이고 사람다운 시장님을 나는 서울시의 어린 한사람으로서 지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