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아, 쏘지 마!

2009. 9. 28. 08:50일기

<벌아, 쏘지 마!>
2009.09.26 토요일

우리 가족은 광릉 수목원 근처에 있는 분재 공원에서 산책했다. 막 분재로 꾸며진 비닐하우스를 구경하고 나올 무렵이었다.

코스모스가 잔뜩 피어 있는 정원에서, 돌탑을 기지 삼아 영우랑 지구 정복 놀이를 하며 뛰놀다가 엄마, 아빠를 뒤쫓아 가려는데, 갑자기 큰 벌 하나가 내 주위를 붕붕 돌다 사라졌다.

나는 순간 놀랐다가 휴~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 오른쪽 목 뒷쪽이 간지러우면서 뭔가 척~ 붙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하며 온몸이 떨렸다.

나는 뒷목에, 물컵에 맺힌 물방울 같은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돌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단지 끌껍 끽~ 침을 반 정도만 삼키며, 두 눈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굴렸다. 그리고 머릿속엔 끔찍한 기억이 살아났다.

여름에 영우랑 손잡고 병원에 가던 길이었다. 길모퉁이에 있던 벌집을 쓰레기인 줄 알고, 툭~ 쳤다가, 번데기처럼 시커먼 벌들이 한꺼번에 내게 돌진해서, 왼쪽 종아리에 달라붙어 벌침을 톡 쏘았었다. 나는 벌을 떼어내려 난리를 치며 "영우야, 어서 뛰어!"하고 소리를 질렀다. 벌에 쏘이고 난 후, 살점이 도려낸 듯 아파서 한동안 주저앉아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나는 "여, 영우야, 좀 와, 와 봐!" 하고 더듬더듬 앞서가던 영우를 불렀다. "영우야, 여기 뭐 붙었니?", "어, 붙었어, 말벌이야! 아주 큰데!" 영우는 손을 뻗어 벌을 잡으려고 하다가 "으악~"하고 소리 지르며 뒷걸음질쳤다. 나는 얼마나 무서웠던지, "여, 영우야, 조심해~" 하며 울음 섞인 소리를 내고 오줌까지 칫~ 지렸다.

나는 엄마, 아빠를 부르며 눈물, 콧물을 찔찔 흘리는 아기처럼 돼버렸다. 저 멀리서 엄마가 오시며 "상우야, 왜 이렇게 안 와?" 하고 외쳤다. 나는 "으앙~ 엄마, 버얼~!"하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이구, 꼴이 그게 뭐야? 벌에 쏘였어?" 하고 엄마가 인상을 찌푸렸고, 영우가 "형아, 이제 벌 갔어! 울지마!" 해도, 나는 진정이 안 되고 계속 울면서 허으허, 허으허~ 숨을 몰아쉬며, 가슴을 부들부들 떨었다.

벌아, 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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