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피구 시합

2009. 10. 8. 09:01일기

<짜릿한 피구 시합>
2009.10.07 수요일

1교시, 강당에서 여자 대 남자로 피구 시합을 하였다. 모두 세 번의 시합을 했고, 나는 두 번째 시합까지 초반에 공을 맞아 탈락했다.

그래서 마지막 판에는 무조건 끝까지 살아남으리라! 하는 각오로 임했다. 나는 처음부터 아이들 틈에 섞여 공과 멀찍이 떨어져서 뛰어다녔다.

상대방 팀의 선수가 공을 잡으면, 공을 던지려 하는 반대쪽으로 미끄러지듯 뒷걸음질쳤다. 아이들이 슝슝~ 공을 던지는 걸 보면, 내가 공을 던지는 것처럼 짜릿해서, 오른손을 주먹 쥐고 높이 들어 소리를 질렀다.

처음에는 여자팀의 이승희가 공을 높이 던졌다. 나는 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뒷걸음질쳤는데, 어느 틈에 공을 받은 이예진이, 바로 내 뒤에서 칼을 잡은 것처럼 빠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놀랐는지 정글에서 호랑이를 만난 것처럼 까아아~ 소리를 지르며 다시 공을 피해 뒷걸음질쳐서 달아났다.

초반에는 남자 아이들이 많이 탈락했다. 여자 아이들도 우르르 탈락했지만, 남자보다 훨씬 수가 많아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내가 피구를 하면서 깨달은 건데, 공이 날아올 땐 공을 끝까지 바라보며 뒷걸음질쳐서 피해야 하고, 절대로 뒤로 돌아 도망쳐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대부분  남자 아이들은 화살을 피하듯 등을 보이며 도망쳤다.

강당 안은 공을 던지고 피하고 맞추고 꺄아아아~ 아이들의 비명으로 꼭 불난 집 같았다. 갈수록 분위기가 거세지더니, 찬솔이가 던진 공에 민영이가 얼굴을 정통으로 맞았다. 민영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아악! 소리지르며 괴로워했고, 여자 아이들은 민영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잠시 시합이 주춤해진 틈을 타, 나는 두 손을 멋대로 지휘하듯 휘저으며 눈을 감고, 며칠 전에 TV에서 보았던 일본 오키나와의 파란 바다를 떠올렸다. 그러다가 여자 아이들 쪽으로 몸을 돌렸는데, 그때 갑자기 화가 난 민영이가 얼굴이 빨개져서 공을 한 손으로 높이 쳐들고 무섭게 돌진해 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아무나 맞아 죽어라! 하는 기세로 공을 내 쪽으로 던졌다. 나는 아아악~ 죽었구나! 생각하며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허리를 뒤로 젖혔는데, 마법처럼 공이 바로 내 앞에서 퉁~ 튕기더니 내 머리 위로 훌쩍 넘어갔다. 그 기적적인 상황에서 나는 결국 남자 아이들 최후의 6명 안에 살아남았다. 시합은 무승부로 끝났고, 나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꾹 쥐고, 끝까지 살아남은 나를 스스로 칭찬했다.

짜릿한 피구 시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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