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할아버지와 강아지똥

2009. 10. 19. 08:56일기

<이웃 할아버지와 강아지똥>
2009.10.16 금요일

나는 부드러운 이웃 할아버지 댁 인터폰을 눌렀다. "똥동 두루두루 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구세요?" 하는 할머니 목소리가 달착지근하게 들려왔다. "할머니, 저 상우인데 기억하시나요?", "어! 그래, 그래~"

"네~ 할아버지께서 제 블로그에 댓글로 무슨 책을 주신다고 하셔서 받으러..." 하는데, 그때 인터폰 너머로 따뜻한 할아버지 목소리가 뭉글뭉글 들리는 것 같았다.

문이 열리고 할아버지 댁으로 올라가니, "어어~ 들어와!" 하시며 할머니께서 반갑게 문을 여셨다. 할머니가 "할아버진 저기 계시단다!"하며 서재를 가리키시자, 막 할아버지는 강아지똥 책을 들고 마루로 나오고 계시는 중이었다.

"안녕? 상우야! 앉거라! 밥은 먹었니?", "네, 먹고 왔어요.", "집에 엄마 아빠 계시고?", "아니요, 동생 혼자 집을 보고 있어요.", "저런~ 빨리 가봐야겠구나!" 할아버지께서는 소파에 앉아 책을 건네셨다. "자, 상우야! 이 책은 권정생 선생님이라는 유명한 작가님이 쓰신 책인데, 권정생 작가님은 가난하게 사시면서 어린이에게 꿈을 주는 책을 쓰시고, 좋은 일도 많이 한 분이시지~"

할아버지는 마치 지도에 난 길을 꼼꼼히 짚어주시듯, 차근차근 말씀하셨다. 난 이 책을 이미 오래전에 보았는데도, 처음 보는 책인 것 같은 신비스런 기분이 들며 "아, 네에~ 네에~"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할아버지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이 책은 솔직히 말해서, 네가 보기엔 조금 어리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정말 소중하고 보물 같은 책이란다, 이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비천한 강아지똥이 아름다운 민들레를 피우는 이야기란다! 그럼 동생이 기다릴 테니 이제 어서 가보거라~", "네, 할아버지, 할머니,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려 잘가~ 네 글 쓰는 재능이 우리를 즐겁게 하는구나~" 하시며 나란히 문앞에 서신 두 분의 모습이 그림 같았다.

밖으로 나오니 아파트 단지는 이미 해가 져서 어둑어둑했다. 난 천대받던 강아지 똥이 잘게 부서져 거름으로 스며들어, 민들레 꽃을 피워내던 그 감동을 이기지 못하고 책 속에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가장 절망스러웠던 강아지 똥이, 민들레 싹을 있는 힘껏 끌어안은 것처럼, 잠바 속에다가 책을 꼭꼭 끌어안고 집으로 향했다. 내 품 안에 끌어안은 강아지똥이 나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두근두근 부활하는 것을 느끼면서...

이웃 할아버지와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