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만들기

2009. 10. 2. 11:45일기

<담뱃갑 만들기>
2009.09.30 수요일

3교시 보건 시간, 지난 시간에 이어 담배에 대한 수업이 이어졌다. 보건 선생님께서는 텔레비전 화면으로, 우리나라 담뱃갑과 외국 담뱃갑 사진을 차례차례 보여주셨다. 우리는 그 둘이 얼마나 극과 극으로 다른지 몸서리쳤다.

우선 우리나라 담뱃갑에 그려진 그림은, 예쁘고 단순했다. 시원한 대나무 그림, 파란 동그라미 그림, 귀여운 고양이 그림! 이들은 오히려 몸에 좋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깨끗하고 신선해 보였다.

거기에 반해 외국의 담뱃갑들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담배 때문에 입을 벌린 채 파랗게 일그러진 얼굴로 사망한 시체 사진, 뇌에서 피가 입체적으로 콸콸 솟구치는 사진, 쭈글쭈글 썩어가는 폐사진! 담배로 파괴된 몸을 나타낸 그림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조차 저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으로 떨게 했다.

선생님은 외국 담뱃갑처럼 무서운 담뱃갑을 만들어서, 추석에 담배를 피우는 친척에게 드리자는 특별 작전을 발표하셨다! 아이들은 무서운 로봇으로부터 지구를 탈환하기 위해 작전을 듣는 전사들처럼 눈을 크게 뜨고, 침을 꼴갑~ 삼키고,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잘근 물고, 목을 쭉 편 자세로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우리에게는 미션처럼 담뱃갑을 만들 종이와 색도화지 한 장이 나누어졌다. 종이를 담뱃갑 모형으로 네모나게 오리고, 그 위에 색도화지를 풀로 붙여 덧대고, 다시 오린 후 색도화지가 있는 부분에 끔찍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 뒤 칼집을 내고 풀을 칠해 조립하면 완성이 되는 것이다.

선생님은 군대에서 조교가 군인들을 감시하는 것처럼, 저르벅, 저르벅~ 우리 사이를 힘있게 걸어 다니시며 우리를 도와주셨다. 어떤 아이는 잘 안되는지, 끙끙대며 두세 번 그림을 자꾸 고치고, 어떤 아이는 구슬 같은 땀을 조롱조롱 떨어뜨리며 담뱃갑을 부치고, 어떤 아이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사삭삭~ 가위질을 하였다.

이렇게 해서 모두 개성 있고 재미있는 담뱃갑을 만들었다. 나는 담배 연기에서 빠져나온 시커먼 악마가, 뇌와 폐에 손을 뻗어 망가뜨리는 그림을 그리고, 뒤쪽에는 '담배, 당신을 천천히, 그러나 깊숙이 당신을 죽음이라는 종착역에 도다르게 해줄 것입니다!'라는 비장한 문구도 써 넣었다. 그러나 정작 내 주위에는 담배를 피우는 친척이 없어서, 이담에 커서, 내가 담배의 유혹에 시달릴 때가 오면 꺼내보기로 마음먹었다!

담뱃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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