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다 급해!

2009. 9. 18. 08:56일기

<급하다 급해!>
2009.09.17 목요일

학교 끝나고 돌아올 때 석희가 물었다. "상우야, 아까부터 왜 그렇게 똥 씹은 얼굴이니?", "으응~ 계곡에서 괴물이 나오려고 그러거든!", "그러면 우리 집에서 누고 가!"

나는 차마 석희네 집에서 실례할 수 없어서, 헤헤~ 사양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집에 오자마자 나를 기다렸던 가족들과 급하게 외출을 하느라, 화장실 가는 걸 잠시 잊어버렸다.

그리고 한 두 시간 쯤 흘렀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갑자기 온몸이 배배꼬이며 배가 꽉 당겨오듯  아팠다. 나는 이예으호~ 이상한 소리를 내질렀다. 내가 계속 크게 다친 사람처럼 "으아으으!" 하고 탄식하자 가족들은 "상우야, 괜찮니?" 하고 물었다.

나는 "똥이 너무 마려워서 그래요! 아빠, 최대한 빨리 집에 가주세요!" 하고 간신히 말하였다. 나는 몸을 이쪽저쪽 바꿔 앉으며 흠~ 파아~ 심호흡을 하기도 하고, 두 손으로 배를 안고 끄우~ 하며 신음했다. 그러다가 갈수록 기절할 것처럼 배가 아파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으흐흐 아흐~ 하면서 몸부림쳤다.

그런데 우리가 가는 길마다, 작은 골목이라도 신호등이 빨간불을 내보내서 자꾸 차가 멈춰 섰다. "어허~ 오늘따라 신호가 왜 이렇게 기냐?" 하시는 아빠의 목소리가 나를 약 올리는 것처럼 들려왔다. "형아, 똥꼬에 힘을 꽉 주고 조금만 참아!" 하며 영우가 내 배를 눌렀다.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차 문을 박차듯 뛰어나가 한달음에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두운 부엌 마루 벽에 붙어 있는 두꺼비집을 올리고, 막 화장실에 들어가려던 참에, 그사이 따라 들어온 영우가 먼저 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아우, 영우야! 어서어서 빨리~!" 하고 고함을 쳤다.

드디어 화장실에 들어가 바지를 벗고 변기에 앉을 때까지의 시간은, 마치 영화에 나오는 슬로우모션처럼 세상에서 가장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곧 푸루룩~ 소리와 함께, 내 입에선 후아아아~ 하는 숨소리가 흘러나오고, 내 주위에는 몇십 분 동안의 긴박했던 상황이 끝났다고 나팔을 부는 천사들이 몽롱하게 보였다. 으하핫!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 모두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새 나라에 온 것처럼 이렇게 산뜻할 수가! 나는 생각했다. 이 세상 모든 일이 똥 누는 것처럼, 마지막이 시원하면 얼마나 좋을까?

급하다 급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