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닥쳐온 신종플루

2009. 8. 29. 08:50일기

<우리 학교에 닥쳐온 신종플루>
2009.08.27 목요일

"딩댕, 동댕~ 현재 관리사무소에서 긴급 속보를 알려 드립니다! 삼숭초등학교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했으니, 8월 27일 오늘부터 9월1일까지 임시 휴교에 들어갑니다!"

아침 7시 40분, 막 아침밥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을 때 들려온 안내방송이었다. 우리는 마치 전쟁이 났다는 방송을 들은 것처럼 얼굴이 하얘졌다. 그렇지 않아도 밖에는 비가 폭탄처럼 엄청나게 쏟아지고, 천둥도 쿠구궁! 쉬지 않고 내리쳤다.

가방을 싸던 영우는 겁먹은 얼굴로 내 옆에 바짝 붙었다. 나는 영우를 쓰다듬고, 친구 석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석희는 아직 자고 있었다. 또 친구 성환이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순간 더럭 겁이 났다. 오늘부터 신종플루 때문에 등교할 때, 교문 앞에서 체온을 재기로 했었는데, 성환이는 우리 반에서 항상 제일 일찍 학교에 오기 때문에, 혹시 체온을 재다 감염자로 발견된 건 아닐까?

선생님께도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은 차분한 목소리셨고, 휴교 기간에 건강하도록 당부하셨다. 뉴스에서 신종플루 때문에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더니, 이거 보통 일이 아니로구나! 나는 좀 더 정확히 알아보려고, 인터넷 앞에 눈을 부릅뜨고 앉아 도도독 두드려가며, 신종 플루란 놈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신종플루는 원래 있던 바이러스가 이상하게 변화한 것으로, 바이러스 기형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몸이 약한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합병증을 일으켜 아주 위험하다. 신종플루 감염자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뉴스에서는 '감기보다 약하다, 휴식만으로도 치료 가능'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첫번째 사망자가 나오고 나니, 방심하고 버린 담뱃재가 큰불이 된 것처럼 감염자수도 늘어나고, 전 세계가 들썩들썩 거리고 있다.

나는 1년 전, 썩은 이를 치료하려 병원에 갔을 때가 떠올라서 몸이 떨렸다. 그냥 충치 치료였지만, 마치 큰 병에 걸려 치료해도 살 가망이 있을까 말까 한 큰 수술을 받는 것처럼 무서웠다. 왜냐하면, 차가운 병원 침대와 불빛과 썩은 부분을 긁어내는 달그락거리는 뾰족한 치료기구 소리가 공포심을 주었고, 힘없이 누워있는 나 자신이 너무나 나약하고 작은 존재 같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내 발을 꼭 잡아주고 안심시켜 주어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았지만, 지금 내 마음은 그때 병원에서처럼 초조하고 불안해진다.

이번엔 그때처럼, 엄마가 발을 만져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무시무시한 병이 돌고 있는데, 나 스스로 나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에 정신이 퍼뜩 든다. 설마 나한테는 그런 몹쓸 병 안 걸려! 하는 사이에, 사상자를 내는 게 이번 신종 플루의 무서운 점인 것 같다. 도대체 학교에서 감염되었다는 그 아이는 누구일까? 제발 이 위기를 잘 넘겨야 할 텐데... 휴교가 끝나고 학교에 가게 되면, 정말 후회 없이 학교생활 할 거야! 반성하고 또 다짐하면서, 나는 가족들에게 학교에서 배운대로, 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해 손가락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는 방법을 설명하느라, 입안에서 밥알이 막 튀겨나갔다.

우리 학교에 닥쳐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