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솔아, 미안해!

2009. 8. 6. 14:06일기

<찬솔아, 미안해!>
2009.08.05 수요일

해가 끓는 듯한 오후, 영우와 함께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했던 책을 반납하고, 다시 새책을 빌려나오는 길에, 배가 출출해서 불타는 토스트 가게에 들렀다.

토스트를 한 개씩 먹고 막 나가려는 참에, 가게를 먼저 나간 영우가 밖에서 손뼉을 치면서, 누군가에게 엉덩이를 샐록샐록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카랑카랑 찢어지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는 서둘러 가게에서 나와 무슨 일인가 두리번거렸다. 그랬더니 가게 앞에는 우리 반 친구 찬솔이가 있었다. 자전거를 탄 찬솔이는, 이제 바로 우리 앞에 날렵하게 자전거를 세우는 중이었다. 운동을 잘하는 근육질의 찬솔이는, 자전거를 탄 모습이 오토바이를 탄 것처럼 늠름해 보였고, 말을 탄 사람처럼 굳세 보였다.

"상우야, 마침 너희 집에 다녀오는 길이란다! 너네 엄마가 너 나갔다더니 정말이구나. 나랑 지금 놀 수 있니?", "찬솔아, 나도 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난 지금 집에 가서 당장 해야 할 급한 일이 있단다!" 나는 손에 든, 우리나라 갯벌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을 만지작거리며 간신히 말했다. 그러자 찬솔이는 눈 밑이 검어지도록 인상을 쓰고 "상우야, 난 오늘도 어제도 그저께도 너랑 놀려고 너네 집에 갔었어. 그런데 번번이 니가 없어서 허탕만 쳤거든! 오늘은 나랑 놀아주면 안 되겠니?" 하는 것이었다.

나는 헤죽헤죽 말했다. "미안하지만 찬솔아, 다른 애랑 놀면 안 되겠니? 내가 꼭 할 일이 있어서...", "안 돼!" 난 빌린 책을 당장 읽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사실 찬솔이와 같이 놀 상태가 아니었다.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숨을 쉬기도 어려워서, 오로지 그늘을 찾아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게다가 찬솔이는 타고난 건강맨으로, 한번 놀기 시작하면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꼴딱 세우고도 모자랄 만큼 강인한 체력을 지녔다. 난 더위를 뚫고 찬솔이와 뛰어놀 자신이 없었다.

찬솔이는 기분이 상한 듯, 자전거를 홱~ 돌려 4단지 쪽으로 가버렸다. 나는 우리 집 5단지 쪽으로 걷지 않고, 찬솔이를 따라 4단지 쪽으로 걸어갔다.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날렵하게 자전거를 모는 찬솔이를 뒤뚱뒤뚱 쫓아가듯 걸었다. 찬솔이는 아파트 사이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나를 앞질렀다가, 빙글~ 내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속도를 맞추기도 하였다. 찬솔이는 계속 내게 조금만 놀자고 권유하였지만, 나는 그때마다 급한 일이 있다는 핑계로 놀기를 피하였다.

그렇게 찬솔이와 걸으며 옥신각신 겨루다가, 5단지로 들어서는 노을교 다리 앞에서 갈라져 돌아올 때, 찬솔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방학이 시작되고 몇 번씩이나 찾아와 주었는데, 그때마다 어긋나, 나는 한 번도 같이 놀아주지 못했다. 우리 집에서 찬솔이 집까지 꽤 거리가 있는데도 찾아온 찬솔이를 맨날 돌려보낸 것이, 후회의 파도로 몰려왔다. 찬솔아, 미안해! 내일은 내가 너희 집으로 찾아갈게, 각오해라!

찬솔아,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