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와의 대화

2009. 8. 19. 10:15일기

<은지와의 대화>
2009.08.16 일요일

우리 가족은 아빠 친구, 동규 아저씨 가족을 만나, 중국 요리집으로 들어갔다. 동규 아저씨가 우리가 대구에 온 기념으로 맛난 것을 사주셨다.

우리는 신이 나서 떠들며 가족석으로 줄줄이 들어갔다. 나는 영우와 나란히 앉고, 나랑 나이가 같은 친구 은지와, 은지 동생 민재는 맞은 편에 앉아 자리를 잡았다.

낮에는 할아버지 생신이라 한식을 배불리 먹었는데, 저녁엔 중국 음식이라~ '이거 오늘 땡 잡았군!' 하면서 팔보채, 탕수육, 자장면을 쩌접쩌접 먹었다. 그중 자장면이 제일 맛있어서, 나는 후루룩~ 씹지도 않고 넘겼다.

엄마가 나와 은지에게 자꾸 대화를 나눠보라고 하셨지만, 우린 그럴 때마다 안녕? 응~ 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영우는 마주 앉은 민재에게 툭툭 장난을 치며 먹었고, 은지는 음식이 나온 후로 흩트리지 않고 바른 자세로 계속 먹었다.

나는 자장면 소스를 입가에 튕겨가며 후두둑 숙 짭짭~ 소리 내서 먹다가, 은지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자장면을 먹을 때, 입에 안 묻히고 먹니?" 은지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냥 고개를 최대한 숙이고 먹어!" 했다.

나는 은지가 말한 대로 고개를 최대한 숙이고 먹어보았는데, 머리가 무겁게 많이 쏠리면서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자장면 소스가 입가에 안 묻는 것도 아니고, 고개를 너무 숙이니까 패배자 같은 느낌도 나고, 문제는 고개를 어떤 각도로 숙이든 내 입가에는 늘 자장면 국물이 지도 모양으로 덕지덕지 묻는다는 것이다.

"이상하다! 난 이 방법이 잘 안 듣네?" 했더니 은지는 "난 어릴 때부터 이게 몸에 배어서..." 하며 같은 자세로 먹었다. 나는 그냥 먹던 대로 후루룩 껍껍! 요란하게 먹은 다음, 휴지로 입술을 쭉 내밀고 톡톡 치고 문질러서 입 주위를 닦았다. 은지도 내가 요란하게 묻히고 먹은 것을 내색하지 않고 끝까지 덤덤히 먹었다.

은지와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