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재는 등교길

2009. 9. 4. 08:58일기

<체온 재는 등교길>
2009.09.02 수요일

이른 아침, 학교 길을 나서기 전 들뜬 마음으로 밥을 먹는데, 안내방송 스피커에서 즈지지직, 삥댕도동~ 소리가 나더니, 스피커를 타고 굵고 힘있는 아저씨 목소리가 울렸다.

"관리 사무실에서 삼숭초등학교를 대신하여 알려 드립니다! 오늘 9월 2일부터 다시 등교를 합니다! 8시 이전에는 등교를 삼가해 주십시요! 8시부터 선생님 15명이 나와, 등교길 교문 앞에서 체온검사를 실시합니다. 발열 증상이 나타나는 학생은 귀가 처리하도록 하겠으며, 출석으로 처리됩니다. 학교에서는 개인 물티슈를 가지고 다니며, 개인위생을 철저히 손을 씻고 마스크를 착용합시다!"

나는 아주 기뻤다. 처음 방송이 나올 때는, 휴교 기간이 더 늘어났다는 끔찍한 소식이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에 안도했다. 나는 영우랑 마스크를 코와 입에 푹 덮어쓰고 학교 길을 나섰다. 학교 가는 길은 다른 때와 변함이 없었지만, 들쑥날쑥 우리처럼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눈에 띄어서, 마치 입이 하얗고 불룩한 신인류가 출현한 것 같은 신기한 모습이었다.

정문 앞에 다다르니 벌떼처럼 몰려 있는 한무리의 아이들이 보였다. 학년별로 선생님들이 나오셔서 학생들 체온을 재고 계셨다. 아침부터 피난가는 기차를 타려고 기다리는 줄처럼, 1,2학년 줄은 아주 길었는데 반해, 고학년 줄은 한산했다.

선생님들은 황사 마스크를 끼고, 손에는 모기 물렸을때 바르는 물파스처럼 생긴 주황색 체온계를 들고 계셨다. 어떤 선생님께서 "얘야, 너도 체온 재게 이 줄에 서렴!" 하면서 영우를 저학년 줄에 끼우셨다. 저학년 아이들은 대체로 겁을 먹은 얼굴이었다. 키가 아주 작은 어떤 아이는 입을 삐죽삐죽 안절부절못하며, 하아허어~ 숨을 가쁘게 내쉬기까지 했다.

연초록색 마스크에 안경을 쓴 파마머리 선생님께서 내게 이리오라고 손짓하셨다. 설마 신종플루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 만큼은 끕~ 긴장을 하였다. "열은 없는데, 혹시 너 기침이 나오거나 그러지 않니?" 사실 오늘 아침부터 잔기침이 떨어지질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마스크에 덮인 입안에서 아니오~ 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나는 체온을 재고 학교로 오르면서 '이제는 학교 다니는 것도 건강해야 다니는 시대가 오고 말았군! 어서 전 세계에 신종플루 백신을 조달할 수 있는 하늘 배를 만들어야겠어!' 생각하며 하늘을 한번 보았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서, 줄이 바글바글 길어지고 있었다. 아, 저 줄이 신종플루를 검사하는 줄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자를 나눠 받는 행렬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체온 재는 등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