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듣는 수업

2009. 9. 8. 15:26일기

<다시 듣는 수업>
2009.09.05 토요일

어제 기침을 많이 해서 수업에 빠졌기 때문에, 오늘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수업 시작하기 바로 전, 나는 빨리 수업이 듣고 싶어 온몸이 떨렸다.

그동안 학교는 신종플루라는 녀석 때문에, 개학을 하고도 본격적인 수업을 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번 주만 잘 넘기면, 아마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희망하면서 읽기 책을 쓰다듬었다.

내 주위엔 나처럼 수업에 목이 말라 눈을 반짝거리며 기다리는 애들도 보였지만, 수업이 그리 기다려지지 않는지 엎드려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틱톡~ 두드리고, 피곤한 듯 축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수업준비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자, 모두 읽기 책을 펴세요!" 오랜만에 듣는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가, 오늘 첫 수업의 문을 힘차게 여셨다. 마침 내가 교과서를 읽을 차례였다.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풀꽃 아기'를 크고 실감 나게 또박또박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느슨했던 태도도 180도 바뀌면서, 모두 책을 척~ 똑바로 들고 공부하고 싶은 욕구로 가득 찬 눈빛을 쏘아냈다.

이야기를 다 읽자, 선생님께서는 밝은 목소리로 "이제, 17쪽 2번을 풀어보세요!"라고 하셨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연필을 다시 쥐었다. 연필을 잡으니 마치 손에 날개를 단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사각사각~ 수극수극~ 내가 내는 연필 소리에, 짜릿함을 느끼면서 답을 써넣었다.

나는 이상했다. 방학과 휴교기간을 거치고 오랜만에 받는 이 수업이, 전쟁이 끝날 무렵 어두운 방공호 안에 숨어 있다가 나와서 받는 햇볕처럼, 감격스러웠다. 우리가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똑같이 반복되는 학교 수업이 사실은 공기처럼 물처럼,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다시 듣는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