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샌드위치

2009. 9. 21. 09:00일기

<뒤죽박죽 샌드위치>
2009.09.19 토요일

오늘은 즐거운 토요일! 실과 수업으로 기다렸던 샌드위치 만들기 실습을 하는 날이다. 우리 2모둠에서는 샌드위치에 들어갈 참치, 마요네즈, 고구마 다진 것, 삶은 계란 다진 것과 추가로 햄과 무, 토마토까지 각자 나누어 준비해왔고, 나는 식빵을 두 봉지 가져왔다.

아침부터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타를 만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흥분해 있었다. 모둠마다 "잘 만들 수 있을까?", "어떡하지? 재료가 좀 부족한 것 같은데!" 하며 손짓하고 말소리를 크게 내서 열을 올리고 왁자지껄하였다.

선생님의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무섭게, 우리는 샌드위치 만들기에 돌입했다. 예진이는 삶은 계란을 반으로 갈라, 노른자는 빼고 흰자위를 칼로 부드득 닥닥~ 잘게 다졌다. 그 옆에 민영이는 또 다른 칼로 오이를 툭툭툭, 김밥처럼 동그랗게 줄줄이 자른 다음 그것들을 다시 더 잘게 잘랐다. 그리고 리주가 가져온 세숫대야 같은 넓은 그릇에, 계란, 오이 다진 것을 밀어 넣었다.

그다음엔 정혜가 가져온 삶아서 으깬 고구마를 팍 집어넣고, 여자 아이들이 나에게 참치 캔을 따달라고 내밀었다. 내가 손을 벨까 봐 머뭇거리니까, 옆에 있던 한진이가 가져가 한 번에 따서 그릇에 쏟아부었다. 난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허클베리 핀이 "통에 담아 막 섞어 먹는 음식이 맛있어. 국물도 나오고 말야!"하고 말하던 대목이 떠올라서, 갈수록 흥미롭고 침이 꼴깍 넘어갔다. 이제 모든 재료 위에 마요네즈를 넣고 버무리면 된다.

모두가 바라보는 가운데, 예진이가 튜브로 된 마요네즈를 거꾸로 들고 힘을 주어 짰다. 그런데 뿌지직~ 소리와 함께 마요네즈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 산 위에 눈사태가 난 것처럼 재료들을 덮어버렸다. 왠지 예감이 안 좋다! 그래도 샌드위치가 완성되어 접시에 담겨 나오자, 모두 기대에 들떴다. 드디어 샌드위치를 들고 한입 크게 베어 문 순간, 마치 기름을 잔뜩 바른 미국 음식 같은 느글거림이 올라왔다. 꼭 질척하게 녹아내린 버터를 그냥 먹는 것처럼 느끼했다.

여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눈썹을 찌푸리고 이마에 주름이 생겼고, 입이 으~ 하며 옆으로 길게 늘어났다. "끄, 끔찍해~", "세상에, 둘이 먹다가 셋이 죽을 맛이군!" 그래도 난 열심히 만든 걸 생각해서, 샌드위치 하나를 꾸역꾸역 다 먹어 치우고, 반개를 더 먹었다. 먹으면 먹을수록 재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아, 이거 어떡하지? 열심히 만들었는데. 힝~" 울상이 되었고, 우리 모둠 샌드위치를 한입 먹은 성환이는, 얼굴이 굳으며 동상에 걸린 것처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뒤죽박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