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입니다!

2008. 4. 8. 11:13일기

<벚꽃입니다!>
2008.04.07 월요일

간밤에 나는 악몽을 꾸었다. 그리고는 아침에 깨어나서 "휴~ 살아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야!"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엄마의 잔소리도 왠지 정답게 들렸다. "상우야, 입에 묻은 밥풀 뗘야지! 아구, 그건 영우 신발이잖아! 눈은 어따 둬?" 하고 외치는 엄마에게, 나는 다른 때보다 더 능글맞은 웃음을 보이며 "아이~ 해도 쨍한데 좀 봐줘요!" 하며 여유를 부렸다.

아파트 복도를 지날 때, 창가에 비치는 햇살이 이제부터 벌어질 뭔가를 알리듯, 눈부시게 파고들어 왔다. 공원 트랙을 따라 학교 머리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서니, 진짜 뭔가 벌어졌다. 지난 주말 못 본 사이 거짓말처럼 도롯가에 벚꽃이 일제히 만발했기 때문이다.

연분홍 구름처럼 복실복실 탐스러운 벚꽃 나무들이 기찻길처럼 양옆으로 쭉 늘어서서 나를 반기고 있었다. 벚꽃 나무들은 하나같이 나봐란 듯이 어깨를 당당히 펴고 나를 내려다보았고, 높은 가지 위에 벚꽃들은 바람을 따라 흩날리고 있었다.

앞을 봐도 벚꽃, 뒤를 봐도 벚꽃, 하늘에도 벚꽃, 땅바닥에도 벚꽃, 학교 가는 길은 완전히 딴 세상 같았다. 나는 가슴이 뛰어서 사방을 둘러보며 헤롱헤롱 걷다가, 내 키만큼 내려온 벚꽃가지 끝에 머리를 살짝 찔렸다.

벚꽃가지를 잡고 꽃 더미 속에 얼굴을 묻었더니, 시큼하고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땅바닥에 떨어진 벚꽃 잎을 몇 장 주워 코에 쑤셔박듯 갖다대고, 술 취한 사람 흉내를 내며 비틀비틀 걸었다.

"우하하, 얘들아, 벚꽃이 피었구나! 모두 피었어! 얘들이 한꺼번에 필려고 그동안 얼마나 간질간질했겠니? 히야~ 냄새 한번 달달하구나!" 갑자기 등 뒤에서 어떤 아줌마가 "얘! 너 뭐하니?" 하고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셨다. 나는 깜짝 놀라 "벚꽃입니다!" 하며, 두 손을 펴고 벚꽃을 후루룩 떨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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