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죽음

2008. 4. 4. 10:11일기

<억울한 죽음>
2008.04.02 수요일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구멍가게 앞에 놓인 건널목을 건너려고 할 때였다. 어떤 아저씨가 맞은 편에서 오다가 내 앞을 스쳐가면서, 내 왼쪽 팔 등을 꽉 움켜잡았다.

순간 나는 깜짝 놀라 손을 급히 뒤로 빼냈다. 요즘 뉴스에서 한창 방송 중인 일산 초등학생 엘리베이터 폭행 사건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겁을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서  재빨리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걷다가 잠깐 뒤를 돌아보니, 우산 2개를 들고 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제야 아저씨가 납치범이 아니라, 골목에서 차가 지나가자 생각에 잠겨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 나를 붙잡아 준 사실을 깨닫고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요즘 일어났던 두 여자 어린이 납치 살인 사건, 폭행 사건 때문에, 나에게 도움을 주려던 사람도 겁을 먹고, 의심하게 된 것이 씁쓸하였다. 난 뉴스를 보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우리 학교에도 수업 끝나고, 데리러 오는 학부모들이 부쩍 많아졌다. 왜 이런 끔찍한 일들이 생기는 것일까?

범인에게는 자식이 없나? 범인의 부모는 무얼 했나? 내가 보기에 범인은 철저히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 같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절대로 남을 해치지 못하는 법이다. 아니면 스스로 끔찍하게 미워할 만큼, 누군가에게 버림받았거나 고통을 당했던지 말이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를 사람이 아닌 장난감처럼 잔인하게 죽이고 때리다니, 범인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다. 나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어린이들이, 심장 없는 장난감처럼 죽어가고 맞은 것에 대해서, 땅이 꺼질 듯한 충격과 내 심장을 불로 달군 듯한 아픔을 느낀다.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먼 옛날 인디언들은 우리가 지금 사는 문명이 발달된 세상보다, 훨씬 더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나누어주고 평화롭게 살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문명이 발달할수록 편리함을 맛보지만, 더 욕심을 내어 더 가지려 하고, 그것도 모자라 남의 것을 빼앗으려 하고 눈독을 들인다. 이런 분위기가 쌓이고 쌓여서 빼앗는 자와 뺏기는 자로 나누어져 범죄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무섭고 슬프다. 이런 사람들의 잘못에 오도 가도 못하고 끼어든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미어진다. 나는 세상을 행복하고 웃음이 가득한 곳이라고 믿고 꿈꾸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러나 주저앉기 싫다! 차라리 큰소리로 엉엉 터지게 울었으면! 아!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내가 읽어 온 책들과,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 선생님, 블로그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은 적어도 그렇게 말해줄 것 같다.


<1학년 때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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