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분수

2008. 4. 6. 09:14일기

<노래하는 분수>
2008.04.05 토요일

우리 가족은 호수 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앞 광장으로 가서, 오후 내내 인라인 스케이트 연습을 하였다. 스케이트를 벗고 집에 가려는데, 방송에서 "잠시 후 7시, 고등학교 관악단의 특별 공연이 있겠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나는 엄마의 팔을 붙들며 "공연 보고 가요! 네?" 하며 졸랐다.

우리 가족은 분수대 맞은 편, 공연이 시작될 계단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공연 볼 준비를 하였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우리 앞자리에 서서 공연을 보는 사람들 때문에 더 볼 수가 없어서, 무대 뒤 편 잔디밭으로 자리를 옮겨 마음껏 콩콩 뛰며 연주를 들었다.

 생각보다 짧게 공연이 끝나서 아쉬워하며 가려고 하는데, 또 방송에서 "잠시 후엔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노래하는 분수의 공연이 펼쳐지겠습니다. 많은 관람 바랍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보고 싶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공연이 시작되자 나는 처음부터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여기 살면서, 아직 한 번도 노래하는 분수대의 공연을 본 적이 없던 나는 왜 이런 멋진 공연을 이제서야 보았을까? 하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분수의 모습에 빨려 들어갔다.

분수는 낮에 보던 것과 전혀 달랐다.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져 색깔까지 변해가며 쉬지 않고 구불구불 춤을 추었다. 파란색 커튼 같은 물줄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장난스럽게 춤을 추더니, 붉은색 연기처럼 확 피었다가, 노란색 불기둥처럼 하늘로 초오~하고 끝도 없이 솟아올랐다. 꼭 별에 닿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땅 위에 깔린 검은 구름처럼 광장 전체에 바글바글 몰려들었다. 분수가 하늘 높이 솟아오를 때, 물줄기가 내 마음을 찌르는 것처럼 거세고 통쾌하였다. 나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높이 솟는 물줄기 위에 올라타, 호수 공원 밤하늘에 걸린 줄줄이 연들을 잡을 수 있을 만큼 두 팔이 길어지는 것 같았다.

아쉬운 분수 공연이 끝나고서, 날씨가 싸늘해져 영우랑 내가 기침을 콜록콜록 해대자, 엄마, 아빠는 서둘러 돗자리를 접고 일어나셨다. 방송에서 또 관악단 2부 공연이 진행된다고 흘러나왔지만, 이미 노래하는 분수 물줄기에 내 마음이 씻겨진 듯,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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