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와 맹구 - 상우 여행일기

2008. 4. 17. 22:21일기

<못난이와 맹구 - 상우 여행일기>
2008.04.16 수요일

펜션 앞마당에는 벚꽃 나무가 몇 그루 있었는데, 제일 굵은 벚꽃 나무 아래 낮은 울타리가 쳐 있고, 그 안에 하얀 개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한 마리는 우리를 보고 달려나와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흥분했고, 한마리는 뭐가 불안한 듯, 개집 안에서 끙끙대며 나오지 않았다.

둘 다 참 못생겼다. 아니 못생겼다기보다는 너무 쭈글쭈글했다. 몸에 털이 없고, 귀는 머리에 찰떡처럼 달라붙었고, 코는 납작하고, 얼굴에 온통 물결이 흐르는 것처럼 주름이 졌다. 그리고 머리랑 몸통은 땅땅한데 비해, 다리는 너무 가늘어서 걸음걸이도 비척 비척 힘들어 보였다.

우스꽝스러운 몸에 비해 두 눈은 초록색 구슬을 박아놓은 것처럼 크고 맑았는데, 똘망똘망 물기가 어려 있는 게, 순하다 못해 애처로워 보였다. 밖에 나와있는 개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끙끙거리면서 몸을 떨며 왔다갔다했다. 그리고 가끔 한쪽 다리를 높이 쳐들고 오줌을 쌌다.

"형아, 이 개가 우리를 경계하나 봐!", "아니야, 저건 자기 영역을 표시하는 거야. 그리고 이 개는 세상에서 가장 순한 개야!" 나는 뭐 줄 게 없나 찾아보다 풀 한 줌을 개 앞에 놔주며 말을 걸었다. "못난아, 불안해 하지마. 우린 너를 좋아해." 하며 눈을 마주쳤더니, 개는 다른 데를 보며 딴청을 부렸다. 그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혓바닥으로 입술 주위를 핥으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갸르랑 갸르랑 숨소리만 내었다.

그때, 주인아저씨가 나와 먹이 그릇에 밥을 담아주었다. "이 개 이름이 뭐예요?" 하고 물었더니 아저씨의 대답은 "응, 못난이! 쟤는 맹구!"였다. 아저씨는 개 집에 있는 맹구를 불러 "맹구, 발! 발!" 하였더니, 맹구는 두 발을 한쪽씩 착착 내미는 것이었다. 아저씨가 간 다음 영우도 "맹구, 발!"했는데, 듣지 않았다.

나는 전에 책에서 읽었었던, 개는 사람의 음성을 잘 인식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주인아저씨의 낮은 목소리를 흉내 내 "맹구, 발!" 하였더니 진짜 맹구는 발을 내밀었다. 나는 그런 맹구와 못난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혹시나 여기 놀러 온 사람들이 이 겁 많고 순한 개들을 괴롭히지는 않겠지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나랑 영우는 오랫동안 못난이와 맹구 곁에 앉아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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