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빗질하는 소리 - 상우 여행일기

2008. 4. 15. 07:14일기

<영혼을 빗질하는 소리 - 상우 여행일기>
2008.04.14 월요일

우리 가족은 지난 주말, 안면도로 1박 2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그 1박 2일이 내게는 한 달만큼 긴 긴 여행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느끼고 얻은 것이 아주 많았다.

그런데 그것들을 한꺼번에 다 적으려니 막막하였다. 그래서 나는 글감을 몇 개로 나누어 앞으로 며칠간에 걸쳐서 여행일기를 쓰려고 마음먹었다. 자! 다시 나는 여행 처음 무렵으로 돌아가겠다.


토요일 오후 2시,
나는 서해안 행담도 휴게소 정문 앞, 동그란 야외 탁자에 앉아 이제 곧 시작할 로스 안데스의 거리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머리 위로는 <영혼을 빗질하는 소리 - 로스 안데스>라고 쓴 현수막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고, 그 밑으로 네 명의 아저씨가 마이크 앞에 서서, 악기들을 투둥퉁 튕기며 점검해보고, 마이크와 스피커를 살펴보며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네 아저씨 모두 긴 머리를 여러 갈래 땋아서 꽈배기처럼 묶었고, 머리엔 중절모를 썼으며, 옛날 서부 시대 인디언 옷을 입었다. 네사람 중 한 사람만 우리나라 사람이고, 나머지는 진짜 인디언 같았다.

공연 시작 전, 로스 안데스 그룹은 주로 남미 볼리비아 음악을 연주한다고 우리나라 아저씨가 설명을 해주었다. 연주하는 사람들은 밝게 웃고 여유있어 보였는데, 이상하게 내가 더 긴장되어 침을 꿀꺽 삼키며 공연을 지켜보았다.

나는 내가 읽었던 <달빛 노래>, <독수리의 눈>같은 용감한 인디언 원주민 이야기를 떠올리며, 과연 어떤 음악일까 궁금하여 바짝 집중하여 연주를 들었다.

아주 작은 기타와 조개껍데기를 엮어 만든 것 같은 줄줄이 악기, 큰 북과 긴 일자 모양의 나팔들이 어울려, 뽀를로를로를 또를로를 뽀오오오~ 하며 시작된 연주는 아주 신선했다.

인디언들이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떠오르게도 하고, 자잘한 새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처럼 어지럽기도 하고, 계곡물이 흐르는 것처럼 시원하게 가슴을 적셔주었다.

내가 지금까지 주로 들었던 섬세하고 삐뚤어짐이 없는 클래식 음악과는 다르게, 거침이 없고 자유로우며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에 몸을 떨었다. 여행 중이라는 것을 잊은 듯, 우리 가족 중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 없이 멋진 볼리비아 음악에 빠져들었다.

마지막 음악 에콰도르의 민요, <엘 콘도르 파사>가 연주될 때는 자유로운 철새들의 영혼이 웅장하게 펼쳐지는 것 같이 신이 났다. 지금까지 휴게 탁자 맨 앞에서 점잖게 앉아있던 나는, 벌떡 일어나 마치 안데스 산맥 꼭대기에서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라고 외치듯 자신감에 넘쳐서, 머리를 흔들고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음악과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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