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내려가는 계단 - 상우 여행일기

2008. 4. 16. 07:40일기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 - 상우 여행일기>
2008.04.15 화요일

우리가 도착한 펜션은, 깊숙한 시골 바다 절벽 위에 아찔하게 서 있었다. 펜션 안에는 작고 예쁜 마당이 있고, 마당 벼랑 끝에 난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검은색 녹슨 창살 문이 어서 와요! 하고 열려 있었다. 아직 6월이 아니라서, 꽃봉오리는 피지 않고 가시만 잔뜩 붙어 있는 장미 덩굴에 칭칭 둘러싸인 채!

그 문을 조심스럽게 통과하면, 처음에는 평평한 돌계단이다가, 어느 순간부터 소나무 숲을 뚫고 들어가는 울퉁불퉁하고 험한 나무 계단 길이 이어진다.

영우랑 나는 그게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궁금하여 밑으로 계속 내려가 보기로 하였다. 영우가 먼저 날쌘 청설모처럼 순식간에 계단을 샥샥 내려갔다. 계단 길은 폭이 좁고 난간도 없이 구불구불 험하게 이어졌다.

계단이 너무 높아 나는 기다시피 해서 내려갔는데, 계단 양옆으로 난 소나무 가지들이 몸을 스칠 때마다, 깜짝 놀라며 헉헉 숨을 몰아쉬었다. 벌써 도착한 영우가 저 아래서 "형아, 어서 와! 여기 바다야~!" 하며 외쳤다.

계단의 끝은 갯바위였다. 그리고 그 아래는 모래사장인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잘게 부수어진 조개 껍질 밭이었다. 그 사이를 헤치고 손톱만한 크기의 꽃게들이 지나다녔다. 그리고 그 앞에는 바닷물이 넘실거렸다.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심해서 그런지 바다는 우유빛이었고, 세 개의 섬이 떠 있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혹시 바다에 기름기는 없나 살폈다.

가운데 보이는 거친 소나무숲 섬은, 물이 빠지면 걸어갈 수도 있을 것 같이 가까워 보였고, 더 멀리 양옆의 두 섬은 배가 대어져 있고, 집도 몇 채가 장난감처럼 보였다. 나는 두 손을 입에 모으고 소리쳤다. "여러분, 괜찮으세요? 어민 여러분, 아무 피해 없는 거죠?" 하고 외쳐보았지만, 오히려 우리가 무인도에서 구조 요청을 하는 길 잃은 어린이들 같이 느껴졌다.

영우랑 나는 뛰어다니며 조개껍데기와 나뭇가지를 주워서 불피우는 흉내를 내다가, 어느새 바닷물이 갯바위 앞까지 차 들어온 걸 보고 서둘러 계단으로 올라갔다. 내려올 때는 아슬아슬했는데, 올라갈 땐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가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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