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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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2 아침에 뜬 달
2005.11.22 화요일 나는 내가 푸른곰 이라고 이름 지어준 거대하고 큰 나무 맨 위를 보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옆에 있는 나무 위로 반쪽짜리 달이 보였다. 나는 그 쪽을 계속 보고 있었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 보았다. 하늘에 뭐가 있다고 쳐다보나? 뭐긴 뭐야 아침 하늘에 사과 반쪽처럼 뜬 달이지.
2005.11.22 -
2005.11.21 식물의 세계
2005.11.21 월요일 나는 학교 도서실 책장에서 식물의 세계란 책을 꺼내었다. 그 책은 씨앗이 자라서 완전한 어른 식물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 나는 그 책에서 민들레의 모습을 좀 더 알게 되었다. 민들레를 보면 마치 해바라기와 국화꽃이 섞인 것 같다. 그 책에선 씨에 대해서도 배웠다. 씨 중에는 깃털이 달린 씨도 있고 갈고리가 달린 씨도 있다. 여기에서 내가 관심이 있는 건 바로 씨다. 왜냐하면 아무리 크고 튼튼하고 가지가 많은 나무라도 이 작은 씨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갈고리 씨앗은 새의 몸에 붙어서 깃털이 원래부터 있는 씨처럼 깃털을 달고서 그 깃털로 날아간다.
2005.11.21 -
2005.11.19 낙원 악기 상가
2005.11.19 토요일 나는 악기 상가에 들어가 보았을 때 기대가 사라졌다. 왜냐하면 내 앞에는 크고 시커먼 스피커들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코더 가게 앞을 지나자 엄청 많은 수입산 기타들이 눈에 띄었다. 아빠는 기타 파는 아저씨에게 다가가 '콜트 어스 700'이 있냐고 물어 보았다. 나는 아빠와 아저씨가 이야기 하는 동안에 드럼을 치는 사람도 보고 엄청나게 큰 나팔과 별별 악기를 다 보았다. 나는 그 악기 중에서 오보에를 연주하여 보고 싶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보았던 오보에 공연이 생각나서이다. 맑고 천천히 울려 퍼지는 오보에 소리를 생각하고 있는데 우당탕탕 드럼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시끄러웠는데 자꾸 그 소리가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춤을 추었다. 갑자기 아빠가 "상..
2005.11.19 -
2005.11.15 괴로움
2005.11.15 화요일 받아 쓰기 시험을 시작할 때였다.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기침이 나오고 입 속에 침이 고였다. 나는 목이 타는 듯했고 사물함으로 달려가서 사물함 위에 있는 휴지를 잘라 침을 뱉었다. 그러고나서 자리에 앉았는데 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나는 또 휴지를 잘라서 침을 뱉었다. 받아 쓰기 시험을 볼 동안 난 네 번이나 그랬다. 그걸 보시던 선생님께서는 그냥 화장실에 가서 뱉으라고 하셨다. 나는 시험을 보다말고 선생님 말씀대로 화장실로 엉기적 엉기적 걸어가서 소변기에 침을 뱉었다. 나는 그래도 기분이 불쾌했다. 목이 타고 또 타서 숯이 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교실로 돌아와 보니 5번,6번을 놓쳤다. 나는 다시는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말하기, 듣기 시간에 또 화장실로 가야했다...
2005.11.15 -
2005.11.12 전시회
2005.11.12 토요일 오늘은 내 동생 영우의 전시회 날이다. 내가 했던 전시회처럼 길거리에 그림들이 옹기 종기 널려서 전시되어 있었다. 미술학원 선생님이 마카로니가 든 봉지와 끈을 주시면서 목거리를 만들어 보라고 하셨다. 사람들이 전시회를 보려고 모여드는 바람에 몹시 떠들썩 하였다. 나는 내가 만든 목걸이를 목에 걸고 마카로니를 뜯어 먹으면서 그림들을 구경하였다. 영우는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가는 그림을 그렸는데 상상을 마음껏 펼친 것 같았다. 나는 역시 내 동생이야 했다.
2005.11.12 -
2005.11.06 경복궁
2005.11.06 일요일 우리는 경복궁 문 앞에 도착하였다. 문 앞에서부터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채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엄마는 일년 내내 은행잎을 보고 싶다는 얼굴로 은행잎들을 보고 있었다. 경복궁 속으로 걸어가는 동안 나는 나뭇잎을 모아서 공중에 뿌리기를 가끔씩 하였다. 엄청나게 튼튼하고 굵은 노란 은행나무가 하늘을 잡고 있는 듯이 버티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나뭇잎이 떨어져서 노란 사막을 이루었고 사람들은 사막을 바스락거리며 밟고 있었다.
200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