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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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1 이탈리아 피짜
2005.12.11 일요일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하러 이탈리아 피자집으로 갔다. 나는 자리에 앉아 식당안을 둘러 보았다. 식당 중간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나무엔 크리스마스 장식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었다. 벽에는 지팡이가 박혀 있었고 국기가 걸려 있고 그 너머엔 피자 굽는 화덕이 보였다. 마치 겨울 철새 한마리가 크리스마스를 찾아서 창문으로 들어올 것 같은 따뜻한 분위기 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피자가 나왔다. 이탈리아 피자라서 그런지 보통 피자완 모든 것이 달랐다. 맛도 부드럽고 바삭 바삭하고 쫄깃했다. 나는 쉴새없이 흠냠냠냠 들고 먹었다. 영우는 불만이 있다는듯 먹는둥 마는둥 했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 뜨거워서 빨리 못먹고 형아가 너무 빨리 먹어서 불안해서라고 그랬다. 그래서 나는 영우를 안심 시..
2005.12.11 -
2005.12.08 길이 재기
2005.12.08 목요일 5교시에 선생님이 칠판에 있던 자석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떼어서 나누어 주셨다. 우린 모두 운동장으로 모였다. 선생님께서 먼저 자석을 멀리 던지라고 하였다. 나는 힘껏 던졌는데 예상만큼 멀리 못 던지고 바로 가까이에 떨어졌다. 선생님은 자기 자석이 있는 곳으로 가서 걸음으로 몇 걸음 인지 생각하면서 돌아 오라고 하셧다. 나는 8걸음이라고 예상했는데 줄을 넘고 스텐드 앞까지 걸어오는 바람에 30걸음이 더 넘었다. 친구들이 "야, 가면 안돼!" 하고 소리쳤다. 이번에는 줄넘기를 쫘악 펼쳐서 재어 보았다. 예상은 6줄이라고 생각했는데 5줄 이었다. 나는 이 공부가 세상의 길이를 재는 것 같아서 하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우리 나라를 재는것 같아서 마음이 끌렸다.
2005.12.08 -
2005.12.05 공항에서의 기다림
2005.12.05 월요일 아빠는 대한항공 이라고 써있는 창구에 가서 대기 번호를 받아왔다.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상우야, 좀 많이 기다려야 겠다." 우리는 대기표 2300번을 받았다. 어제부터 눈이 벼락치듯 내리는 바람에 어제부터 밀린 승객들 때문에 우리도 기다려야 했다. 눈바람 때문에 비행기가 못 뜬다니 왠지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의 한계가 느껴진다. 아빠는 갑자기 아주 아주 긴 줄 쪽으로 가더니 맨 뒤에 섰다. 아빠가 줄을 서 있는 동안 나머지 가족들은 공항 한 구석에 박스를 펼치고 앉았다. 나는 학교에 못 갈까봐 마음이 급했다. 나는 박스 위에서 놀다가 웃다가 먹기도 하고 울다가 졸다가 데굴 데굴 굴렀다. 나는 이 긴 기다림이 끔찍하기까지 했다. 저녁이 되어 간신이 비행기에 올랐을 때 하느님께..
2005.12.05 -
2005.12.04 진우의 돌잔치
2005.12.04 일요일 우리는 제주도 호텔 부페에서 진우의 돌잔치를 하였다. 날씨는 바람이 세게 불어서 나무가 뽑힐 것 같았다. 삼촌은 자기가 몇 마디를 하고 나서 진우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를 불러 축사를 읽게 했다. 그 다음에는 나를 불러 내가 진우에게 직접 쓴 글을 읽게했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무대위로 올라와 내가 쓴 편지를 보고 읽었다. 나는 편지 글의 말 중에서 이 말이 생각난다. '삼촌, 외숙모 진우를 씩씩하게 키우세요.' 내가 떨리는 마음으로 글을 다 읽자 많은 손님들이 심하게 박수를 쳤다. 오늘 진우는 그 어느때 보다도 귀여웠다. 진우는 돌잡이로 청진기와 마우스를 잡았다. 아마도 진우는 삼촌을 닮은 의사가 되려는가 보다.
2005.12.04 -
2005.11.27 은지네 가족
2005.11.27 일요일 오늘 아침에 은지네 가족이 놀러왔다. 은지네 가족은 대구에 산다. 은지 아빠는 우리 아빠와 고등학교 동창이고 대구에서 건축사를 하신다. 은지는 나랑 나이 같고 언제나 느끼한 웃음을 웃고 있다. 그 애를 보면 아무일 없이 모든 게 잘 되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다. 은지는 내 방에 들어 오더니 놀라는 표정이었다. 멋진 책상과 내가 만든 것들을 책장에 전시해 놓은걸 보고 눈이 커졌다. 나는 내 방이 놀랄만큼 멋진지 몰랐다. 은지는 사투리를 써서 대화 할 때 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나는 정성껏 대답을 해 주었다. 우리는 고기와 해물탕을 맛있게 먹었다. 은지도 와구 와구 먹었다.
2005.11.27 -
2005.11.24 진우의 신발
2005.11.24 목요일 사촌 동생 진우의 생일이 코 앞에 다가왔다. 십이월이 되면 진우 돌이 된다. 엄마는 그걸 대비해서 선물로 작고 아담한 아기 신발을 사셨다. 나는 그 신발이 아담하고 작고 귀여워서 내가 신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작아서 들어가려면 찢어서 벌려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끼는 인형 푸근이에게 신겨 보았다. 그랬더니 나무 인형 피노키오 처럼 보였다. 이번엔 머리에 씌어 보았다. 꼭 투구 같았다. 그러다 엄마에게 먼지 피운다고 잔소리를 들었다. 이 작은 신발을 보고 있으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나도 이런 신발을 신고 뒤뚱 뒤뚱 걸었던 생각이 난다. 우리 진우도 이 신발을 신고 뒤뚱 뒤뚱 세상을 향해 걸음마를 시작하겠지.
200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