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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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3 목욕
2005.11.03 목요일 나는 하얀 거품이 보글 보글 나 있는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목욕탕 물은 반도 못 차 있었다. 나는 지난 번에 손이 벤 것 때문에 조금은 망설였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영우는 엄마 샴푸를 마법의 약이라고 가지고 놀았다. 아빠는 물을 끄셨다. 나는 더 틀고 싶어서 아빠 몰래 물을 틀어 욕조에 가득 채웠다. 그랬더니 영우와 나는 목까지 잠겼다. 나는 물을 다시 껐다. 꼭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는 기분이었다.
2005.11.03 -
2005.11.01 소고 치고 둥둥
2005.11.01 화요일 선생님께서 텔레비전을 켜고 소고 치는 음을 가르쳐 주셨다. 나는 처음 치는 소고라서 열심히 따라 하였지만 처음이라서 박자가 그리 잘 맞지 않았다. 선생님이 '땅땅땅'하라고 가르쳐 주면 나는 '땅땅땅 땅땅땅 땅' 하였다. 나는 어떵게 해야 할지 이해가 안됐다. 그러나 가만히 들어 보고 어떻게 쳐야 할지 알게 되었다. 소고 북을 친 다음엔 소고테를 쳐 보았다. 북은 '둥둥둥' 소리가 나는데 테는 '틱틱틱' 소리가 나서 더 재미 있었다. 일학년 사반 전체가 소고를 두드리니 시끄럽기도 하고 가을 축하 파티 기분이 났다.
2005.11.01 -
2005.10.30 새들의 비행
2005.10.30 일요일 강화도 항구에서 새들을 보았다. 새들은 1-4반보다 줄을 잘 맞혀서 V자를 뒤집은 모습으로 북서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아빠는 맨 앞에 있는게 그 무리의 우두머리라고 하였다. 엄마는 맨 앞에서 날고 있는 새가 우두머리 암컷이라고 하였다. 새파란 하늘에 구름을 뚫고 날아가는 것이 나는 처음엔 새까만 종이 비행기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았더니 그건 바로 새들이었다. 땅이 인간의 세계라면 하늘은 새들의 세계인 것처럼 온 하늘을 누비고 다녔다. 새들은 해가 있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 해가 너무 밝아 눈이 부셔서 새들 가는 마지막 모습을 못 보았다. 그렇지만 하늘 높은 곳에 새들의 왕국으로 날아갔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2005.10.30 -
2005.10.25 찰흙송편
2005.10.25 화요일 선생님은 가져온 재료로 송편을 만든다고 하셨다. 난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다. 오늘 가져온 준비물에 송편을 만들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생님이 지점토를 나누어 주셨다. 선생님 말씀대로 지점토를 주물러서 굴리다 보니 동글 동굴 한 게 진짜 떡같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그속에다 고무 찰흙을 쫌쫌 떼어 깨설탕처럼 넣고 송편 위를 꾹 누르고 만져주었다. 그러니 더 맛있어 보였다. 심훈이는 송편에 이빨을 대 보았다. 나는 참아야 하느니라 하였다.
2005.10.25 -
2005.10.22 백일장
2005.10.22 토요일 우리는 한울 광장 백일장에 도착하였다. 광장 중앙 무대에는 평화 통일 기원 축제라고 크게 써 있었다. 접수대 앞에는 중학교, 고등학교 누나, 형아들이 원고지를 받으려고 줄을 서 있었다. 바람은 엄청 불고 해는 머리를 뜨겁게 익혔다. 나는 처음엔 돗자리 위에서 글을 쓰다가 불편해서 넓은 땅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글을 썼다. 햇볕이 내 등을 따뜻하게 덮어 주었고 나는 편하고 자유로왔다.
2005.10.22 -
2005.10.21 첫 시험
2005.10.21 금요일 조금 있으면 국어 시험이 시작된다.나는 가방을 책상 중간에 올리고 연필심이 허름해서 연필심이 부러질까 봐 손끝으로 연필심을 만져 보았다.나는 혹시 선생님이 시험지를 나눠 주실까 봐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어떤 아이는 교실 안을 쉴틈 없이 뛰어 다니고 있었고 어떤 아이는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첫 시험이라 가슴이 쿵덕거렸다. 종이 울렸다. 그러자 선생님이 시험지를 나눠 주시고 우리는 이름을 썼다. 나는 배에 올라 타듯이 일번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2005.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