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실 - 도덕 시간에 읽은 이야기

2009. 3. 24. 08:40일기

<마법의 실 - 도덕 시간에 읽은 이야기>
2009.03.23 월요일

언젠가부터 도덕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업 시간 중 하나가 돼버렸다. 저학년 땐 주로 규칙과 질서를 배우느라 지루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인생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선생님께 책에 없는 이야기도 덤으로 얻기 때문이다.

4교시 도덕 시간, 오늘도 6모둠의 중진이부터 <마법의 실>이라는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였다. <마법의 실>은 내가 지난 봄방학 때 5학년 교과서를 새로 받자마자, 심각하게 읽었던 내용이라서 자세를 잡고 귀를 쫑긋 세웠다.

어떤 건강하고 젊은 12살 소년이, 공부하기가 싫어서 나무 밑에서 늘어지게 잠을 잔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한 노인으로부터, 자신의 시간을 상징하는 은공과 그 공에 박혀있는 금실을 받는다. 그 실을 가만히 놓아두면, 시간은 정상적으로 흘러가지만, 실을 조금만 잡아당겨도 시간은 빨리 흘러가 버린다.

소년은 공부가 하기 싫어 실을 크게 잡아당겨서, 금세 어른이 돼버리고 만다. 그는 그 뒤로도 조금이라도 삶이 싫증 나면, 그대로 금실을 당겨버려 시간은 팍팍 흘러가버리고, 어느덧 죽음을 앞둔 노인이 된다. 예전에 금실을 준 노인을 찾아가서, 시간을 되돌려달라며 울부짖다 깨어나자, 다행히 아직 12살 소년의 몸이었다. 이 끔찍한 꿈에서 깨어난 소년은, 그때부터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우리 반은 한밤중처럼 조용했고, 모두 다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아니 모두가 죽었다 살았다 한 듯 불그락 푸르락이었다. 나도 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 눈썹이 깨질 만치 일그러지고 입을 쭉 내밀고 있었다. 나도 때로는 시간이 빨리 가서 어른이 되었으면 생각할 때도 있고, 무언가 괴롭고 힘들 때면, 무조건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거라! 바랄 때도 있었지만, 역시 모든 순간순간이 소중하다는 깨달음에 소름이 돋았다.

만약 인생에서 기억나는 순간이 없이 설렁설렁 흘러가버린다면, 얼마나 슬프고 무의미할까? 이 소년이 꿈을 꾼 것이라서 다행이지, 진짜 그랬다면 그 소년은 너무 슬프고 후회스러워 자신을 원망하다 못해, 한이 맺혀 눈을 뜨고 죽었을 것 같다. 하지만, 소년이 자신이 벌써 백발노인이 된 것을 알아차린 대목에서는, 은근히 고소하기도 했다. 그 녀석, 세상이 다 제 것인 것 마냥, 잘난 척하더니 꼴좋다!

특히 소년이 금실을 당기는 바람에, 소년의 어머니가 더 빨리 죽은 대목에서, 우리 반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불로 달군 쇳덩이로 몸을 지지는 것 같은, 고통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나도 그 대목에서는 눈물이 나오려고 하였다. 그리고 집에 가서 엄마를 보고 싶고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타올랐다. 내게 시간의 금줄이 있다 해도 절대로 당기지 않고 바닷물에 던져 버리리라! 어느새 울리는 급식 시간 종소리가 '자, 모든 게 정상이란다, 모두 힘내!' 하는 소리처럼 명랑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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