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연필
2009. 3. 18. 08:40ㆍ일기
<황금 연필>
2009.03.17 화요일
5교시가 끝나자 우리 반은 모둠별로 나가 선생님께 알림장 검사를 맡았다. 알림장 검사를 다 받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호준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상우야, 아까전에 그 파란색 파워레인저 연필, 니꺼 아니니?" 하였다.
나는 점심 시간에 5교시 수업 준비를 하면서, 맨 앞자리에 앉은 홍범이가 몽당연필을 쓰는 걸 보고, 새 연필을 한 자루 빌려준 일이 생각났다. 연필을 돌려주려나 보다 생각하고 "응." 고개를 끄덕였는데, 호준이가 다짜고짜 홍범이 뒤에 앉은 태국이에게 "거봐~! 상우거 맞잖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영문을 몰라 어벙벙하였는데, 태국이가 눈을 흘기며 "아냐~! 이거 내거거든!" 하고 맞받아쳤다. 태국이가 쥔 연필은 내 연필이 맞았다. 그런데 태국이는 며칠 전에 잃어버린 자기 연필과 똑같다고 하며, 그 연필은 자기 것이라고 하였다. 그 연필이 내거라고 주장하는 몇몇 아이들과, 태국이가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선생님 앞에까지 나가 연필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아니, 연필 하나를 두고 왜 이리 시끄러운 거지?" 하고 선생님께서는 먼저 태국이에게 무엇을 물어보신 다음, "상우, 이리 나와 봐! 어떻게 이 연필이 태국이한테 간 거지?" 하셨다. "제가 점심 시간에 홍범이 연필이 닳아서 연필을 한 자루 빌려줬거든요. 그다음부터는 어떻게 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는데, 홍범이가 나와서 더듬더듬 상황 설명을 하였다. 홍범이가 쓰는 연필을 호준이가 빌려가고, 호준이가 쓰는 것을 경모가 빌려가고, 그 연필과 똑같은 모양의 연필을 잃어버린 태국이가 아, 내 연필 찾았다! 하며 가져갔다는 것이다.
"상우는 이 연필이 네 거라고 생각하는 증거가 있니?", "네, 저도 홍범이에게 그것과 똑같은 연필을 빌려주었고, 그것과 똑같이 생긴 연필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러자 옆에서 아이들도 내 것이 맞는다고 했고, 선생님께서도 "상우게 맞는 거 같네, 태국아, 그리고 살다 보면 똑같이 생긴 연필을 자주 볼 수 있단다. 자, 그러면 이 연필은 어떻게 하지?" 하시며 우리 앞에 연필을 내미셨다. 난 서슴없이 "그건 태국이에게 주세요!" 했는데, 태국이도 가지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는 계속 양보하며 서로에게 연필을 밀었다.
선생님은 난처해하셨다. 지켜보던 아이들이 "연필을 반으로 잘라서 줘요!" 하였다. 결국, 가위 바위 보를 하기로 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멋쩍기만 했다. "가위, 바위, 보!" 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나와 태국이는 동시에 손바닥을 넓게 폈다. 선생님께서는 다시 가위 바위 보를 외치셨지만, 나는 보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태국이는 손동작을 크게 하며 다시 보를 내었다. 다음 차례에도 나는 손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보로 머물렀지만, 태국이는 가위를 냈다.
선생님은 태국이에게 연필을 주고, 우리를 자리로 돌려보내시다가, 나를 다시 불러 세우며 "상우, 이거 가지렴!" 하고, 새 연필을 주셨다. 그 연필은 그림이 그려 있지 않은 밋밋한 나무색이었는데, 딱 내 취향이었다. 보기에도 멋스럽고, 손에 잡으니 편하고, 왠지 향이 나는 것 같고, 글이 줄줄 써질 것 같은 연필, 그냥 연필이 아니라 황금 연필 같았다.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대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복을 받는다는 게 맞는가 보다!
2009.03.17 화요일
5교시가 끝나자 우리 반은 모둠별로 나가 선생님께 알림장 검사를 맡았다. 알림장 검사를 다 받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호준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상우야, 아까전에 그 파란색 파워레인저 연필, 니꺼 아니니?" 하였다.
나는 점심 시간에 5교시 수업 준비를 하면서, 맨 앞자리에 앉은 홍범이가 몽당연필을 쓰는 걸 보고, 새 연필을 한 자루 빌려준 일이 생각났다. 연필을 돌려주려나 보다 생각하고 "응." 고개를 끄덕였는데, 호준이가 다짜고짜 홍범이 뒤에 앉은 태국이에게 "거봐~! 상우거 맞잖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영문을 몰라 어벙벙하였는데, 태국이가 눈을 흘기며 "아냐~! 이거 내거거든!" 하고 맞받아쳤다. 태국이가 쥔 연필은 내 연필이 맞았다. 그런데 태국이는 며칠 전에 잃어버린 자기 연필과 똑같다고 하며, 그 연필은 자기 것이라고 하였다. 그 연필이 내거라고 주장하는 몇몇 아이들과, 태국이가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선생님 앞에까지 나가 연필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아니, 연필 하나를 두고 왜 이리 시끄러운 거지?" 하고 선생님께서는 먼저 태국이에게 무엇을 물어보신 다음, "상우, 이리 나와 봐! 어떻게 이 연필이 태국이한테 간 거지?" 하셨다. "제가 점심 시간에 홍범이 연필이 닳아서 연필을 한 자루 빌려줬거든요. 그다음부터는 어떻게 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는데, 홍범이가 나와서 더듬더듬 상황 설명을 하였다. 홍범이가 쓰는 연필을 호준이가 빌려가고, 호준이가 쓰는 것을 경모가 빌려가고, 그 연필과 똑같은 모양의 연필을 잃어버린 태국이가 아, 내 연필 찾았다! 하며 가져갔다는 것이다.
"상우는 이 연필이 네 거라고 생각하는 증거가 있니?", "네, 저도 홍범이에게 그것과 똑같은 연필을 빌려주었고, 그것과 똑같이 생긴 연필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러자 옆에서 아이들도 내 것이 맞는다고 했고, 선생님께서도 "상우게 맞는 거 같네, 태국아, 그리고 살다 보면 똑같이 생긴 연필을 자주 볼 수 있단다. 자, 그러면 이 연필은 어떻게 하지?" 하시며 우리 앞에 연필을 내미셨다. 난 서슴없이 "그건 태국이에게 주세요!" 했는데, 태국이도 가지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는 계속 양보하며 서로에게 연필을 밀었다.
선생님은 난처해하셨다. 지켜보던 아이들이 "연필을 반으로 잘라서 줘요!" 하였다. 결국, 가위 바위 보를 하기로 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멋쩍기만 했다. "가위, 바위, 보!" 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나와 태국이는 동시에 손바닥을 넓게 폈다. 선생님께서는 다시 가위 바위 보를 외치셨지만, 나는 보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태국이는 손동작을 크게 하며 다시 보를 내었다. 다음 차례에도 나는 손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보로 머물렀지만, 태국이는 가위를 냈다.
선생님은 태국이에게 연필을 주고, 우리를 자리로 돌려보내시다가, 나를 다시 불러 세우며 "상우, 이거 가지렴!" 하고, 새 연필을 주셨다. 그 연필은 그림이 그려 있지 않은 밋밋한 나무색이었는데, 딱 내 취향이었다. 보기에도 멋스럽고, 손에 잡으니 편하고, 왠지 향이 나는 것 같고, 글이 줄줄 써질 것 같은 연필, 그냥 연필이 아니라 황금 연필 같았다.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대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복을 받는다는 게 맞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