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넘은 철봉
2009. 4. 4. 08:53ㆍ일기
<처음 넘은 철봉>
2009.04.03 금요일
체육 시간에 우리는 보통 단계별로 운동을 시작한다. 1단계가 제일 낮은 철봉을 잡고 한 바퀴 도는 거다. 그다음엔 2단계 더 높은 철봉, 3단계 철봉, 그다음엔 높이 뛰기, 이런 순으로. 난 언제나 1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채, 나처럼 통과 못한 몇명의 아이들과 벌칙으로 개구리 뜀질을 하면서 시작해야 했다.
오늘도 1단계 철봉 앞에서 나가질 못하고 쭈물거리는 5명 정도의 아이들과 나를 향해, 우리 반 계주 선수이자 체육부장인 성환이가 보다못해 달려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철봉 밑에 저벅 엎드리더니, "너희들 나 밟고 올라가!" 하는 것이었다.
마침 바로 내 차례였는데, 성환이가 운동은 잘하지만, 몸집은 나보다 가늘어서, 과연 나를 떠받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성환이에게 "성환아, 그건 무리야, 우리 아빠도 하지 못하는 일을 니가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했더니, 성환이는 "상우야, 시간 끌지 말고, 빨리 신발 벗고 밟고 올라가서 철봉해!"했다. 어쩔 수 없이 엉겁결에 성환이 등위를 잽싸게 밟고 올라서서, 철봉을 꽉 잡고 몸을 철봉 앞으로 기울여 넘기려고 바둥거렸다.
그러자 뒤에서 다른 아이들도 힘을 모아 "상우야, 날아라!" 하며 내 엉덩이와 등을 밀어주었다. 순간, 내 몸은 더 뭔가를 밟고 서 있지 않고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되었다. 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생각해보았다. 롤러코스터가 떨어지는 것처럼, 끽~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멋지게 착지해야지 생각하는데, 자꾸 두 손이 벌벌벌 떨리면서 철봉을 놓칠 것 같았다. 가뜩이나 무거운 머리를 쿵~ 하고 박아서 큰 상처를 입으면 어떡하지?
몸이 한 바퀴 돌아갈 때 난 눈을 질끈 감았다. 갑자기 지구가 뒤집히고 땅이 솟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속으로 '우와~ 난 하늘을 날고 있는지도 몰라!' 외쳤다. <삼국지>에서 읽은 '낙봉파'라는 절벽에서 '봉추 선생'이 화살을 맞고 떨어지는 것 같은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러다 '철퍼덕~' 소리와 함께 익숙한 느낌이 났다. 내가 땅 위에 두 다리를 벌린 채 아기 자세로 앉아있는 것이다.
비록 멋지게 착지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딱 한 번, 처음으로 한번 철봉 넘기를 성공한 게, 진짜 하늘을 난 것처럼 마구 가슴이 뛰었다. 아이들이 함께 와! 하고 똑똑 짝짝 손뼉을 쳤다. 성환이가 끙~ 하고 휘청거리는 시늉을 하면서 "에구 상우야, 허리뼈가 부러지는 줄 알았어~" 하였다. 그러면서 "오늘 이거 블로그에 올려야 돼!" 하고 씩~ 웃는 성환이의 웃음이 사파이어처럼 빛났다. 멋진 나의 친구, 이성환! 고맙다!
2009.04.03 금요일
체육 시간에 우리는 보통 단계별로 운동을 시작한다. 1단계가 제일 낮은 철봉을 잡고 한 바퀴 도는 거다. 그다음엔 2단계 더 높은 철봉, 3단계 철봉, 그다음엔 높이 뛰기, 이런 순으로. 난 언제나 1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채, 나처럼 통과 못한 몇명의 아이들과 벌칙으로 개구리 뜀질을 하면서 시작해야 했다.
오늘도 1단계 철봉 앞에서 나가질 못하고 쭈물거리는 5명 정도의 아이들과 나를 향해, 우리 반 계주 선수이자 체육부장인 성환이가 보다못해 달려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철봉 밑에 저벅 엎드리더니, "너희들 나 밟고 올라가!" 하는 것이었다.
마침 바로 내 차례였는데, 성환이가 운동은 잘하지만, 몸집은 나보다 가늘어서, 과연 나를 떠받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성환이에게 "성환아, 그건 무리야, 우리 아빠도 하지 못하는 일을 니가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했더니, 성환이는 "상우야, 시간 끌지 말고, 빨리 신발 벗고 밟고 올라가서 철봉해!"했다. 어쩔 수 없이 엉겁결에 성환이 등위를 잽싸게 밟고 올라서서, 철봉을 꽉 잡고 몸을 철봉 앞으로 기울여 넘기려고 바둥거렸다.
그러자 뒤에서 다른 아이들도 힘을 모아 "상우야, 날아라!" 하며 내 엉덩이와 등을 밀어주었다. 순간, 내 몸은 더 뭔가를 밟고 서 있지 않고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되었다. 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생각해보았다. 롤러코스터가 떨어지는 것처럼, 끽~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멋지게 착지해야지 생각하는데, 자꾸 두 손이 벌벌벌 떨리면서 철봉을 놓칠 것 같았다. 가뜩이나 무거운 머리를 쿵~ 하고 박아서 큰 상처를 입으면 어떡하지?
몸이 한 바퀴 돌아갈 때 난 눈을 질끈 감았다. 갑자기 지구가 뒤집히고 땅이 솟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속으로 '우와~ 난 하늘을 날고 있는지도 몰라!' 외쳤다. <삼국지>에서 읽은 '낙봉파'라는 절벽에서 '봉추 선생'이 화살을 맞고 떨어지는 것 같은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러다 '철퍼덕~' 소리와 함께 익숙한 느낌이 났다. 내가 땅 위에 두 다리를 벌린 채 아기 자세로 앉아있는 것이다.
비록 멋지게 착지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딱 한 번, 처음으로 한번 철봉 넘기를 성공한 게, 진짜 하늘을 난 것처럼 마구 가슴이 뛰었다. 아이들이 함께 와! 하고 똑똑 짝짝 손뼉을 쳤다. 성환이가 끙~ 하고 휘청거리는 시늉을 하면서 "에구 상우야, 허리뼈가 부러지는 줄 알았어~" 하였다. 그러면서 "오늘 이거 블로그에 올려야 돼!" 하고 씩~ 웃는 성환이의 웃음이 사파이어처럼 빛났다. 멋진 나의 친구, 이성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