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는 무슨 맛일까?

2009. 4. 2. 08:44일기

<회는 무슨 맛일까?>
2009.03.28 토요일

오늘 우리 가족은 서울에서, 아빠 친구 가족들과 모임을 했다. 오랜만에 대구에서 오신 동규 아저씨 가족을 환영하는 모임이기도 했다. 특히 동규 아저씨와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아줌마는, 내 블로그를 많이 칭찬해주셨다.

우리는 처음에 고깃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으려 했다. 그러나 고깃집에 사람이 너무 많고 시끄럽고 연기가 부글부글 나서 아기에게 안 좋겠다고, 지하에 있는 횟집으로 발을 돌렸다. 지하상가는 무지 썰렁했고, 횟집도 조금 허름해 보이고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가 우르르 들어가니 횟집이 꽉 찼고 주인아줌마의 동작이 빨라졌다. 난 회를 별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내키지가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따라 들어갔다. 상을 붙이고 방석을 깔고 아빠는 아빠 친구들과 모여 앉고, 엄마는 아줌마들과 가깝게 앉았다. 나는 학교 선생님인 아줌마 옆에 앉아 책을 읽었다.

"와, 상우는 이런 데 와서도 책을 읽나?" 하고 선생님이 놀라셔서, 쑥스러워 책을 접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과 강희 아저씨네 아줌마도 내 이야기를 솔깃하게 잘 들어주셨다. 나는 맘이 편했다. 이제 나도 제법 커서 어른들의 모임에 섞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구나!

주인아주머니가 마치 중요한 물건을 다루듯이, 멋진 걸음으로 물고기 모양 접시에 담긴 회를 가져오셨다. 아주머니는 접시를 또각~ 소리 나게 우리 상에 내려놓으셨다. 접시는 붕어빵 모양이었고, 하얀색이었다. 접시 한가운데는 움푹 파여 있었는데, 그 위에 국수처럼 투명한 실 같은 것이 눈처럼 소복이 쌓여 있었고, 바로 그 위에 살점이 불그스레한 회, 살은 하얀데 테두리가 까뭇한 회, 살 등에 비늘 같은 무늬가 있는 회, 이렇게 세 가지가 손가락 마디만 한 크기로 나란히 썰어져 나왔다.

나는 젓가락을 뻗어, 붉고 통통한 물고기 살점의 가운데 부분을 집어서 들어 올려보았다. 그러자 양쪽 살이 아래로 축 처진 것이, 꼭 대머리독수리가 하늘에서 착륙하는 모양이 났다. 또 3학년 과학 시간에 클립을 책상에 올려놓고, 그 위에 막대자석을 들고 있으면, 클립이 양극(N극과 S극)에 주렁주렁 매달렸던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가 관찰은 그만하고 먹어보라고 하셔서, 나는 젓가락을 초고추장 그릇으로 옮겨 회를 쿡 찍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회의 양쪽 처진 살에 빨간 고추장이 많이 붙어, 불사조 날개 모양이 떠올랐다. 난 드디어 젓가락을 내 입으로 가져가 꿀꺽 회를 넣었다. 회는 이에 씹혀져 얼마 가지 못해, 얇은 종이 쪼가리처럼 찢어져 식도로 넘어갔다. 무슨 맛이 남았나? 그건 맵고도 톡 쏘는 고추장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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