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질을 하면 기분이 좋아요!

2009. 3. 21. 08:40일기

<걸레질을 하면 기분이 좋아요!>
2009.03.19 목요일

미술 시간이 끝날 무렵, 나는 그동안 물감을 풀고 한 번도 닦지 않아서 더러워진 물통을 씻으러, 교실 뒤 수돗가에서 걸레를 펼치고 물을 틀었다. 내 물통은 너무 지저분해서 쉽게 씻어질 것 같지가 않았다.

수돗물이 콸콸 시원하게 쏟아지자, 하얗게 말라있던 걸레는 순식간에 축축이 젖어 버렸다. 나는 지그재그로 구부러진 자바라 물통을 쫙 펴서 물을 잔뜩 받은 다음, 구정물처럼 시커먼 물을 돌돌 헹궈서 다시 버렸다.

그런 다음 젖은 걸레로 물통 안쪽의 맨 밑바닥을 벅벅 닦았다. 그리고 걸레를 빨아 양쪽을 뾰족하게 만들어 물기를 쭉 짜내고, 물통 안쪽의 쭈글쭈글한 틈 사이에 박혀있는 물감 얼룩을 꼼꼼히 닦아내었다. 힘을 주어 닦을수록 물통의 틈새는 투명해지고, 걸레는 이끼가 낀 것처럼 검푸르스름해졌다.

걸레가 지나간 자리는 신기하게 때가 없어지고 깨끗해졌는데, 걸레는 점점 더러워지는 걸 보고 기분이 이상해졌다. 걸레에 묻은 얼룩이, 마치 내 손등에 이끼와 곰팡이가 돋는 것처럼 묘하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나는 더 열심히 걸레질을 해서 물통의 안팎을 닦았다.

난 아예 자리에 돌아와서도 계속 걸레질을 하였다. 이마에 콩알만 한 땀방울이 맺히고, '씩씩씩씩~' 물통 닦는 소리에 저절로 흥이 났다. '이거 참 마음에 드는군, 난 걸레질에 소질이 있나 봐! 이걸 해도 먹고 살겠어!' 얼마나 닦았는지 내 물통은, 완전히 새것처럼 빛이 반짝반짝 나고 윤기가 차르르 흘렀다.

물통의 온갖 얼룩을 닦아내느라 썩은 듯 지저분해진 걸레가 나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물통의 먼지와 때를 흡수해가면서 묵묵히 더러워진 걸레와 내가 하나가 된 뿌듯한 느낌! 나는 비까번쩍해진 물통을 책상 위에 자랑스럽게 탁~ 올려놓고, 벌떡 일어나 걸레를 높이 휘두르고 다니며, "학용품 세탁소 개장이요! 한 번 세탁하는데 백 원~!"하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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