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2009. 4. 23. 08:52일기

<걱정>
2009.04.22.수요일

아침 일찍, 영우와 나는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나는 앞서 걸으며 영우를 재촉했다. 오늘은 영우가 어린이 대공원으로 현장 학습을 가는 날이다. 김밥과 간식이 든 소풍 가방을 메고, 영우는 마음이 들떠 눈하고 입가에서 깨알 같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환하게 웃는 영우를 보며 난 걱정이 앞섰다. 나도 낼모레면 현장 학습을 갈 거지만, 며칠 전 뉴스에서 현장학습을 가다가 사고가 난 버스 이야기와, 엊그제 우리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끔찍한 이야기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여러분에게 지난번에 들려준 버스 안전에 대한 중요성 이야기 기억하죠? 이 이야기는 너무 끔찍하여 안 하려고 했는데, 버스 안전에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겠어요! 오래전 땡땡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그날 아이들이 현장학습을 가는데 한 아이가 여러분이 현장학습 버스에서 잘하는 자세, 음~ 그러니까 어, 저기 태국이가 한 자세!" 하며 태국이를 가리키셨다.

태국이는 의자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거꾸로 몸을 돌려 의자 머리 부분을 잡고 있었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자, 저 자세로 있다가 버스가 어느 구간에서 갑자기 급정거를 하였는데, 그때 그 자세를 하고 있던 아이의 경추가 꺾여서, 경추뼈가 기도, 그러니까 공기가 통하는 우리 몸의 길을 막아버려서, 그 아이는 숨을 쉴 수가 없게 된 거야! 그런데 그 순간 그 아이가 그냥 어쩌다 스르르 자기 자리에 눈을 감고 제 자세로 앉아 있었는데, 그때까진 아무도 그 애가 죽어가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지.

학교에 도착해서도 깨어나지 않아서 옆 짝이 아무리 깨우고 흔들고 소리쳐 불러도 일어나지 않자, 그때야 무슨 일이 생긴 걸 느끼고 응급차를 불렀는데, 이미 너무 늦어버렸단다. 말할 것도 없이 학교는 충격에 휩싸였고, 학부모들은 아주 슬퍼하고, 현장 체험 학습을 없애자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그때 그 학교가 발칵 뒤집혔단다. 그러니 절대로 안전벨트를 꼭 하고, 자기 자리에만 앉아서 옆 친구랑만 이야기하세요!" 하셨다.

나는 영우에게 학교 가는 내내 "영우야, 안전벨트를 꼭 해라, 버스에서 일어서지 말고 네 자리에만 앉아 있어야 해! 대공원에 가면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꼭 선생님 따라다니고!" 하며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하였다. 영우는 또롱또롱한 표정으로 "형아, 걱정하지 마. 내가 뭐 아기야? 아무 일도 없을 거야!"하며 나를 진정시켰다.

학교 앞에서 나는 바지 주머니에 넣고 왔던 구겨진 돈 천 원을 꺼내어, "자, 이거 현장 학습 가서 기념품이나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사먹어." 하며 영우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아이 싫어, 난 돈 안 쓸래. 형아, 가져!" 하고는 영우는 후닥닥 교실로 뛰어갔다. 그래서 나는 교실에 들어와 먼저 하느님께 평소에 주신 축복에 감사드리며, 오늘은 특별히 우리 영우에게 안전의 축복을 주시고, 오늘 받을 저의 축복을 오늘은 영우에게 다 달라고 기도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