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한 연극

2008. 11. 23. 10:21일기

<느끼한 연극>
2008.11.21 금요일

1교시 말하기.듣기.쓰기 시간이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선인장 이야기를 읽고, 역할을 정하여 앞에 나가서 발표하기를 하였다. 나는 일단 눈으로 어떤 이야긴가 읽어보았다.

<사막에 엄마, 아빠, 오빠, 여동생, 이렇게 4개의 선인장이 있었다. 오빠와 동생은 항상 불만이었다. 사막을 아주 싫어했고, 아름다운 정원에 장미로 태어나지 못한 것을 탓하였다. 아빠, 엄마는 사막에 아름다움과 사막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쳐주고 싶어서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사막에 1달 만에 기다리던 비가 왔다. 아이들은 쉬지 않고 빗물을 받아먹었다. 엄마, 아빠는 적당히 마시라고 충고했지만, 두 남매는 듣지 않고 온몸을 물로 채웠다. 다음날 아침, 남매 선인장은 자기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새벽부터 불어닥친 바람에 뿌리째 넘어지고 말았다.>

선생님께서 "이 이야기를 역할을 맡아, 인물에 알맞은 표정과 목소리로 잘 연기하여 보세요!" 하시며 연습할 시간을 주셨다. 다른 모둠은 약간 티걱태걱하며 역할을 정했는데, 우리 모둠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아빠, 유나는 엄마, 경훈이가 오빠, 정원이가 여동생을 맡겠다고 동시에 딱 정했다.

우리 모둠은 4번째로 교탁 앞에 나와 연극을 하였다. 나는 진짜 아빠가 된 심정으로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고 근엄하고 부드럽게 내려고 했다. 나는 두 팔을 넓게 벌리며 "애들아, 아빠는 지금 너희들 모습이 훨씬 더 보기 좋단다아~!" 했는데, 연극을 지켜보던 여자 아이들이 어깨를 부르르 떨며 "어우, 느끼해~!" 하였다.

난 일부러 더 느끼하게 말했다. 역할극을 하는 모둠 친구들도 내 자세가 부담스러웠는지 좀 뒤로 빼며 책을 들고 대사를 읽었다. 그러나 나는 이 연극이 재미있어 아이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감정을 실었다. 자기가 처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강조하는 아빠 선인장이 되어, 눈썹을 추켜올리고, 눈도 휘동그랗게 뜨고 연기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