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시험

2008. 12. 7. 09:35일기

<후회 없는 시험>
2008.12.06 토요일

첫째 시간, 우리 반은 어제 보았던 기말고사 시험지를 나누어 받았다. 이번 시험은 중간고사보다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만, 나는 이번이 4학년 최악의 시험이 되지 않을까 초조했었다.

기말고사를 보기 전까지 나는 내 실력을 끝없이 의심하면서 마음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나누어주는 시험 대비 학습지를 풀 때마다, 번번이 점수가 엉망이었고, 점수가 척척 잘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 신기하고 부러워서 한숨이 푹~ 나왔다.

특히 이번에는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수학이 나를 괴롭혔다. 그중에 <어림하기>라는 단원이 머리에 뿔이 날 정도로 힘들었다. 항상 소수점 몇째 자리까지 정확하게 계산하는 법에 재미를 붙였었는데, 갑자기 모든 수를 대충 어림해서 계산하라니, 도무지 적응할 수가 없었다.

올림을 하라면 버리고, 버림을 하라면 올렸다. 반올림도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할지 내려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갈팡질팡하였다. 나는 시험 보기 전날, 마지막 총정리를 하면서 울었다. 어림하기 앞에서 좌절했던 것이다.

'이걸 모르면 5학년에 진급하지 못할지도 몰라!' 하는 두려움에, 알밤같이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어림하기는 말 그대로 어림하기라는 것을! '정확하게'가 아니라 어림해서 계산하면 되는 것을,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것이다. 너무 어려운 것만 파고들다 보니, 쉬운 것을 보는 눈이 흐려졌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내가 일 년 동안 먹은 밥이 몇 그릇이오? 하는 물음에, 297그릇 하고도 3분의 1그릇이오! 할 줄만 알았지, 대략 300그릇 되지요! 하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어림하기가 우리 삶에서 흔히 쓸 수 있는 아주 편안한 계산법이란 걸 알고,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어림하기가 얼마나 쉽고 편한 계산 법인지 이해하고 나서야, 시험을 가벼운 마음으로 칠 수 있었지만, 시험을 보고 난 뒤에도 '그놈의 어림하기에서 많이 틀렸을거야!'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수직과 평행>에서 어이없게 쉬운 문제를 하나 틀렸고, 나머지 과목은 다 맞았다. 내가 정말 기뻤던 사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후회 없는 마무리를 하려고, 온 힘을 다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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