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독서 골든벨

2008. 11. 27. 08:51일기

<아쉬운 독서 골든벨>
2008.11.26 수요일

난 아침부터 설사를 심하게 하느라 지각하고 말았다. 아직 1교시가 시작되기도 전인데, 벌써 강당으로 가려고 우리 반은 복도에 나와 줄을 서 있었다. 선생님께서 "상우, 왜 이렇게 늦었어? 빨리 가방 교실에 놓고 줄 서라!" 하셨다.

오늘은 독서 골든벨이 열리는 날이다. 지난주, 각 반에서 예선전을 통과한 5명의 선수가 모여, 2학기 동안 학교에서 정해준 골든 도서 목록을 읽고, 얼마만큼 소화했는가 겨루는 결승전이다. 전교생이 강당에 둘러싸인 가운데 결승 진출자들이 중앙으로 차례로 들어섰다.

나는 배정받은 번호, 71번이라고 쓰여있는 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우리 반 경훈이, 익선이, 김훈, 석희와 함께, 자랑스럽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았다. 나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퀴디치(날아다니는 빗자루에 올라탄채 공을 골대에 집어넣는, 스릴 넘치는 마법학교의 게임)에 출전하는 선수처럼 긴장되지만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무대 정면을 바라보았다.

사회자 선생님께서 마이크로 첫 번째 문제를 내시자마자, 각자 받은 커다란 책 모양의 화이트 보드에 정답을 적었다가, "하나, 둘, 셋, 뎅~!" 하고 징을 치시면 답을 높이 올렸다. 한 문제 두 문제씩 답을 맞춰나갈 때마다, 우리는 신이 나서 주먹을 쥐고 앗싸! 흔들었다. 대회가 한창 무르익어 갈 무렵이었다.

우리나라 소년 다이빙 선수, 새미리가 금메달을 땄던, 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도시의 이름, 런던을 맞추는 문제에서, 우리 반 선수 중 나만 빼고 다 탈락해버린 것이다. 친구들이 순식간에 우르르 빠져나간 빈자리를 허탈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응원석에서 우리 송화반 친구들이 두 주먹을 높이 들고 한꺼번에 "권상우! 권상우!"를 외쳤다.

잠시 선수들이 강당 무대 위로 올라와 있고, 패자부활전이 열렸다. 패자 부활전을 통해, 떨어졌던 우리 반 선수들이 모두 다시 올라오게 되었다. 우리는 다시 만난 독수리 5형제처럼 손을 들어 인사하며 기뻐했다. 이제 남은 몇 문제를 앞두고, 나는 우리 반 친구 5명과 함께 끝까지 가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설사로 고생했던 배가 다시 부글부글 아파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는 쪼이듯 아픈 배를 잡고 얼굴을 찡그리다가, 물방귀가 뿌르르륵~ 하고 터질 때, 들려오는 문제의 첫 구절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답을 잘못 썼다. 내가 탈락할 때, 반 친구들이 거의 함께 또 탈락했다. 경훈이가 혼자 살아남아 끝까지 갈 뻔했는데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다. 아쉬웠지만,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풀고, 함께 웃고, 함께 떨어지고 위로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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