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2008. 11. 15. 13:44일기

<싸움>
2008.11.14 금요일

4교시 체육 시간, 자유 활동 시간이라 아이들은 운동장 여기저기 흩어져서, 산만하게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운동장 입구에서 해영이가 목을 높여 노래 부르듯 소리쳤다. "해송이는 수아를 좋아한대요오~!"

해영이 앞에 몇 발짝 떨어져 걷던 해송이가 뒤를 돌아보며 "야, 이 새끼야! 거기서!" 하며 달려들었다. 해영이는 "나 잡아봐라!" 하며 교실 쪽으로 달아났다. 해송이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해일처럼 해영이를 쫓아갔다.

나도 놀라 해송이를 뒤쫓아갔는데, 해송이가 하도 빨리 뛰어 반만 달리다 멈추었다. 잠시 뒤 해송이가 씩씩거리며 나타나서 해영이를 놓쳤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실 뒤쪽으로 돌아 다시 나타난 해영이가 작은 돌멩이를 몇 개 주워가지고 와, 마구 던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도 날아오는 돌에 오른쪽 팔을 맞을 뻔했지만, 몸을 왼쪽으로 기울여 간신히 피했다. 해송이 가슴에도 작은 돌멩이가 탁탁 부딪혔다.

체육 선생님께서 달려와 수업 중인데, 왜 이리 어지럽냐고 경고를 주시는 바람에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다시 골대를 정하고 내가 골키퍼를 맡고, 막 시작하려 하는데, 아이들이 축구는 시작하지 않고 운동장 한구석에 뭉쳐서 웅성거리는 것이었다. 가만히 보니 아이들 사이로 주먹이 날아갔다. 그 사이로 얼굴이 새빨간 해송이와, 얼굴이 빨개져서 안경을 벗고 우는 해영이가 보였다.

해송이가 해영이를 한 대 때려 눕힌 것이다. 그런데 해영이가 해송이 가슴을 퍽 차고 일어나 거세게 반격을 하기 시작했다. "병신 새끼! 죽여버리겠어!" 하며 손으로 해송이 몸 여기저기를 할퀴고, 얼굴도 막 때리고 박치기도 하려고 했다. 둘의 기세가 대단해서 처음엔 말리지를 못하고 움찔움찔하다가, 둘이 잠깐 떨어진 틈을 이용해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둘을 떼어놓기 시작했다.

나도 아이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날뛰는 해송이를 붙잡고, "해송아, 마음 넓은 니가 참아!" 하며 해송이를 진정시켰다. 그러고는 끝 부분이 부러진 안경테를 붙들고, 더 광분해서 날뛰는 해영이를 막아서며 "해영아, 니 안경은 안경점에 가서 다시 맞출 수 있지만, 니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해송이를 죽이면 그 죄는 평생 가는 거야!"하고 말렸다.

결국, 놀라서 달려오신 체육 선생님께, 둘은 함께 5분 정도 엎드려뻗쳐 벌을 섰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선생님 앞에서 악수하고 화해했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는데, 해송이 손등에 상처가 나 있었고 피가 나고 있었다. 나는 해송이를 수돗가로 데려가, 상처 부위를 흐르는 물에 씻기고, 상처가 난 손등을 심장 높이보다 높게 들게 한 다음, 보건실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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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동생 영우가 그린 싸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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