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 내 동생

2008. 11. 3. 08:39일기

<꼭두각시 내 동생>
2008.10.29 수요일

오늘은 1교시부터 4교시까지, 1,3,5학년의 예능 발표회 총연습을 관람하였다. 우리 반은 강당 마지막 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총연습이 시작되었는데도 소란스럽게 떠들어서, 나를 비롯해 5명이 교실로 가서 잠깐 벌을 서고 돌아왔다. 다행히 돌아오자마자, 내 동생 영우가 있는 1학년 국화 반 공연이 시작되려고 했다.

나는 영우가 과연 어떻게 꼭두각시 공연을 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되어 목을 쭉 빼었다. 똑똑딱딱 전주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모두 허리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방글방글 웃었다. 그중에 영우가 가장 크게 웃어서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영우는 두 손으로 얼굴을 박박 문지르는 시늉을 하다가, 옆에 있는 여자 아이에게 몸을 돌려, 얼굴을 가리고 있던 두 손을 활짝 열며 씩 웃어주었다. 그러다가 옆에 있던 여자아이가 풀썩 주저앉으니까, 영우가 허리를 구부려 주먹을 쥐고, 여자애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는 시늉을 하였다.

허리를 펴고 일어나 한쪽 팔을 죽 뻗고, 다른 쪽 팔로 쭉 뻗은 팔을 툭툭 두드릴 때도, 내 눈엔 유달리 영우가 진짜 꼭두각시같이 보였다. 갑자기 모두가 벌떡 일어나 콩콩 뛰면서 뒤섞이는 바람에 영우가 그 속에 묻혀 사라져버렸다. 영우가 보이지 않자 나도 모르게, 뒤죽박죽 섞인 아이들 속에서 영우를 찾느라 눈이 빨라졌다.

다시 영우가 나타났을 땐, 옛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뻤다. 영우는 팔을 더 쫙쫙 크게 벌리고, 입도 함빡 만큼 벌렸다. 그 몸짓이 날개를 활짝 편 새 같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아직 날개를 잘 펴지 못한 어린 새 같아서, 우리 영우가 돋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