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비가 내리는 언덕

2008. 10. 21. 08:46일기

<빨간 비가 내리는 언덕>
2008.10.19 일요일

오후에 엄마랑 영우와 산책하러 나갔다. 영우가 숙제로 나뭇잎을 모아가야 한다며 아파트 마당에 떨어진 나뭇잎을 하나, 둘 주웠다.

나는 "아! 예쁜 나뭇잎이 많은 곳을 알고 있어! 따라와!"하고는 어제 친구들과 처음 가 보았던 5단지 산책로를 찾아 달려갔다.

우리는 놀이터를 따라 내려와 차들이 달리는 아파트 앞 도로를 건너, 아파트 단지 마지막에 붙어 있는, 509동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돌계단을 날듯이 뛰어올라갔다. 잃어버린 보물을 찾기라도 하려는 기세로!

계단을 올라가니 구불구불한 산책로 양옆에 아담한 풀밭이 펼쳐져 있고, 빨간 나뭇잎들이 장미꽃 이파리처럼 여기저기 부슬부슬 떨어져 있었다. 영우는 "우와~! 진짜 색깔이 예쁘다!" 하고 좋아하며 풀밭에 코를 박듯 엎드려 나뭇잎을 줍기 시작했다.

나는 운동기구를 타고 놀다가 유난히 크고 붉은 나뭇잎을 골라 영우에게 주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여기 산책로의 나무들은 모두 이파리가 빨갰다. 노란 잎도 별로 없고, 하나같이 빨간 나쵸 과자 모양이었다. 언뜻 보면 핏방울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부서진 난파선 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갑자기 바람이 불더니 풀밭에 깔려 있던 나뭇잎보다, 더 많은 나뭇잎이 후루루룩 떨어지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도 떨어지고,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두 손을 높이 들고 외쳤다. "와! 빨간 비가 내린다~!" 발밑에 수북이 쌓인 빨간 비들 속에서, 행운의 네 잎 클로버가 우릴 향해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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