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를 마치고

2008. 10. 20. 08:31일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2008.10.17 금요일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다. 묵은 때를 벗겨 낸 듯 개운하고 뿌듯하다. 오늘 시험은 물살이 빠른 강물을 스스로 잘 헤쳐나온 것 같았다. 왜냐하면, 문제를 풀면서 앞으로 나가는 게 헤엄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주 전부터 나는 중간고사를 '달빛강'이라고 상상하고, 중간고사 준비는 '달빛강'에 도착하기 위한 모험과 계획이라고 상상했다. 내가 '달빛강'에 무사히 도착하면, '달빛강'으로 열심히 달려온 또 다른 친구들과 만나게 될 것이고, 그들과 다시 새로운 모험을 떠나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상상하며 나는 중간고사 준비에 들어갔다. 국어 과목에서는 토론하는 방법을 재밌게 공부했는데, 그동안 토론을 막연히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토론에는 주제가 필요하고, 찬성과 반대 의견이 함께하며, 의견에는 적절한 이유와 근거가 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말다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행하며, 공정하게 말할 기회를 주는 사회자가 있어야 제대로 토론이 이루어진다. 나는 예전에 텔레비전 뉴스에서 보았던 국회의원 아저씨들의 토론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소리소리 지르고 서로 협박하듯 하는 그 아저씨들은 아마 국어 시간에 토론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할 때, 잘 듣지 않았거나 졸았을 것이다.

수학에서는 소수라는 녀석을 처음 알게 되어 반가웠다. 1과 0사이에 소수라는 숫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소수는 분수가 너무 복잡해서 만들어 낸 새로운 표현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아무리 까다로운 분수도 소수점을 콩콩콩 찍어가며 바꾸는 연습을 하다 보니,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자꾸 머리가 맑아졌다.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재에 대해 공부했던 사회 시간은, 끊임없이 나를 잡아당겼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로 만들어진 책, 직지심체요절이 나는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프랑스의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하니 아쉬웠고, 내가 크면 꼭 찾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과 인도의 타지마할에도 꼭 가보리라!

과학은 나에게 지식이라기보다 생명을 다루는 방법을 일깨워주기에, 수업 시간이 마냥 긴장감과 설렘으로 넘쳤다. 동물의 암수를 구별하는 법을 배우다가, 책에 나오는 동물들이 너무 귀여워 그림을 쓰다듬어가며 공부했다. 지층에 관한 공부를 할 때, 담임 선생님께서 그랜드 캐니언에 갖다 오셨던 기념사진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여주신 적이 있었다. 난 그 웅장한 그랜드 캐니언 지층을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며, 선생님 다음으로 발자국을 찍으리라! 하고 마음을 넓혔다.

난 중간고사를 마치고, 우르르 놀러 가는 친구들을 따라갔다가 나도 모르게 집으로 발걸음이 옮겨지는 것을 느꼈다. 왠지 놀기보다 다음번 도착해야 할 여행지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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