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보다 신나는 음악

2008. 11. 29. 08:56일기

<닌텐도보다 신나는 음악>
2008.11.28 금요일

우리 담임 선생님께서 하시는 수업은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음악 시간이 특별히 좋다. 선생님께선 언제나 우리에게 여러 가지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시고, 그 음악을 통해서 이상하게 선생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 음악 시간엔 인터넷으로 장조와 단조의 음악을 비교해가며 들려주셨다. 처음엔 클라이슬러가 작곡한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슬픔>을 비교해 들었는데, 느낌이 아주 달랐다.

<사랑의 기쁨>은 가래떡을 꿀에 찍어 먹는 맛처럼 술술 넘어갔는데, <사랑의 슬픔>을 들을 땐, 콩이 많이 박혀있는 떡을 먹는 것처럼 뭔가 불편하고 뭉클했다. 그다음 그리그가 쓴 <페르귄트 조곡>에 나오는, <산왕의 궁전>을 들었을 때, 우리 반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 곡을 <산신의 전당> 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딴 이름 한소리인 셈일 것이다. 아버지가 죽고 난 뒤, 험난한 모험 길에 오르는 페르귄트 소년의 일대기가 소개되고, <산왕의 궁전>이 흐르기 시작한다. 둔둔둔둔~ 걸음 걷는 듯한 박자에 맞춰 "페르귄트 쫓기네, 트롤의 부하들, 어서어서 도망가자, 큰일 났구나!" 하는 가사가 화면에 뜬다.

우리는 어느새 음에 맞춰 가사를 따라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어깨도 조금씩 들썩인다. 처음엔 산왕의 눈을 피하려고 총총걸음으로 달아나는 페르귄트가 된 것처럼, 모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산왕이 페르귄트를 발견한 듯, 음악이 점점 빨라지고, 아이들도 빠르게 노래를 따라부른다. 우리 눈앞에서 거대한 추격전이 펼쳐지는 것 같이 음악이 빨라진다.

페르귄트는 무기도 없이 얇은 옷을 걸친 채 도망치고, 트롤의 군대는 칼과 흉기를 무장하고 뾰족한 철신을 신고, 코뿔소 같은 기세로 쫓아온다. 음악은 갈수록 번갯불이 콩을 굽듯이 번쩍번쩍 빨라진다. 우리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엄청나게 흥분하고 걱정하고 웃고, 닌텐도를 할 때보다 더 몰입해서 생기가 넘쳤다. 선생님도 흐뭇한 웃음을 지으셨다. 나는 빠른 음악에 쓸려, 만화 영화 <개구리 중사 케로로>에 나오는 '쿠루루'처럼 눈알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음악 속에서 내 심장이 벌컹벌컹 함께 달렸다.

둔둔둔둔 슌탄 펑탄 펑
~! 하고 터지듯 음악이 끝났다. 나는 한바탕 쫓기다가 공중제비를 넘어 제자리에 돌아온 것처럼, 어깨는 올리고 거북이처럼 목을 앞으로 쭉 뺀 상태였다. 아이들은 음악이 끝난 뒤에도 "페르귄트 쫓기네, 트롤의 부하들~"을 계속 흥얼거렸다. 닌텐도보다 아이들을 즐겁게 했던 <산왕의 궁전> 후에도 <달 보며 별 보며>라는 노래를 듣고서, 선생님은 단조 노래를 들어 기분이 우울해진 것 같다고 하시며, 마무리로 빅뱅 그룹의 <붉은 노을>을 틀어주셨다. 처음 듣는 노래지만 묵은 때가 씻어지는 것처럼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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