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나라 사랑
2008. 12. 12. 08:52ㆍ일기
<힘든 나라 사랑>
2008.12.11 목요일
도덕 선생님께서 2학기 <생활의 길잡이>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풀고, 그 중에 한 단원을 골라, 그에 대해 주장하는 글을 써오라는 숙제를 2주 전부터 내주셨다. 이 숙제는 2학기 마무리 겸, 평가가 되니 정성껏 해오라고 하셨다.
벌써 많은 아이가 숙제를 낸 상태였는데, 나는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 하루 만에 그 숙제를 다해서 왔다. 하루 동안 하기엔 너무 양이 많아서, 밤늦게까지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글쓰기 숙제였다. 교과서를 간신히 다 풀고, A4용지에 주장하는 글을 쓰려니 벌써 12시가 다 되었고, 나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냥 4단원<나의 사랑 나의 조국>을 택하여 '나라 사랑'이란 주제로 주장하는 글을 쓰려는데, 도저히 써지지가 않는 것이다.
머릿속에 '나라 사랑'이란 말만 뱅뱅 맴돌고, 눈꺼풀은 감기고, 고개를 몇 번인가 쿵덕 쿵덕 방아찧듯 하다가, 뭐라 뭐라고 써놓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참 난처했다. 이 글은 도덕 시간에 교탁 앞에 나가 발표를 해야 하는데, 어쩐담? 내가 써놓고도 무슨 말인지 아리송하니...
1년 전 있었던 아프가니스탄 선교사 납치 사건 이야기로 시작해서, 왜 전쟁이 일어나서 죄 없는 사람들이 희생당해야 하느냐고 하고, 내가 원한 건 아니지만 아빠, 엄마에게 태어났으니, 아빠, 엄마를 미워할 순 없는 것처럼, 나라를 미워할 순 없는 것 아니냐 하고, 우리나라가 전쟁이 나서 지도에서 사라지면 유목민처럼 전 세계를 떠돌다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될 것이고, 나라 없는 설움을 어떡할 거냐는 둥 완전히 뒤죽박죽 글이었다.
도덕 시간, 드디어 앞에 나가 발표를 하려는데, 아이들이 모두 숨죽인 채, 또랑또랑 토끼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선생님께 "들어가서 연습 좀 하고 다시 발표하겠습니다." 하고 자리로 들어왔다.
두 번째 나갔을 때도 여전히 아이들은 나를 뚫어지게 보았고, 난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읽으면서도 무슨 소린지, 왜 이런 말을 썼는지, 차라리 문화재에 대한 글을 쓸 걸, 얼굴이 뜨거웠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선생님께서 "박수~!" 하셨고, 아이들은 무언가 벅찬 얼굴로 따다닥 손뼉을 치고, 어떤 아이는 "상우야, 감동이었어!"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쑥스럽게 들어오며 속으로 '휴~ 나라 사랑은 힘들어~!' 하였다.
<동생 영우가 그린 그림입니다. 제 일기를 읽고 그린 것이죠.>
2008.12.11 목요일
도덕 선생님께서 2학기 <생활의 길잡이>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풀고, 그 중에 한 단원을 골라, 그에 대해 주장하는 글을 써오라는 숙제를 2주 전부터 내주셨다. 이 숙제는 2학기 마무리 겸, 평가가 되니 정성껏 해오라고 하셨다.
벌써 많은 아이가 숙제를 낸 상태였는데, 나는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 하루 만에 그 숙제를 다해서 왔다. 하루 동안 하기엔 너무 양이 많아서, 밤늦게까지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글쓰기 숙제였다. 교과서를 간신히 다 풀고, A4용지에 주장하는 글을 쓰려니 벌써 12시가 다 되었고, 나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냥 4단원<나의 사랑 나의 조국>을 택하여 '나라 사랑'이란 주제로 주장하는 글을 쓰려는데, 도저히 써지지가 않는 것이다.
머릿속에 '나라 사랑'이란 말만 뱅뱅 맴돌고, 눈꺼풀은 감기고, 고개를 몇 번인가 쿵덕 쿵덕 방아찧듯 하다가, 뭐라 뭐라고 써놓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참 난처했다. 이 글은 도덕 시간에 교탁 앞에 나가 발표를 해야 하는데, 어쩐담? 내가 써놓고도 무슨 말인지 아리송하니...
1년 전 있었던 아프가니스탄 선교사 납치 사건 이야기로 시작해서, 왜 전쟁이 일어나서 죄 없는 사람들이 희생당해야 하느냐고 하고, 내가 원한 건 아니지만 아빠, 엄마에게 태어났으니, 아빠, 엄마를 미워할 순 없는 것처럼, 나라를 미워할 순 없는 것 아니냐 하고, 우리나라가 전쟁이 나서 지도에서 사라지면 유목민처럼 전 세계를 떠돌다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될 것이고, 나라 없는 설움을 어떡할 거냐는 둥 완전히 뒤죽박죽 글이었다.
도덕 시간, 드디어 앞에 나가 발표를 하려는데, 아이들이 모두 숨죽인 채, 또랑또랑 토끼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선생님께 "들어가서 연습 좀 하고 다시 발표하겠습니다." 하고 자리로 들어왔다.
두 번째 나갔을 때도 여전히 아이들은 나를 뚫어지게 보았고, 난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읽으면서도 무슨 소린지, 왜 이런 말을 썼는지, 차라리 문화재에 대한 글을 쓸 걸, 얼굴이 뜨거웠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선생님께서 "박수~!" 하셨고, 아이들은 무언가 벅찬 얼굴로 따다닥 손뼉을 치고, 어떤 아이는 "상우야, 감동이었어!"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쑥스럽게 들어오며 속으로 '휴~ 나라 사랑은 힘들어~!' 하였다.
<동생 영우가 그린 그림입니다. 제 일기를 읽고 그린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