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분수대

2008. 8. 25. 08:35일기

<폭포 분수대>
2008.08.15 목요일

나는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광장에서 트라이더를 한바탕 신나게 탄 다음, 땀을 식히러 분수대 쪽으로 걸어갔다. 마침 땅에서 위로 총총 솟아오르며 아이들과 노는 분수대가 나더러 오라는 듯 손짓하였다.

그러나 나는 분수대를 외면하고 그 위에 있는 폭포 분수대 쪽으로 더 올라갔다. 왜냐하면, 지난 여름 분수대에서 놀다가 잠깐 분수가 꺼졌을 때, 호기심에 분수가 나오는 구멍에 엎드려서 얼굴을 바짝 대고, 언제 다시 물이 나오나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푸아~!' 하고 솟아오르는 물줄기에, 거세게 얼굴을 맞고 놀라서 뒤쪽으로 몸이 휘청하며 밀려나가더니, 코로 물이 들어가고, 코로 들어간 물이 입으로 다시 켁켁 나왔다. 안경에도 물이 차서 앞이 안 보여 비틀거리는 순간 다른 쪽에서 터져 나온 물줄기에 엉덩이와 등을 억~맞고 또 나가떨어졌었다.

나는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계단식으로 쏴아쏴아 떨어져 흐르는 폭포 분수대 앞으로 성큼 다가가, 몸을 숙여 폭포 안으로 쑥 들어갔다. 폭포 안에는 동굴처럼 비어 있는 좁은 공간이 있었는데, 나는 거기에 아빠 다리를 하고 철퍼덕 주저앉았다.

그러니까 앞에는 머리 위에서 발끝까지 흘러내리는 물이 마법의 벽처럼 둥근 방어막을 만들어주었고, 뒤에는 돌벽이 편안하게 등을 받쳐주었다. 물 안쪽에서 물을 통과하여 바라보는 바깥세상은, 사람들의 모습이 물처럼 퍼져 보여 신비스러웠고, 마치 나만의 세상에 홀로 떠 있는 것처럼 홀가분했다.

나는 도사가 된 기분으로 지그시 앉아 시원한 물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개구쟁이 아이들이 몰려들어와, 물에 손을 집어넣어 물을 광선처럼 쏘아대었다. 나는 "아이, 그러지마~" 하면서 어푸푸 물광선을 막다가, 폭포 밑에 엎드리기도 하고 눕기도 하면서 끝까지 폭포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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