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 수목원에서 함께 한 여름
2008. 8. 22. 18:54ㆍ일기
<광릉 수목원에서 함께 한 여름>
2008.08.21 목요일
며칠 전 친구들이 현장 체험 학습 과제는 했느냐고 묻기에 아직 안 했다고 했는데, 오늘 광릉 수목원에 가게 되어 제대로 한번 체험해 보리라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수목원 근처에서부터 싱그러운 냄새가 퍼져 나와 나는 코를 크게 벌리고, 공기를 한껏 빨아들였다.
1. 흥미로운 것 - 산림 박물관
내가 가장 흥미롭게 느낀 것은 수목원 안에 있는 산림 박물관의 전시물들이었다. 산림 박물관 안의 나무, 동물, 새, 곤충 전시물들은,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에서처럼, 금방 살아날 것 같이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 나무에 관한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해놓은 것이 놀라웠다.
갖가지 나무들을 통째로 잘라 이름 붙여 세워놓았고, 계단에 붙어 있는 나무판자들도 전시품이었으며, 옛날 사람들이 나무를 자르는 모습을 인형으로 만들어 재현한 것은,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나무를 깎았을까? 도끼만으론 부족했을 것 같은데...' 하는 궁금증에 답을 해주었다. 전시된 인형들은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톱 같은 것으로, 한 사람은 눕힌 나무 위에 목마 타듯 올라앉고, 또 한 사람은 나무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각자 자기 앞에 삐죽 나온 톱손잡이를 잡고 밀었다 당겼다 하며 나무를 갈랐다.
그렇게 자르고 다듬은 나무로 옛날 사람들은 많은 것을 만들었다. 궁궐과 모든 집의 기둥, 신발, 그릇, 악기, 나무에 윷칠을 해서 보석으로까지 사람들은 나무를 다루고 사는데 이용했다. 나는 박물관 안에서 인류를 느꼈다. 인류가 느끼고 생각하고 연구하고 창조해낸 결과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점점 빠져들었고, 내가 그 인류의 후손이란 사실이 자랑스러워졌다.
곤충 표본 중에는 내 팔뚝만 한 크기의 왕잠자리부터 눈꼽만큼 작은 곤충들까지 다양했다. 작은 곤충 전시관 안에는 살아있는 곤충과 애벌레를 전시했는데, 그중에 장수풍뎅이는 우리에 가두지 않은 채 전시해서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었다. 버튼을 누르면 새의 이동 경로가 화살표로 지도에 빨갛게 나타나는 코너도 아주 편리했다.
2. 살아있는 것 - 꽃과 나무
3천 원을 내고 소나무 향기가 나는 비누도 만들어보고, 음수대에서 목을 축인 후, 나는 수목원을 탐험하였다. 생전 처음 보는 새까만 나비들이 시끄러운 소리로 붕붕 나는 걸 보았고, 통통한 매미를 잡았다 놔주었다. 바람에 나뭇잎들이 짤랑짤랑 흔들렸고, 엄청난 소리로 풀벌레들이 울었다.
사람들은 수목원 안을 산책하듯 편안하게 돌아다녔지만, 나는 밀림을 탐험하듯 자세를 낮추어 샥샥 움직였다. 그래야 팻말에 적힌 식물의 이름도 볼 수 있고, 숲 속에서 뱀이나 이름 모를 곤충이 갑자기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수목원에는 큰 나무가 많아서, 사람들은 나무 밑에 사는 난쟁이들처럼 작아 보였다. 그리고 내가 아는 나무보다 모르는 나무가 훨씬 많았다.
자작나무, 구상나무, 졸참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떡갈나무, 전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대추나무, 잣나무, 밤나무, 벌개미취, 장미, 수국, 무궁화, 수생식물, 수많은 종류의 나무와 꽃과 풀들 중에 이파리가 축 처진 작은 소나무 하나가 눈에 띄었는데, 이름도 모습 그대로 '처진 소나무'였다.
3. 아름다운 것 - 육림호
우리는 관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방송을 듣고 부랴부랴 육림호를 향해 달려갔다. 숲 생태 관찰로를 지나 왼편 언덕 위에 낡은 구름다리를 건너 호수에 다다랐을 때, 푸른 나무 그늘과 빨갛게 지는 태양이 물 위에 비쳐 그림 같았다. 호수는 너무나 조용했다. 내 등에 땀도 조용히 흘렀다. 생명은 조용하면서도 아름답구나! 이 세상에 영원히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무와 함께 숨 쉬는 자연이구나! 나는 가을이 오면 꼭 다시 한번 와봐야지! 하고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2008.08.21 목요일
며칠 전 친구들이 현장 체험 학습 과제는 했느냐고 묻기에 아직 안 했다고 했는데, 오늘 광릉 수목원에 가게 되어 제대로 한번 체험해 보리라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수목원 근처에서부터 싱그러운 냄새가 퍼져 나와 나는 코를 크게 벌리고, 공기를 한껏 빨아들였다.
1. 흥미로운 것 - 산림 박물관
내가 가장 흥미롭게 느낀 것은 수목원 안에 있는 산림 박물관의 전시물들이었다. 산림 박물관 안의 나무, 동물, 새, 곤충 전시물들은,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에서처럼, 금방 살아날 것 같이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 나무에 관한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해놓은 것이 놀라웠다.
갖가지 나무들을 통째로 잘라 이름 붙여 세워놓았고, 계단에 붙어 있는 나무판자들도 전시품이었으며, 옛날 사람들이 나무를 자르는 모습을 인형으로 만들어 재현한 것은,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나무를 깎았을까? 도끼만으론 부족했을 것 같은데...' 하는 궁금증에 답을 해주었다. 전시된 인형들은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톱 같은 것으로, 한 사람은 눕힌 나무 위에 목마 타듯 올라앉고, 또 한 사람은 나무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각자 자기 앞에 삐죽 나온 톱손잡이를 잡고 밀었다 당겼다 하며 나무를 갈랐다.
그렇게 자르고 다듬은 나무로 옛날 사람들은 많은 것을 만들었다. 궁궐과 모든 집의 기둥, 신발, 그릇, 악기, 나무에 윷칠을 해서 보석으로까지 사람들은 나무를 다루고 사는데 이용했다. 나는 박물관 안에서 인류를 느꼈다. 인류가 느끼고 생각하고 연구하고 창조해낸 결과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점점 빠져들었고, 내가 그 인류의 후손이란 사실이 자랑스러워졌다.
곤충 표본 중에는 내 팔뚝만 한 크기의 왕잠자리부터 눈꼽만큼 작은 곤충들까지 다양했다. 작은 곤충 전시관 안에는 살아있는 곤충과 애벌레를 전시했는데, 그중에 장수풍뎅이는 우리에 가두지 않은 채 전시해서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었다. 버튼을 누르면 새의 이동 경로가 화살표로 지도에 빨갛게 나타나는 코너도 아주 편리했다.
2. 살아있는 것 - 꽃과 나무
3천 원을 내고 소나무 향기가 나는 비누도 만들어보고, 음수대에서 목을 축인 후, 나는 수목원을 탐험하였다. 생전 처음 보는 새까만 나비들이 시끄러운 소리로 붕붕 나는 걸 보았고, 통통한 매미를 잡았다 놔주었다. 바람에 나뭇잎들이 짤랑짤랑 흔들렸고, 엄청난 소리로 풀벌레들이 울었다.
사람들은 수목원 안을 산책하듯 편안하게 돌아다녔지만, 나는 밀림을 탐험하듯 자세를 낮추어 샥샥 움직였다. 그래야 팻말에 적힌 식물의 이름도 볼 수 있고, 숲 속에서 뱀이나 이름 모를 곤충이 갑자기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수목원에는 큰 나무가 많아서, 사람들은 나무 밑에 사는 난쟁이들처럼 작아 보였다. 그리고 내가 아는 나무보다 모르는 나무가 훨씬 많았다.
자작나무, 구상나무, 졸참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떡갈나무, 전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대추나무, 잣나무, 밤나무, 벌개미취, 장미, 수국, 무궁화, 수생식물, 수많은 종류의 나무와 꽃과 풀들 중에 이파리가 축 처진 작은 소나무 하나가 눈에 띄었는데, 이름도 모습 그대로 '처진 소나무'였다.
3. 아름다운 것 - 육림호
우리는 관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방송을 듣고 부랴부랴 육림호를 향해 달려갔다. 숲 생태 관찰로를 지나 왼편 언덕 위에 낡은 구름다리를 건너 호수에 다다랐을 때, 푸른 나무 그늘과 빨갛게 지는 태양이 물 위에 비쳐 그림 같았다. 호수는 너무나 조용했다. 내 등에 땀도 조용히 흘렀다. 생명은 조용하면서도 아름답구나! 이 세상에 영원히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무와 함께 숨 쉬는 자연이구나! 나는 가을이 오면 꼭 다시 한번 와봐야지! 하고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