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야, 사랑해!

2008. 9. 1. 18:14일기

<학교야, 사랑해!>
2008.09.01 월요일

지난 토요일 수업이 끝날 때쯤, 선생님 컴퓨터에 메일이 딩동 오고 그걸 열어보신 선생님 표정이 조금 난처해지시더니, "얘들아, 정말 미안하지만 오늘 숙제가 하나 더 늘었구나!" 하셨다. 그러자 아이들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께서 숙제를 3개나 가득 내주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9월 1일이 우리 학교 개교기념일이라서, 개교 기념을 주제로 글짓기를 하는 거예요. 이건 잘하면 상도 줘요." 하셨다. 아이들의 울상이 좀처럼 풀어지지 않자, 선생님께서는 가장 어려운 사회 숙제를 빼주시기까지 하셨다.

개교기념일이 사회 숙제를 빼주면서까지 챙겨야 할 중요한 날인 것은 분명한데, 왜 그것을 주제로 하는 글짓기 숙제가 우리에게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글짓기 숙제 말고는 개교 기념을 축하할 방법이 없었을까? 오늘 개교기념일을 축하하듯, 창밖엔 첫 가을비가 종일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그걸 보면서 나는 그동안 학교에 대해 품어왔던 이런저런 생각을 적어보았다.

내가 보통 때, 엄마에게 제일 듣기 싫은 소리 중 하나가 있다면, "그딴 식으로 하려면 학교 다니지 마라!"이다. 만약 내가 거지가 되어 길에서 산다고 하더라도, 꼭 학교 앞에 천막을 치고 살면서 학교에 다닐 것이다. 나에게는 그만큼 학교가 소중하다.

우리는 흔히 학교생활이 날마다 똑같은 것으로 생각하며 지겨워하는 때도 있는데, 자세히 보면 날마다 엄청나게 다르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수업 내용도 시간마다 다르고,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도 날마다 다르고 새롭다. 급식 메뉴도 매일 바뀐다.

친구들이 나누는 이야깃거리, 표정, 감정, 옷차림까지도 날마다 다르고 변화한다. 그래서 난 학교에 가고 싶고, 오늘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그리고 집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더 좋다. 나보다 인생 경험을 훨씬 많이 하신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관심을 받을 수 있으며, 아이들과 협력해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생활 속에서, 학교에서 매일 하는 수업이나 공부 이상을 넘어선 인생에 소중함을 배울 수 있다고 나는 느낀다. 이렇게 개교기념일은 내가 좋아하는 학교의 생일이니, 될 수 있으면 북을 치듯 떠들썩하게 신나게 축하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너무나 조용하다. 차라리 개교기념일을 쉬는 날로 하지 말고,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모여 과일도 나눠 먹고,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 어떨까? 내가 만약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다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면서 공기를 갈라 '나는 학교를 사랑해!'라고 학교 운동장 온 하늘에 자랑스럽게 새겼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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