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청소

2008. 8. 26. 08:25일기

<복도 청소>
2008.08.22 금요일

며칠 뒤 개학을 앞두고, 오늘은 우리 반이 학교에 청소하러 가는 날이다. 나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맘이 들떠서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우렁차게 외치고 집을 나섰다.

밖에는 나무젓가락처럼 길고 굵은 빗줄기가 '타닥타닥' 땅을 후려치듯 내리고 있었고, 아직 세상은 어둠 속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나는 준비한 우산을 펼쳐서, 파란 우산 지붕을 머리 위에 이고 힘차게 다리를 쫙쫙 벌려 걸었다.

학교 가는 길엔 아무도 없었고, 정문 앞에 다다르니, 8시 30분에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한 경훈이가 아직 나와 있지 않았다. 밤새 내린 비가 아침까지 그치지 않아 세상은 물에 잠긴 듯, 온통 축축하고 싸늘했다. 하늘은 퀘퀘한 담배 연기 색깔이었고, 가끔 번개랑 천둥이 우르릉 쾅쾅 쳐서, 나는 겁에 질려 몸을 움찔거렸다.

속으로 파란 하늘 주문을 외우며 학교 오르막길을 한번 올라갔다 내려오니, 교문 건널목 앞에서 경훈이가 겁먹은 얼굴로 건너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얼른 경훈이에게 다가가 안 무서운척 하며 방학 동안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어보았다.

"응, 먹고 자고 놀고 숙제하고~, 먹고 자고 놀고 숙제하고~, 그렇게 지냈지 뭐!" 하는 경훈이에게 나도 "먹고 자고 놀고, 먹고 자고 놀고~ 숙젠 이제 해야지 뭐~!" 대답하는데, 천둥이 또 으르렁거렸다. 경훈이랑 나는 두 손을 꼭 잡고 학교 오르막길을 올라가 교무실로 들어갔다.

나는 혹시 담임 선생님을 만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안나오셨는지 어떤 여자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청소 구역을 정해주셨다. 경훈이랑 나는 화장실로 가 대걸레를 빤 다음 물기를 짜내고, 교무실 복도 청소를 시작하였다.

이곳 교무실 복도는 햇빛이 들지 않아 원래 어두컴컴한 편인데, 오늘따라 날씨가 흐려서 더 어둡고 음침했다. 우리는 칠흙 같은 어둠 속을 시커먼 대걸레로 묵묵히 쓱쓱 문질렀다. 햇빛이라도 나면 좋으련만 하필 이런 날이 청소 날이라니! 나는 와들와들 떨고 있었고, 경훈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복도 청소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교무실 복도 계단 위로 우리 반 친구 김훈이가 짠~ 하고 나타났다.

나는 훈이가 구조선인 것처럼 반갑게 달려가, "훈아, 왔구나! 얼마나 무서웠는데!" 하며 훈이 목을 얼싸안았다. 훈이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웃었고, 경훈이는 "오~상우야, 끔찍해서 도저히 볼 수가 없구나!"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뒤로도 석희, 문경이, 그립던 친구들이 줄줄이 나타나, 우리들의 반가운 웃음소리로 복도가 꽉 차면서 어느샌가 무서운 어둠도 멀리멀리 밀려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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