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2008. 9. 7. 16:18일기

<병원에서>
2008.09.06 토요일

나는 너무 아파, 일주일 전부터 경훈이와 놀기로 했던 약속도 취소하고, 엄마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상가마다 문을 열지 않았거나, 일찍 문을 닫은 병원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우리는 유일하게 문을 연, 4단지 상가 1층 소아과를 찾았다.

병원 안에는 먼저 온 아이들이 가득 차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30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다. 어떤 아기는 유모차에 누워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끼야아아~" 울음을 터뜨렸고, 한 서너 살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는, 병원에 있는 인형의 바지를 내렸다 올렸다 하며 놀았다. 또 내 또래의 여자아이는 소파 위에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고 앉아 몸을 수그리고 핸드폰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며칠 동안 나는 계속 두통에 시달렸다. 그런데 증세가 심할 때는 철퇴로 머리를 얻어맞는 것처럼 아팠다. 그리고 그 증세는 괜찮아지는가 하다가 또 찾아오고, 나아지는가 싶더니 또 시작돼서 고통스러웠다. 나는 책을 찾아보며, 처음엔 오한으로 시작돼서, 고열과 두통으로 번지며 나은 듯하다가 다시 이 세 가지 증상을 반복하는 말라리아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꿈속에서 철퇴를 든 괴물이 와다다다 쫓아올 때는 극도의 공포에 질려, 혹시 머릿속에 종양이 생긴 건 아닐까 의심이 되었다.

나는 은근히 불안하고 걱정이 돼서 하루하루를 심란하게 보냈다. 그러다가 실수로 축구 시합 때, 방향 감각을 잃어 우리 팀에 공을 차 넣기도 하고, 강당에서 우산 춤 연습을 할 때 온갖 인상을 쓰며 괴상하게 춤을 추었다. 밤에 잘 때마다 혹시 내가 다음날 아침 싸늘한 시체가 되어 발견되는 건 아닐까? 엄마, 아빠가 슬퍼서 통곡하시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권상우, 진료실로 들어오세요!"하자, 나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았다. 선생님께서는 나를 보시자마자, "상우가 참 건장하구나!" 하셨다. 난 기다렸다는 듯이, 내 증상에 대해 떨리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설명했다. "무거운 돌로 몸을 짓누르는 것 같고, 조금만 움직여도 지치고, 심하게 아플 때는 머리를 쇠줄로 조이는 것 같아요.", "혹시 구토나 코막힘 증상은 없었니?". "네, 없었어요."

의사 선생님은 내 코와 귀와 입 안을 훑어보시면서 "상우가 편도가 좀 크구나!" 하셨고, "심한 건 아니고, 그냥 감기 몸살 기운이 있습니다. 상우가 체력이 튼튼해서 심하게 도지지는 않은 것 같구나!" 하셨다. 나는 휴~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밖으로 나왔다. 상가 앞에 늘어선 나뭇잎들이 햇빛을 받아 빨갛게 빛을 내며 일제히 나를 반기는 것 같았고, 사람들 표정도 더 밝아 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