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발씻기는 힘들어!

2008. 9. 5. 08:35일기

<아빠 발씻기는 힘들어!>
2008.09.01 월요일

밤 10시, 세족의 날 숙제로 아빠 발을 씻겨 드려야 하는데, 아빠는 최근에 발을 깨끗이 씻어서 굳이 닦아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자꾸 피하셨다. 아빠 말대로 아빠 발은 아주 깨끗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아빠를 끌고 가서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 앉혔다. 나는 물을 틀어 커다란 대야에 받았는데 온도를 조절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었다. 처음에 받을 때는 온도가 너무 미적지근해서 물을 좀 버리고 다시 받았다.

그랬더니 물에서 김이 펄펄 났다. 나는 온도가 어떤 상태인지 보려고 손을 물에 넣었다가, "앗!" 하고 소리 지르며 뺐다. 물 온도가 너무 뜨거워서 그런 것이다. 이번에도 내가 물을 버리려 하자, 아빠는 차라리 차가운 물을 섞으라고 하셨다. 그렇게 하니 진짜 물이 식혀졌다.

나는 대야를 끙 들어 아빠 발밑에 갖다 놓았다. 그러자 아빠는 대야에 발을 담그셨다. 아빠는 "음~ 온도가 적당하군!" 하셨다. 아빠에게 "비누는 어떤 걸 해 드릴까요?" 물었더니, "수목원에서 가져온 소나무 비누로 해!" 하셨다.

내가 비누가 아까워서 머뭇머뭇 거리자, 팍팍 비누 거품을 내라고 재촉하셨다. 아빠는 "특히 발가락, 발가락 사이를 꼼꼼하게 해라!"하셨다. 그런데 발 씻는 물의 김이 얼굴에 뭉게뭉게 피어올라 자꾸 졸음이 왔다. 나는 하품을 하면서도 끝까지 아빠 발을 뽀득뽀득 문질렀고, 헹굴 때도 물 온도를 한 번에 맞추어 철벙 철벙 닦아 드렸다.

발을 다 헹구고 너무 졸려서 수건으로 대충 닦으니, "문지르지 말고 톡톡 두드려라!" 하시기에, 나는 볼멘소리로 "그러길래 제가 아침부터 닦아 드린다고 했을 때 닦으면 좋잖아요!"했다. 그때, 영우도 뛰어와 자기도 발 씻는 숙제를 해야 한다고 동동거려서, 아빠는 영우에게 형아 발을 씻겨주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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