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의 둘도 없는 친구
2008. 5. 26. 10:57ㆍ일기
<책, 나의 둘도 없는 친구>
2008.05.21 수요일
이 이야기는 내가 책과 어떻게 만났고, 내가 책과 어떻게 친해졌으며, 지금은 어떤 관계인지 정리해 본 글이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읽은 책은, 아주 얇고 그림이 있는 짧은 동화책이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을날의 단풍나무 사진처럼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아있다. 내가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이나,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에, 엄마는 책을 읽어주셨다. 나는 엄마 곁에 딱 붙어 구름 침대에 누운 기분으로 이야기를 듣다가, 잠이 들곤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나는 이상하게도 친구가 없었다. 학교에 들어오면 책에서 읽은 것처럼 마음이 따뜻한 친구들을 만날 거라고 잔뜩 기대했는데, 막상 친구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책을 좋아해서 책에 나오는 인물들 이야기나, 대화를 흉내 내기 좋아했는데, 아이들은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았다. 컴퓨터 게임이나 만화를 좋아했고, 나를 이상한 아이로 취급하고 놀렸다.
나는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었고, 외로웠다. 나를 놀릴까 봐, 아이들을 피해 다니다 학교 도서관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옛날 친구를 만난 듯이 기쁨을 되찾았고,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겨 문 닫을 때까지 남아,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나는 화장실에서도 책을 읽고, 길을 걸으면서도 책을 읽었다. 그러는 사이,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세계를 나무처럼 쑥쑥 키워갔다. 특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통과 외로움을 겪는 주인공들이, 엄청난 모험을 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들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상우야, 넌 외롭지 않아! 이 세상은 넓단다. 꿈을 잃지 마렴!'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 아끼는 것들이 있다면,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새로운 피노키오>를 먼저 꼽겠다. 이 책은 원작과는 전혀 다르고 피노키오가 훨씬 악동으로 나오지만, 나무 인형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또, 톨스토이가 쓴 동화는 너무나 배울 것들이 넘쳤다. 인간과 악마, 왕과 백성, 가난한 사람들, 이웃 관계,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깨닫고 배웠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와 <미오, 나의 미오>는, 읽다가 푹 빠져서 새벽까지 안자고 혼나가면서 읽었던 책이다. 길을 걷다가 검은 양복을 입은 아저씨를 마주치면, 혹시 <모모>에 나오는 시간 도둑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정체를 밝히려고 몰래 뒤따라 간 적도 있었다. 또, 종마 목장에 놀러 갔다가 하얀 말을 보고, <미오, 나의 미오>에 나오는 미라미스 종족 말이 잘못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건너온 건 아닐까? 신기해하며, 다시 돌려보낼 방법은 없는지 고민한 적도 있었다.
책과 친해지면서 나는 행복을 느꼈고, 나를 놀리던 아이들도 더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 아이들은 어쩌면 나를 미워한 게 아니라,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짜게 군 것인지도 모른다. 경험이 부족하면 아무래도 친구의 어떤 한 면만 보고, 그게 그 아이의 전부인 것처럼 단정하기 쉽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책을 읽으면서 사람의 마음속엔 너무나 많은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를 미워하는 친구라도 그 아이의 숨겨진 면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책을 통해 얻은 비밀이다.
지금 나는 전학을 와서 여전히 책을 읽으며, 책보다 더 멋진 친구들을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많은 책을 보물처럼 마음속에 새길 것이며, 책은 나에게 약속한다. 평생 너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고!
2008.05.21 수요일
이 이야기는 내가 책과 어떻게 만났고, 내가 책과 어떻게 친해졌으며, 지금은 어떤 관계인지 정리해 본 글이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읽은 책은, 아주 얇고 그림이 있는 짧은 동화책이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을날의 단풍나무 사진처럼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아있다. 내가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이나,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에, 엄마는 책을 읽어주셨다. 나는 엄마 곁에 딱 붙어 구름 침대에 누운 기분으로 이야기를 듣다가, 잠이 들곤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나는 이상하게도 친구가 없었다. 학교에 들어오면 책에서 읽은 것처럼 마음이 따뜻한 친구들을 만날 거라고 잔뜩 기대했는데, 막상 친구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책을 좋아해서 책에 나오는 인물들 이야기나, 대화를 흉내 내기 좋아했는데, 아이들은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았다. 컴퓨터 게임이나 만화를 좋아했고, 나를 이상한 아이로 취급하고 놀렸다.
나는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었고, 외로웠다. 나를 놀릴까 봐, 아이들을 피해 다니다 학교 도서관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옛날 친구를 만난 듯이 기쁨을 되찾았고,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겨 문 닫을 때까지 남아,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나는 화장실에서도 책을 읽고, 길을 걸으면서도 책을 읽었다. 그러는 사이,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세계를 나무처럼 쑥쑥 키워갔다. 특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통과 외로움을 겪는 주인공들이, 엄청난 모험을 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들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상우야, 넌 외롭지 않아! 이 세상은 넓단다. 꿈을 잃지 마렴!'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 아끼는 것들이 있다면,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새로운 피노키오>를 먼저 꼽겠다. 이 책은 원작과는 전혀 다르고 피노키오가 훨씬 악동으로 나오지만, 나무 인형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또, 톨스토이가 쓴 동화는 너무나 배울 것들이 넘쳤다. 인간과 악마, 왕과 백성, 가난한 사람들, 이웃 관계,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깨닫고 배웠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와 <미오, 나의 미오>는, 읽다가 푹 빠져서 새벽까지 안자고 혼나가면서 읽었던 책이다. 길을 걷다가 검은 양복을 입은 아저씨를 마주치면, 혹시 <모모>에 나오는 시간 도둑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정체를 밝히려고 몰래 뒤따라 간 적도 있었다. 또, 종마 목장에 놀러 갔다가 하얀 말을 보고, <미오, 나의 미오>에 나오는 미라미스 종족 말이 잘못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건너온 건 아닐까? 신기해하며, 다시 돌려보낼 방법은 없는지 고민한 적도 있었다.
책과 친해지면서 나는 행복을 느꼈고, 나를 놀리던 아이들도 더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 아이들은 어쩌면 나를 미워한 게 아니라,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짜게 군 것인지도 모른다. 경험이 부족하면 아무래도 친구의 어떤 한 면만 보고, 그게 그 아이의 전부인 것처럼 단정하기 쉽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책을 읽으면서 사람의 마음속엔 너무나 많은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를 미워하는 친구라도 그 아이의 숨겨진 면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책을 통해 얻은 비밀이다.
지금 나는 전학을 와서 여전히 책을 읽으며, 책보다 더 멋진 친구들을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많은 책을 보물처럼 마음속에 새길 것이며, 책은 나에게 약속한다. 평생 너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