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축구 시합
2008. 5. 20. 20:11ㆍ일기
<끔찍한 축구 시합>
2008.05.16 금요일
4교시 체육 시간, 운동장에 나가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시합을 하였다. 남자들은 제일 축구 잘하는 아이 2명을 주장으로 뽑고, 뽑힌 주장 2명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자기 팀에 넣고 싶은 애를 차례대로 집어넣었다.
팀이 다 채워져 가고, 나 말고 3명이 남았다. 나는 이성환이라는 애가 주장인 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성환이는 나를 자기 팀에 넣어주지 않았다. 시합 시작하기 전, 아이들은 나는 수비수 할 거야! 나는 공격 미드필더 할 거야! 하면서 역할을 정하는데, 나는 뭘 해도 못하니 딱히 할 게 없어 팔짱을 낀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데 내가 몸집이 커서 공을 잘 막을 것 같다고, 아이들이 우르르 나를 골키퍼로 몰아세웠다. 난 마음속으로는 '어어, 난 잘 못하는데...' 하면서, 몸은 그와 반대로 바람이 잔뜩 든 풍선처럼 어깨를 크게 펴고, "그래, 난 잘할 수 있어!" 하고 자신만만하게 큰소리를 치는 게 아닌가! 시합 초반에 옆에서 여자 아이들 피구 시합하는 걸, 나도 모르게 곁눈질하다가, 공이 쑥 들어와 버렸다. 당황한 나는 '이번엔 잘 막아야지!' 하며 두다리를 양옆으로 벌려 엉덩이를 뒤로 쏙 빼고, 두 손바닥을 쫙 벌려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나 공이 내 앞을 향해 화살처럼 날아올 때, 나는 그게 공이 아니라 나를 집어삼킬 듯한 바위처럼 무서워서, 겁을 먹고 옆으로 슬쩍 피해버렸다. 그러자 공이 다시 2번씩이나 들어와 버렸다. 우리 팀 아이들은 어이가 없어 눈을 감고, 두 손으로 양볼을 감싼 채, 입을 동굴처럼 벌려 "아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모두 탄식하는 가운데, 새로 사귄 친구 김훈이가 달려와 "너는 골키퍼를 하겠다고 했으면 끝까지 막아야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니가 계집애냐? 생쥐처럼 도망 다니지 말고 당당하게 나가서 막아야지!" 하고 소리소리 지르며 나를 훈계하였다.
나는 너무 부끄럽고 씁쓸해서, 얼굴을 들지 못한 채로 "미안해,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공이 너무 무서워서..."하고 서글프게 말했다. 내 말을 듣고 아이들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며 "아이구, 맙소사!"했다. 결국, 나는 수비수로 교체되었고, 잔뜩 주눅이 들어 헉헉 뛰다가, 내가 수비수라는 걸 깜박 잊고 두 손으로 공을 막는 바람에 상대팀에 1점이 추가되었다.
우리 팀은 6대0으로 졌고, 초상집 분위기였다. 나는 너무 끔찍해서 죽고 싶었다. 쥐구멍은 어디에 있는 걸까? 교실로 돌아올 때, 아이들은 묵묵했고, 그걸 보는 내 마음은 불로 지지듯 아팠다. 그러면서도 6대0으로 진 게 남의 일처럼 느껴져 헛웃음이 나왔다. 앞으로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지? 친구들이 날 안 보면 어떡하나?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친구들인데 한꺼번에 날 미워하면? 난 한숨과 걱정으로 산더미만큼 어깨가 무거워진 채, 혼자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2008.05.16 금요일
4교시 체육 시간, 운동장에 나가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시합을 하였다. 남자들은 제일 축구 잘하는 아이 2명을 주장으로 뽑고, 뽑힌 주장 2명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자기 팀에 넣고 싶은 애를 차례대로 집어넣었다.
팀이 다 채워져 가고, 나 말고 3명이 남았다. 나는 이성환이라는 애가 주장인 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성환이는 나를 자기 팀에 넣어주지 않았다. 시합 시작하기 전, 아이들은 나는 수비수 할 거야! 나는 공격 미드필더 할 거야! 하면서 역할을 정하는데, 나는 뭘 해도 못하니 딱히 할 게 없어 팔짱을 낀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데 내가 몸집이 커서 공을 잘 막을 것 같다고, 아이들이 우르르 나를 골키퍼로 몰아세웠다. 난 마음속으로는 '어어, 난 잘 못하는데...' 하면서, 몸은 그와 반대로 바람이 잔뜩 든 풍선처럼 어깨를 크게 펴고, "그래, 난 잘할 수 있어!" 하고 자신만만하게 큰소리를 치는 게 아닌가! 시합 초반에 옆에서 여자 아이들 피구 시합하는 걸, 나도 모르게 곁눈질하다가, 공이 쑥 들어와 버렸다. 당황한 나는 '이번엔 잘 막아야지!' 하며 두다리를 양옆으로 벌려 엉덩이를 뒤로 쏙 빼고, 두 손바닥을 쫙 벌려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나 공이 내 앞을 향해 화살처럼 날아올 때, 나는 그게 공이 아니라 나를 집어삼킬 듯한 바위처럼 무서워서, 겁을 먹고 옆으로 슬쩍 피해버렸다. 그러자 공이 다시 2번씩이나 들어와 버렸다. 우리 팀 아이들은 어이가 없어 눈을 감고, 두 손으로 양볼을 감싼 채, 입을 동굴처럼 벌려 "아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모두 탄식하는 가운데, 새로 사귄 친구 김훈이가 달려와 "너는 골키퍼를 하겠다고 했으면 끝까지 막아야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니가 계집애냐? 생쥐처럼 도망 다니지 말고 당당하게 나가서 막아야지!" 하고 소리소리 지르며 나를 훈계하였다.
나는 너무 부끄럽고 씁쓸해서, 얼굴을 들지 못한 채로 "미안해,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공이 너무 무서워서..."하고 서글프게 말했다. 내 말을 듣고 아이들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며 "아이구, 맙소사!"했다. 결국, 나는 수비수로 교체되었고, 잔뜩 주눅이 들어 헉헉 뛰다가, 내가 수비수라는 걸 깜박 잊고 두 손으로 공을 막는 바람에 상대팀에 1점이 추가되었다.
우리 팀은 6대0으로 졌고, 초상집 분위기였다. 나는 너무 끔찍해서 죽고 싶었다. 쥐구멍은 어디에 있는 걸까? 교실로 돌아올 때, 아이들은 묵묵했고, 그걸 보는 내 마음은 불로 지지듯 아팠다. 그러면서도 6대0으로 진 게 남의 일처럼 느껴져 헛웃음이 나왔다. 앞으로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지? 친구들이 날 안 보면 어떡하나?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친구들인데 한꺼번에 날 미워하면? 난 한숨과 걱정으로 산더미만큼 어깨가 무거워진 채, 혼자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