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동물원

2008. 6. 16. 08:46일기

<애기 동물원>
2008.06.14 토요일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포천에 있는 식물원으로 소풍을 갔다. 식물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입장권에 그려진 약도를 보고 애기 동물원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나는 동물원이라고 해서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토끼들만 있는 아주 작은 동물원이었다. 처음엔 조금 실망하였지만, 나보다 어려보이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철창 울타리 사이로 토끼들에게 풀을 넣어주는 것을 보고, 나랑 영우도 질세라 뛰어들어 자리를 잡고, 풀을 뜯어 토끼들에게 넣어주었다.

어떤 토끼들은, 세 마리가 한꺼번에 울타리에 몸을 딱 붙이고 입을 동그랗게 오므려 암냠냠냠 받아먹었는데, 난 그걸 보고 얼마나 귀엽든지 마음이 녹아내리는 줄 알았다.

이 애기 동물원에서 제일 몸집이 큰 갈색 토끼는, 먹이를 먹는 다른 작은 토끼들을 밀쳐내고 혼자서만 먹이를 독차지하였다. 그 토끼는 혼자서만 너무 많이 먹다 보니, 살이 뒤룩뒤룩 쪄서 토끼인지 비버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뒤에서 엄마가 "음~ 저 토끼 잘 먹는 식성이 왠지 상우 같군!" 하셨다.

나는 토끼장 근처에서 아주 작은 토끼들에게 줄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풀을 세심히 골라보았다. 토끼들은 풀을 먹을 때, 또랑또랑한 눈으로 손을 쓰지 않고 우리가 풀을 입에 갖다대어 주면, 제대로 씹지 않고 줄줄이 사탕처럼 입안에 끊임없이 넣어댔다. 그리고 다 먹은 후엔 더 달라는 듯이, 또랑또랑한 눈으로 우리를 애절하게 쳐다보았다.

그러면 우리는 마치 마법의 힘에 이끌리듯이 다시 풀을 뜯어 토끼들에게 주게 되었다. 아마 아무리 무심하고 냉정한 사람이라도 토끼에 눈빛을 보면 그렇게 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나는 이게 마지막이야 하면서도 몇 번 더 풀을 먹여 준 다음 일어섰는데, 자식들을 두고 출장 가는 아빠처럼 "안녕, 다음에 또 올게!"하며 자꾸 손을 흔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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